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sportsseoul.com/news2/life/social/2010/0204/20100204101050100000000_7925667670.html

'학교에서 수강신청을 안해줘요! 아빠 학교에 전화좀 해주세요!'
 

서울의 사립 A대학 조교인 김정욱(26·가명)씨는 최근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아들이 이 대학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데, 학교에서 수강신청 기간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아들이 이번 학기를 못다니게 됐다며 지금이라도 수강신청할 수 있게 해달라는 전화였다. 선착순 수강신청이라 이미 전공과목은 정원이 다 찬 상황. 그런데도 부모는 막무가내였고, 결국 학과장이나 총장실까지 연결해달라는 부모의 성화에 못이겨 자리 하나를 늘려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대학생이 된 자녀를 어린 아이 다루듯 모든 걸 간섭하는 '헬리콥터 부모'에 이어 초등학교때 생활습관 그대로 부모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거나 자신의 잘못인데도 어거지 쓰는 '초등학생 같은 대학생'(이하 초대딩)들이 대학가에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디든지 부모와 함께라면
 

K대 국제학부 07학번인 이모씨는 최근 수업에서 황당한 풍경을 봤다.대부분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에 한 학생이 부모님과 같이 듣고 있는 것. 해당 교수의 양해를 구했는지는 몰라도, 전공 필기수업이나 이해 안되는 부분을 엄마에게 묻는 학생 때문에 수업 내내 계속 신경쓰였다.
 

이씨는 "한국어로 진행되다 보니 아무래도 한국어에 서툰 유학생들이 조금 힘든 것 같긴 하다. 그래도 대학생인데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같이 듣는 건 좀 심하지 않은가"라며 어이없어했다.
 

최근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강남 대형 학원에서 개최한 로스쿨 입학설명회에도 부모들이 대거 몰렸다. 로스쿨 설명회를 듣고 혼자 결정할 자신이 없어 부모와 같이 왔다는 대학생 김지영(23)씨는 "부모님과 상의하고 결정해야 마음이 편하다. 요즘은 교수님 면담할때 부모님이랑 같이 가는 애들도 있다"고 당당히 말했다.
 

또한 06,07학번부터 서울대,성균관대,이화여대,숙명여대 등에서도 신입생을 위한 학부모 설명회를 매년 개최함으로써 학교의 이해를 최대한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성균관대 설명회에 참석했던 학부모 이후자(49)씨는 "대학 생활을 걱정하는 아들을 조금이라도 안심시켜주려고 참가했다. 이후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공문이 와서 안심하고 지낸다" 며 흡족해했다. 남자 친구와 교제하는 걸 알 게 된 한 여학생의 부모는 담당 교수에게 직접 전화해서 심하게 화를 내기도 했다.
 

◇커닝 들켜도. 남녀간의 이성문제도 학교 탓!
 

경제학 시험시간 도중에 한 여학생이 커닝을 하다 적발됐다. 이 여학생은 일단 부인했고 같이 시험을 치던 여학생의 남자 친구와 조교가 싸우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커닝페이퍼가 들통났고, 이 학생은 조교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시험장을 떠났다. 그런가하면 과사무실을 동아리방처럼 이용하는 학생들도 있다. 용무 없이 불쑥불쑥 들어와 사무실 뒤에 있는 물만 먹고 나가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다짜고짜 찾아와 자신의 실습 성적을 조교가 잘못 관리한 것 같다며 한 참을 따지고 가는 학생도 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학생들의 생활지도까지 학교 탓으로 돌리는 학부모들도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08학번 김나영(21)씨는 "여자 동기가 MT를 간다고 속이고 남자친구와 여행을 다녀왔는데 여자친구의 부모님들이 학교에 전화를 걸어 교수에게 학생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며 막무가내로 따지는 바람에 과내 분위기가 엉망이 된 경우가 있었다"며 최근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조교 김모씨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학생들에게서 요즘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초등학생처럼 행동하고 학부모들도 대학교를 마치 초등학교나 고등학교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며 "이제는 학생들을 다그치기 보다는 조교들 사이에선 그냥 그러려니 한다"고 씁쓸해했다.

송지영(숙명여대)명예기자 ilovedg20@nate.com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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