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photo.media.daum.net/photogallery/culture/0804_culturenews/view.html?photoid=3102&newsid=20111216183058100&p=ked
지난 10월5일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뉴욕 미슐랭가이드 편집국이라고 했다. 김훈이 셰프(38)는 귀를 의심했다. 전화를 건 사람의 이름을 물었다. "죄송합니다. 미슐랭가이드 규칙상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점을 양해바랍니다." 순간 '정말이구나' 싶었다. 지난해 12월 뉴욕 맨해튼 서부 '맛집' 밀집 지역인 '헬스키친(Hell's Kitchen)'에 조그마한 한국 식당을 연 지 10개월 만의 일이었다.
김 셰프는 미슐랭 별등급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가 단지를 열기 전 일했던 다니엘, 마사 같은 최고급 레스토랑에만 해당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뉴욕에서 가장 비싸고 유명한 두 레스토랑은 모두 그가 요리사(cook)로 일했던 당시 별 2개에서 3개로 승격됐다. 최고급 프랑스 식당인 다니엘은 별 3개를 받기 위해 식당을 전부 뜯어고쳤다. 카페트도 새로 깔고 테이블, 식기도 모두 교체했다. 1인당 최소 400달러를 내야 식사할 수 있는 일본 식당 마사는 개당 1000달러짜리 그릇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20평(66㎡) 남짓한 공간의 단지는 뉴욕에 수두룩하게 많은 캐주얼 레스토랑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는 "전화를 받고 정말 놀라고 흥분됐다"며 "외부 평가에 집착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요리를 자신 있게 내놓은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과 '모던'의 조화
단지를 찾은 건 미슐랭가이드로부터 별등급을 받은 지 두 달여가 흐른 12월 초였다. 오후 6시, 문을 연 지 30분도 되지 않아 30여석의 좌석이 모두 찼다. 손님 행렬은 10시 넘게까지 이어졌다. 늦게 온 손님들은 입구에 마련된 바에서 '수정과' '소주 샹그리아' 같은 이름의 칵테일을 손에 들고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수정과'는 전통 수정과에 라이위스키(호밀위스키)를 섞어 개발했다. '소주 샹그리아'는 한국 소주에 각종 과일을 섞었다. 모두 뉴욕 최고의 바텐더에게 의뢰해 개발한 칵테일이다. 김 셰프는 "진짜 미식가들은 막걸리를 찾는다"고 귀띔했다. 한국에서 조달한 생막걸리다. 마시는 동안 막걸리의 냉기를 유지하기 위해 두꺼운 유리컵을 사용한다. 메뉴 하나, 식기 하나에도 모두 이유가 있다.
양면으로 된 메뉴 한쪽엔 트래디셔널(Traditional·전통식), 다른 한쪽엔 모던(Modern·현대식)이라고 적혀 있다. 전통 메뉴는 육회, 골뱅이 무침, 고추파전, 갈비찜 등이다. 서울에서 먹는 한국식보다 더 전통적이다. 예를 들어 된장찌개의 영어 표현은 '매운 옛날식의 냄새나는(stinky) 된장 고기스튜'다. 뉴요커들에게 진짜 한국음식을 맛보이고 싶은 셰프의 욕심이 담겼다. 손님의 80%는 백인. 그들은 연신 "판타스틱"을 외쳐댄다.
'모던' 메뉴들엔 약간의 변형이 가해졌다. '매운 삼겹살 슬라이더'는 반으로 가른 모닝롤에 제육볶음을 넣어 만든 미니 버거다. 채 썬 오이를 듬뿍 넣어 맵고 느끼한 맛을 중화시켰다. 이날 직원들과 회식을 위해 단지를 찾은 헤지펀드 포트리스의 존 폭스 사장은 "단지는 서울에서 맛봤던 전통 한국식에 약간의 뉴욕 취향을 가미한 것이 일품"이라며 "김훈이 셰프의 음식이 너무 좋아 단골이 됐다"고 말했다.
◆"음식은 재료와 과학이다"
김 셰프는 단지가 뉴욕의 다른 한식당과 달리 미슐랭 별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게 재료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식당들은 왜 프랑스 식당이나 일본 식당이 쓰는 최고급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지 늘 불만이었다. 단지의 메뉴에는 "우리는 크릭스톤 농장의 쇠고기와 니만랜치 농장의 돼지고기, 벨앤에번스의 닭고기를 사용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문구가 있다. 모두 뉴욕주 북부의 유명한 청정 농가다. 냄새 나는 진짜 시골된장을 찾아 미국 전역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다음은 과학이다. 그는 프랑스 요리가 유명한 이유는 과학과 기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지의 갈비찜은 만드는 데 꼬박 이틀이 걸린다. 고기가 도착하면 우선 기름을 빼낸 후 색깔이 변할 만큼 굽는다. 찌는 과정에서 육즙이 빠져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리고 하루를 묵힌 후 냄비에 넣고 정확히 162.7도의 온도로 2시간45분 동안 찐다. 프랑스식 갈비찜(Braise)과 똑같은 '기술'이다. 유일하게 다른 것은 레드와인 대신 양파, 다시마, 간장을 넣는다는 것뿐이다.
파전을 바삭하게 만드는 것도 과학이다. 냉동실에 보관해 차갑게 만든 반죽을 미리 가열해 놓은 프라이팬에 구워야 가장 바삭한 파전을 만들 수 있다. 그는 "단지의 파전이 다른 식당보다 작은 이유는 차가운 반죽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구우면 프라이팬의 온도가 내려가 바삭한 파전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게 하라
단지의 음식 가격은 메뉴 하나당 7달러(생강소스 두부)에서 20달러(보쌈) 사이다. 보통의 미슐랭 별등급 레스토랑과는 비교할 수 없이 싸다. 김 셰프는 "진짜 한국음식을 최대한 많은 뉴요커가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다니엘 레스토랑은 한 사람당 적어도 200달러는 낼 각오를 해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단지의 고객들은 돈 없는 학생부터 뉴욕 최고의 부자까지 다양하다. 그는 "진짜 부자들은 네 명이 찾아와 메뉴에 있는 모든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단지는 6명 이상이 아니면 예약을 받지 않는다. 조금씩 많은 종류의 음식을 팔기 때문에 한 손님이 얼마나 머물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조지' '다니엘' '퍼세' 등 최고급 레스토랑만 찾는 뉴욕의 부자들이 '진짜' 한국음식을 먹기 위해 줄지어 선 모습을 지켜보는 건 단지에서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의대생에서 요리사 변신한 김훈이 셰프
진짜 단골은 유명 셰프들…퓨전보다 전통한식에 '열광'
"뉴욕에 자신 있게 셰프 친구들을 데리고 갈 한국 식당이 없어 제가 직접 나서게 됐습니다."
뉴욕의 유일한 미슐랭 별등급 한국 식당인 '단지'의 김훈이 셰프는 '프랑스요리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 식당에서 일했는데 왜 한국식당을 열게 됐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세 살 때 영국으로, 열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왔지만 부모님은 매년 나를 한국에 보냈다"며 "한국에서 맛본 음식들은 너무 훌륭했는데 뉴욕에서 그런 맛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뉴요커들이 한국음식을 좋아할 준비가 됐다는 판단도 섰다"고 덧붙였다.
단지가 뉴욕의 다른 한식당과 다른 점은 미슐랭 별등급뿐만 아니다. 유명 프랑스 식당들처럼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라는 점도 한국 식당으론 처음이다. 그만큼 셰프의 자존심을 걸고 음식을 내놓는다는 뜻이다. 김 셰프는 "단지의 진짜 단골들은 모두 유명 셰프"라고 말했다. 그의 옛 사장이자 스승인 '다니엘'의 다니엘 불뤼드 셰프가 대표적인 단골이다. 그는 "셰프들은 변형된 퓨전 한식이 아닌 정통 한식에 열광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날에도 음식전문 케이블채널인 푸드채널의 간판스타이자 미국 캘리포니아에 5개의 식당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 셰프' 가이 피에리가 단지를 찾았다.
김 셰프는 원래 의학도였다. 버클리 공대를 졸업하고 코네티컷 주립대 의대에 다니던 그는 2003년 몸이 안 좋아 휴학했다. 그리고 오로지 음식이 좋아 뉴욕의 프랑스요리 전문학교 에프씨아이(FCI)에 등록했다. 그 후 인생이 바뀌었다. 그는 "요리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기 때문에 공대와 의대에서 쌓은 과학지식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감자와 양파 중 양파가 설탕 성분이 많아 먼저 타기 때문에 두 재료를 같이 요리할때에는 감자를 먼저 구워야 한다는 것. 이런 상식을 레시피를 통해 아는 것과 과학지식으로 아는 것은 큰 차이라는 얘기다.
졸업 후 '다니엘' '마사' 등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그는 지난해 말 집을 사기 위해 아내와 10년 동안 모은 50만달러(약 5억원)를 몽땅 쏟아부어 단지를 열었다. "내년 3월이면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이라는 그는 그 즈음 맨해튼 남부에 또 하나의 식당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셰프는 계속해서 다른 스토리의 식당을 내야 하기 때문에 '단지 2호점'은 아닐 것"이라며 "어떤 식당이 될지는 아직 비밀"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리포터 - 뉴욕서 한식당 최초로 미슐랭 등급 받은 '단지'레스토랑
퓨전·전통식에 가격도 7~20弗 '파격'
최고급 재료와 과학적 조리로 승부
막걸리·파전 인기…서울보다 더 전통적
"축하합니다. 당신의 레스토랑이 뉴욕 미슐랭가이드로부터 별 하나를 받게 된 것을 알려드리게 돼 기쁩니다. 제가 알기로 '단지'는 미슐랭가이드로부터 별등급을 받은 첫 번째 한국 레스토랑입니다."
김 셰프는 미슐랭 별등급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가 단지를 열기 전 일했던 다니엘, 마사 같은 최고급 레스토랑에만 해당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뉴욕에서 가장 비싸고 유명한 두 레스토랑은 모두 그가 요리사(cook)로 일했던 당시 별 2개에서 3개로 승격됐다. 최고급 프랑스 식당인 다니엘은 별 3개를 받기 위해 식당을 전부 뜯어고쳤다. 카페트도 새로 깔고 테이블, 식기도 모두 교체했다. 1인당 최소 400달러를 내야 식사할 수 있는 일본 식당 마사는 개당 1000달러짜리 그릇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20평(66㎡) 남짓한 공간의 단지는 뉴욕에 수두룩하게 많은 캐주얼 레스토랑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는 "전화를 받고 정말 놀라고 흥분됐다"며 "외부 평가에 집착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요리를 자신 있게 내놓은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단지를 찾은 건 미슐랭가이드로부터 별등급을 받은 지 두 달여가 흐른 12월 초였다. 오후 6시, 문을 연 지 30분도 되지 않아 30여석의 좌석이 모두 찼다. 손님 행렬은 10시 넘게까지 이어졌다. 늦게 온 손님들은 입구에 마련된 바에서 '수정과' '소주 샹그리아' 같은 이름의 칵테일을 손에 들고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수정과'는 전통 수정과에 라이위스키(호밀위스키)를 섞어 개발했다. '소주 샹그리아'는 한국 소주에 각종 과일을 섞었다. 모두 뉴욕 최고의 바텐더에게 의뢰해 개발한 칵테일이다. 김 셰프는 "진짜 미식가들은 막걸리를 찾는다"고 귀띔했다. 한국에서 조달한 생막걸리다. 마시는 동안 막걸리의 냉기를 유지하기 위해 두꺼운 유리컵을 사용한다. 메뉴 하나, 식기 하나에도 모두 이유가 있다.
양면으로 된 메뉴 한쪽엔 트래디셔널(Traditional·전통식), 다른 한쪽엔 모던(Modern·현대식)이라고 적혀 있다. 전통 메뉴는 육회, 골뱅이 무침, 고추파전, 갈비찜 등이다. 서울에서 먹는 한국식보다 더 전통적이다. 예를 들어 된장찌개의 영어 표현은 '매운 옛날식의 냄새나는(stinky) 된장 고기스튜'다. 뉴요커들에게 진짜 한국음식을 맛보이고 싶은 셰프의 욕심이 담겼다. 손님의 80%는 백인. 그들은 연신 "판타스틱"을 외쳐댄다.
'모던' 메뉴들엔 약간의 변형이 가해졌다. '매운 삼겹살 슬라이더'는 반으로 가른 모닝롤에 제육볶음을 넣어 만든 미니 버거다. 채 썬 오이를 듬뿍 넣어 맵고 느끼한 맛을 중화시켰다. 이날 직원들과 회식을 위해 단지를 찾은 헤지펀드 포트리스의 존 폭스 사장은 "단지는 서울에서 맛봤던 전통 한국식에 약간의 뉴욕 취향을 가미한 것이 일품"이라며 "김훈이 셰프의 음식이 너무 좋아 단골이 됐다"고 말했다.
◆"음식은 재료와 과학이다"
김 셰프는 단지가 뉴욕의 다른 한식당과 달리 미슐랭 별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게 재료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식당들은 왜 프랑스 식당이나 일본 식당이 쓰는 최고급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지 늘 불만이었다. 단지의 메뉴에는 "우리는 크릭스톤 농장의 쇠고기와 니만랜치 농장의 돼지고기, 벨앤에번스의 닭고기를 사용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문구가 있다. 모두 뉴욕주 북부의 유명한 청정 농가다. 냄새 나는 진짜 시골된장을 찾아 미국 전역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다음은 과학이다. 그는 프랑스 요리가 유명한 이유는 과학과 기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지의 갈비찜은 만드는 데 꼬박 이틀이 걸린다. 고기가 도착하면 우선 기름을 빼낸 후 색깔이 변할 만큼 굽는다. 찌는 과정에서 육즙이 빠져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리고 하루를 묵힌 후 냄비에 넣고 정확히 162.7도의 온도로 2시간45분 동안 찐다. 프랑스식 갈비찜(Braise)과 똑같은 '기술'이다. 유일하게 다른 것은 레드와인 대신 양파, 다시마, 간장을 넣는다는 것뿐이다.
파전을 바삭하게 만드는 것도 과학이다. 냉동실에 보관해 차갑게 만든 반죽을 미리 가열해 놓은 프라이팬에 구워야 가장 바삭한 파전을 만들 수 있다. 그는 "단지의 파전이 다른 식당보다 작은 이유는 차가운 반죽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구우면 프라이팬의 온도가 내려가 바삭한 파전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게 하라
단지의 음식 가격은 메뉴 하나당 7달러(생강소스 두부)에서 20달러(보쌈) 사이다. 보통의 미슐랭 별등급 레스토랑과는 비교할 수 없이 싸다. 김 셰프는 "진짜 한국음식을 최대한 많은 뉴요커가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다니엘 레스토랑은 한 사람당 적어도 200달러는 낼 각오를 해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단지의 고객들은 돈 없는 학생부터 뉴욕 최고의 부자까지 다양하다. 그는 "진짜 부자들은 네 명이 찾아와 메뉴에 있는 모든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단지는 6명 이상이 아니면 예약을 받지 않는다. 조금씩 많은 종류의 음식을 팔기 때문에 한 손님이 얼마나 머물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조지' '다니엘' '퍼세' 등 최고급 레스토랑만 찾는 뉴욕의 부자들이 '진짜' 한국음식을 먹기 위해 줄지어 선 모습을 지켜보는 건 단지에서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의대생에서 요리사 변신한 김훈이 셰프
진짜 단골은 유명 셰프들…퓨전보다 전통한식에 '열광'
"뉴욕에 자신 있게 셰프 친구들을 데리고 갈 한국 식당이 없어 제가 직접 나서게 됐습니다."
뉴욕의 유일한 미슐랭 별등급 한국 식당인 '단지'의 김훈이 셰프는 '프랑스요리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 식당에서 일했는데 왜 한국식당을 열게 됐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세 살 때 영국으로, 열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왔지만 부모님은 매년 나를 한국에 보냈다"며 "한국에서 맛본 음식들은 너무 훌륭했는데 뉴욕에서 그런 맛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뉴요커들이 한국음식을 좋아할 준비가 됐다는 판단도 섰다"고 덧붙였다.
단지가 뉴욕의 다른 한식당과 다른 점은 미슐랭 별등급뿐만 아니다. 유명 프랑스 식당들처럼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라는 점도 한국 식당으론 처음이다. 그만큼 셰프의 자존심을 걸고 음식을 내놓는다는 뜻이다. 김 셰프는 "단지의 진짜 단골들은 모두 유명 셰프"라고 말했다. 그의 옛 사장이자 스승인 '다니엘'의 다니엘 불뤼드 셰프가 대표적인 단골이다. 그는 "셰프들은 변형된 퓨전 한식이 아닌 정통 한식에 열광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날에도 음식전문 케이블채널인 푸드채널의 간판스타이자 미국 캘리포니아에 5개의 식당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 셰프' 가이 피에리가 단지를 찾았다.
김 셰프는 원래 의학도였다. 버클리 공대를 졸업하고 코네티컷 주립대 의대에 다니던 그는 2003년 몸이 안 좋아 휴학했다. 그리고 오로지 음식이 좋아 뉴욕의 프랑스요리 전문학교 에프씨아이(FCI)에 등록했다. 그 후 인생이 바뀌었다. 그는 "요리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기 때문에 공대와 의대에서 쌓은 과학지식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감자와 양파 중 양파가 설탕 성분이 많아 먼저 타기 때문에 두 재료를 같이 요리할때에는 감자를 먼저 구워야 한다는 것. 이런 상식을 레시피를 통해 아는 것과 과학지식으로 아는 것은 큰 차이라는 얘기다.
졸업 후 '다니엘' '마사' 등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그는 지난해 말 집을 사기 위해 아내와 10년 동안 모은 50만달러(약 5억원)를 몽땅 쏟아부어 단지를 열었다. "내년 3월이면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이라는 그는 그 즈음 맨해튼 남부에 또 하나의 식당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셰프는 계속해서 다른 스토리의 식당을 내야 하기 때문에 '단지 2호점'은 아닐 것"이라며 "어떤 식당이 될지는 아직 비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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