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카님 블로그에서 퍼왔다.

이 분은 근 10년 가까이 우리나라에서 생활 중인 일본 분으로써 우리나라를 아주아주 좋아하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계시는 개소문의 해홍님과 같은 분이다.

하지만, 그 동안은 너무 우리나라 만세를 외치시는데다 워낙에 말씀도 청산유수여서 솔직히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나라에 대해 쓸 때 엿볼 수 있었던 그 특유의 엇박자가 아쉬울 정도로 부족했었던 탓에 가볍게 읽기는 했지만, 이렇게 퍼올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오늘 이 글은 좀 다르다.
정말 공감할 수 있고, 정말 반성할 수 있는 그런 글이다.
내가 느낀 공감을 다른 이들도 같이 느낄 수 있도록 널리널리 퍼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오늘 여기에 퍼다 놓는다.

출처 ☞ http://sayaka.tistory.com/entry/미쳤어-취직도-안되는-그런-과에-왜-가니

오늘은 한국의 이상한 대학교 이야기.

나는 일본인이지만 부산대학교 일어일문과에 입학했고 몇 년전에 졸업했다.
근데 이것을 두고 한국사람들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일본인인데 왜 일어일문과에 갔어?'
'국어국문과를 갔어야지?'
'취직이 잘되는 경영쪽으로 가지'
'날라리 유학생이 미국에서 한국어학과에 들어간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런 케이스?'

만나는 한국사람마다 이런 질문을 받으니 조금은 피곤하지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외국인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게 꿈이었는데 그것이 한국을 알게 되고 한국사람을 만나면서 그 외국인이 한국사람이 되었다. 한국사람이 어떻게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는지, 한국학생은 무엇에 강한지 또 무엇에 약한지 누구보다 선생이 잘 알아야 하기때문에 국어국문과가 아니고 일어일문과에 갔다.'

그리고 나는 대학 4년동안 한국사람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확실한 노하우를 여러가지 알게 되었다. 부모님, 언니, 친척, 친구... 그 누구의 생각도 아닌 내가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 결정한 나의 작은 인생의 길에 나는 단 한번도 후회를 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나의 결정이 이상하다는 한국사람들의 말은 내가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이라서 조언을 해주는 거라고 좋게 생각했다. 근데..... 그게 아닌지도.....

얼마전 내가 일본어과외를 해주는 한국고등학생에게 좋은 소식이 있었다.
'선생님, 저 s대 사학과 붙었어요'
'헉~ 진짜? 와~~ 축하해~ 대단하다~ 원하던 곳에 붙어서 좋겠네^^' 
그 학생이 역사학자가 꿈이라는 것을 아는 나는 마치 내 일처럼 기뻐서 축하해줬다.
근데 그 학생의 다음 말은 충격적이었다.  
'선생님, 고마워요. 저 축하한다는 말 처음 들었어요. 모두 나보고 미쳤나고 말해요.'
'어?? 왜?' 라는 나의 질문에 학생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가 꿈을 이루려고 사학과에 가려는게 그렇게 잘못된 결정인가요?'
'아니지.. 누구의 꿈이든 꿈은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거야.. 누가 잘못됐대?'
'우리나라사람 전부요. 부모님, 친구, 친척, 담임선생님 제가 아는 사람 전부요. 왜 제가 경영대나 의대를 갔어야하나요? 성적이 되면 다 의대가는거에요?'

아..... 나는 무슨 말인지 비로소 눈치챘다.
'음... 니가 걱정이 되서 그러는 걸꺼야' 라고 학생을 위로했지만 속으로 찝찝했다.
왜냐하면 인생을 결정하는 길에서 부모, 친구등의 조언은 상당히 중요하지만 꿈까지 바꾸라고 강요하는 것은 '조언'이 아니라 '간섭'이라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었다.
'휴~~~'  깊은 한숨을 쉬며 학생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틈에 나는 그 학생에 대해 잠시 생각해봤다.

*잘 먹고 잘 웃고 활발하고 친구가 많은 학생.
*항상 자신을 서포트하느라 힘든 부모님에게 효도할 생각을 하는 착한 학생.
*성적이 우수하고 한중일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학생.
*어떤 일이든 대충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고 꼼꼼한 학생.
*어리지만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분석을 잘하고 논리적으로 설명을 잘하는 학생.
*어려운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줘서 고구려를 세운건 송일국씨이고, 장혁은 추노꾼인지 아는 무식했던 내가 역사에 흥미를 가질 정도로 만든 대단한 학생.......

'우리나라사람들 이상해요. 중국, 일본과 역사문제가 있을 때는 욕하는데 정신없지 뭔가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고 대응하려하지 않아요. 심지어 사학과를 가려는 저를 미친놈 취급하고 막아서요. 영한사전을 일본의 영일사전을 베껴온 것처럼 이러다가는 일본 역사교과서 베껴서 우리나라사람들이 배울 것 같아요. 일본에는 사무라이 라는 무인이 있고 한국에는 선비라는 문인이 있었어요. 그렇게 학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가 취직때문에 사학과를 무시하는 게 안타까워요. 인문학이 상당히 중요하거든요. 기초학문이니까요. 기초학문을 무시하고는 응용학문이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정말 안타까워요... 제가 미친건지 우리나라가 미친건지....'

한바탕 속마음을 털어놓은 학생은 알바를 하러 가야한다고 했다.
'부모님이 그 잘난 사학과 니가 알아서 다니라고 해서 돈을 벌어야해요'
라는 말과 선생님이라도 축하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훌륭한 사학자가 될 거라는 말을 남기고 애써 웃으면서 갔다.
'대학 입학 축하해. 그리고 힘내!' 라고 나는 그의 등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한국사람들은 에디슨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학력미달로 노가다나 했을거라고 비판적인 농담으로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농담이 정말 가슴이 아프네요.)

이와 비슷한 유형으로 몇일 전 개콘의 장동혁이 일갈한 '장동혁 “삼국통일을 엄정화 동생이 했어?” 국사가 필수 아닌 선택에 일침 발언'도 있다..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연이어 터지는 걸 보면 확실히 현재의 우리나라가 어지럽긴 어지러운 모양이다..쯧쯧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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