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색성야(食色性也)

이성주 외부기고가

19세기 말 도시로 몰려든 미국의 청춘남녀들! 이들은 고향에서의 삶과 전혀 이질적인 도시생활 속에서도 청춘의 아드레날린을 뿜어내고 있었다.

"동네가 다르다고, 여자도 다르겠어? 일단 만나고 보는 거야!"

그러나 만날 장소도, 만남을 이어갈 장소도 여의치 않았다. 대부분 도시 빈민촌에서 다닥다닥 붙어살아야 했던 이들이었기에 고향에서처럼 집이나 야외에서 만날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이들이 선택한 것은 도시문명의 이기라 할 수 있는 카바레나 영화관 같은 대중오락시설이었다(물론 전통적인 피크닉도 포함돼 있었다). 이 대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데이트였다. "제인, 이번에 나랑 데이트 한 번 안 할래?" "너랑?" "그래, 내가 영화도 보여주고...같이 춤도 추러 가자. 어때?" "좋아."

당시의 데이트(date)란 단어는 애초의 의미였던, '만남'과는 좀 거리가 있었는데, 하류계층에서 쓰이는 의미로는 '매춘'을 의미했다. 문제는 이 데이트란 단어가 매춘이 아닌 일반적인 남녀들의 만남에도 쓰이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이때 쓰이는 용도도 앞의 의미인 매춘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데이트 비용은 전부 남자가 내야지 안 그래?"

"당연하지! 금쪽같은 휴일을 쪼개 만나주는 건데."

당시 데이트 비용은 전액 남성이 지불하는 것이 룰이었다. 왜 그랬을까? 가장 큰 이유는 여자들이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자들을 도시로 데려오긴 했어도, 직장에선 그들을 남자들처럼 동등하게 대우하진 않았던 것이다. 결국 여자도 돈을 번다고 하지만, 남자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상황이었기에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가 성립된 것이다. 아울러 데이트의 은밀한 '의미'처럼 남자들이 여자들을 만날 때 '화대'를 지급한다는 논리까지 겹쳐지면서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는 것이 관습처럼 굳어지게 된 것이다.

"요즘 미국 여자들은 각자 더치페이 하잖아!"

"그래, 걔들도 나름 데이트 비용 내더라!"

데이트 비용을 내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오래 된 것은 아니다. 여성들에게 선거권이 부여되고, 성혁명이 벌어지면서 여자들도 주체적으로 나서게 되면서 부터였다.

"남자에게 얻어먹는 다는 건 날 남자의 소유물로 규정하는 것이다!"

좀 극단적인 사고인지는 모르지만, 경제적 종속이 여성억압의 시작이라 생각하면서 이런 관습이 점차 사라졌던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도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로 인해 남녀평등, 양성평등의 목소리가 점차 커져가고 있다. 데이트 비용의 문제는 이런 여성의 사회적 진출에 의해 불거진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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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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