지난 몇년 간을 반추하며..

공지사항2011. 12. 31. 13:22
처음 이 블로그를 시작했을 땐 제 취미생활과 제 기호에 맞는 것들만 생각날 때마다 찾아볼 수 있게 하기위한 목적의 개인창고 성격이 강했습니다.
사실 그 외에 다른목적은 애초에 없었었죠.

그런데, 어느 날 일본의 한 정치만화를 보게 되었고, 또 그 실 사례라 할 수 있던 mb 및 한나라당 관련 정치사건사고들을 지켜보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 제 속에선 천불이 일기 시작하더란 말이지요.

원래 성격도 좋고 배려심도 많으며 불쌍한 걸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저- 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이지만, 약간은 내성적이고 개인주의적 성향도 함께 가지고 있었기에 설마 이렇게까지 국가와 국민과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며 분노하고 슬퍼하며 안타까워하리라고는 처음엔 솔직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습니다. 번거로운 것보단 자유스러운 것이 좋고,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어떻게 보면 조직사회의 부적격자라고도 볼 수 있는 제가 이처럼 나보다는 국가를, 나보다는 국민을, 나보다는 우리민족과 우리 후손들을, 나보다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라고 외치며 이처럼 신경쓰고 열을 올리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단 말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되더군요. 순수하게 분노하게 되면요.
그 분노는 제가 몇년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정치관련, 사회관련 뉴스를 찾아 올리게 만들 정도의 강한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비록 제가 많은 걸 알지 못하고, 설사 알더라도 그걸 표현하는데 익숙치 못해 매끄러운 저 만의 퀄리티 쩌는 논평들을 쏟아낼 순 없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동참할 것을 호소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뉴스를 찾아 올리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여론도 함께 기재하여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작권 법이라는 위험요소 정도는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반드시 해야한다는 일종의 사명감같은 것도 불타올랐지요.
올리는 간간히 제가 느낀 생각이나 방향들도 기록을 남기듯 첨부해서 올렸습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이 알려지길 원했고, 날치기 미디어법 통과 이후 정부의 나팔수 역활로 변질되어 연일 왜곡,날조 정보만 쏟아내는 조중동 삼사와 김비서, 씨방새, 마병신들을 대신하여 최대한 알아야 할 소식을 전달하고 해당 소식에 대해 여론은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소식전달의 창구가 되고 싶었으며, 그래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눈이 진실을 바라볼 수 있게하고, 머리와 가슴 속에선 불의가 사라지고 정의가 자리잡길 바랬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뉴스관련 기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 원래 목적했던 성격의 블로그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사실 전에도 한번 돌아가려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유순했던 저의 성격이 온통 악감정으로 가득차고 블로그에 남겨지는 글마다 욕으로 도배가 되던 때였기에 이러단 정말 제가 미쳐버릴 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까지 느꼈기 때문이었었죠. 
하지만, 실패했었습니다. 
중간에 딱 그만두기엔 제 가슴 속의 불꽃은 여전히 뜨거웠고, 정치사회는 여전히 더럽기 짝이 없었으며,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도 '그게 어쨌다고? 내 알 바 아니다' 라는 식이 대다수였거든요.
그래서, 그만둔다고 말하기가 무섭게 다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말 그만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흡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정의를 외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설사 그 정의가 말뿐이라 할지라도 그 말도 하지않았던 몇년 전에 비한다면 장족의 발전이라 생각합니다.
최소한 무엇이 옳고 그른 지는 인지하게 되었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무엇이 부끄러운 행위인지 알게 되었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뒤로는 불의를 행하더라도 최소한 사람들 앞에선 정의를 외치게 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일단 스타트는 끊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으로 만족해서는 안되겠지요.
당연히 최종목표는 언행일치가 되어야 할 것이고, 모든 이들의 마음 속에 정의만 담게되길 기원해야 할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그렇게 될 때까지 변함없이 노력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저의 촛불심지는 다 타버린 것 같습니다.
원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드높은 이상에 못 미치는 현실 때문에 자포자기한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안도한 나머지 긴장이 풀린 것인지는요.
어찌됐던 여전히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는 정신나간 뉴스들을 보면 또 많은 이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다는 욕구가 불쑥불쑥 고개를 쳐들다가도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살포시 풀어지는 것이 이젠 예전과 같은 강한 욕구가 솟구치지 않습니다. 어쩌면 저 말고도 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어느 정도 우리나라에 만연하고 있었던 부정부패비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 차가움이 담겨지게 한 데에 나름 일조한 것 같아 꽤 마음이 흡족합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저 혼자만의 착각이거나 과대평가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도, 저 혼자 만족하며 키득키득거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이 아니라 그럴 확률이 십중팔구쯤 될 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전 사람들의 머릿 속, 가슴 속에서 악을 지우고 선을 행하게 하는데, 또 불의를 버리고 정의를 외치게 하는데 한몫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싶으며 그렇게 믿고 가려 합니다.
그게 망상이라해도 말입니다.
비록 수치에 불과할 뿐이지만, 10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 블로그를 오셨었고, 그 분들의 대다수가 뉴스에 관련된 기사를 검색하고 들어오셨던 것임을 잘 알고 있는만큼 여기를 거쳐가셨던 분들의 대부분이 이 블로그를 통해서 숨겨질 뻔했고 왜곡될 뻔했던 사실들을 알게되셨을 것이고 그 알게된 만큼 진실의 눈을 뜨고 정의를 알게되었을 것이라 생각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런 흐뭇함을 얻고싶은 것입니다.

마치 뭐라도 되는 것처럼 꼴 같잖게 이딴 공지를 띄웠다고 노여워하시고 혀를 차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이제까지 달려왔던 노력의 끝을 고하고, 앞으로도 찾아주셨다 헛걸음 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사죄의 말씀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의도에서 이런 변변찮은 글로나마 전후 사정을 밝힌 것입니다..

변변찮은 글이지만, 미흡한 신고식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올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내년 한해는 더욱 희망찬 미래를 향해 달리시길 바라겠습니다.

- 2011년 12월 31일 13시  크라바트 -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