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SOCIETY] 기업의 사회적 성격을 높이는 3가지 방법

최근 '기업'과 '사회'가 서로 접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동안 '사회'라는 말은 주로 사회보장 혹은 '복지'라는 개념과 연결되었고, '기업'이라는 말은 '이윤'과 연결되어 왔기 때문에 이 새로운 현상은 복지와 이윤이 결합하는 새로운 흐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 양자의 접근 현상 중에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사회적 기업'이다. 2007년에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제정되었고, 최근 신영복 선생님께서 '사회적 기업가 학교'의 교장을 맡는 등으로 사회적 기업이 잔잔한 물결처럼 동심원을 그리며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육성법'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이란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 등을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러한 사회적 기업은 유럽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그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우리의 귀에 익숙한 사회적 기업으로는 요구르트 회사인 '그라민-다농 컴퍼니'가 있고, 국내 기업 중에도 '아름다운 가게'가 사회적 기업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사회적 기업과는 별도로 1997~1998년에 미국에서는 '사회 기업가 정신(Social Entrepreneurship)'이라는 개념이 제시된 바도 있었다. 이 역시 사회복지와 자본축적을 위한 기업 활동을 결부시킨다는 용어였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개념도 최근 일각에서 강조되고 있다. 1963년 맥과이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업의 사회에 대한 경제적, 법적 의무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에 대한 책임까지를 의미한다"고 정의한 바 있다.

전경련이 주도하는 이른바 '윤리경영'이라는 개념도 넓게 보면, 이렇게 기업과 사회가 접근하는 현상의 하나로 보인다. 물론, '윤리경영'이라는 것은 우호적인 기업 이미지를 형성해 경영 성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고, 따라서 그 한계가 비교적 뚜렷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제록스, 휴렛패커드와 같은 기업들은 윤리경영으로 큰 이윤을 남겼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봉사 활동이 하나의 경영전략 차원으로 격상되었다는 점에서 윤리경영 역시 '기업'과 '사회'가 서로 접근하는 경향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사진 맨 왼쪽). 그는 금융기관이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사회적 기업'에 도전하는 이들 역시 비슷한 꿈을 품고 있다. ⓒYunus Centre

그런데 필자가 보기엔, 이상 열거한 사회적 기업, 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들은 다소 좁은 맥락의 의미 규정으로 보인다. 이상의 개념들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들은 기업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풍부한 사회적 성격에 비하면 좀 협소한 규정이다.

원래 모든 기업은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적 성격을 갖고 있다. 기업은 일정하게 사회적으로 형성된 조건 속에서 탄생하고, 그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회에 기여한다. 기업의 사회적 기여라 함은 단순한 재정 지원부터 사회적 혁신에의 기여, 고용 기여 등 매우 광범위하다.

즉, 원론적으로는 모든 기업이 사회적 기업이며, 결국 사회적인 기업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중요한 것은 '기업이 어느 정도까지 사회적 성격을 띠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필자의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성격을 높이는 데는 3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즉, 조세제도, 주식제도, 회계제도를 통해 거의 모든 기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 그는 '부자 감세'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설계자로 꼽힌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을 좀 더 깊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의 사회적 성격을 총체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문제다. ⓒ프레시안
첫 번째는 조세제도이다. 사실 현존하는 모든 기업은 '법인세'를 통해 이미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물론 이윤을 내지 못해 세금을 못내는 기업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현재의 모든 기업은 법인세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시스템 위에 존재한다. 법인세는 국가재정에 기여하는 중대한 3대 세수 중의 하나이다. 법인세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사회 기여도는 높아진다. 예를 들어, 법인세율이 30%면 기업 활동으로 번 이익의 30%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기업의 사회적 기여분을 우리는 수량적으로 파악할 수도 있고, 세율을 통해 이를 조정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해 우리는 흔히 '부자 감세'라고 표현한다. 물론, 대중 선전용으로 보면, 이렇게 의미 전달이 쉬운 용어도 별로 없다. 그러나 우리가 보다 주목해야 할 이명박 정부 감세 정책의 의미는 법인세율 인하 즉, 기업의 사회적 성격을 총체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문제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 37%가 넘었던 법인세율은 이제 20%로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기업의 사회적 성격이 17% 포인트나 추락한 셈이다.

두 번째로는 주식제도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성격을 높일 수 있다. 우리는 '사회적 기업'의 사례를 통해 국가가 기업의 창설 과정에 개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가가 민간 기업의 창설에 개입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사실, 사회적 기업이 아니더라도 국가는 기업의 탄생과 유지에 개입해왔다. 기술보증기금, 산업은행과 같은 기관들을 동원해 기업의 설립과 회생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국가가 이러한 기업의 창설에 개입해서 그 소유권을 분배받는 전략에 대해서는 별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만약, 국가가 기업의 창설이나 혹은 기업의 위기에 개입해서 그 대가로 해당 기업의 소유권을 주식으로 보상 받는다면 기업은 향후 배당을 통해 국가 재정에 기여하게 된다. 또한, 배당 이전에 소유 자체로서 사회적 성격을 갖게 된다. 이것은 전체 기업의 사회적 성격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써 매우 큰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런 측면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무기기 전문제작 기업인 '신도리코' 같은 기업은 우상기 창업주가 주창한 '3애 정신'이라는 창업이념이 있다. '3애 정신'이란 '나라를 사랑하고, 직장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인데, 이 정신을 구현한 이윤 배당의 원칙이 <3:3:3:1> 원칙이다. 여기서 <3:3:3:1> 원칙이란 기업의 이윤 전체를 10이라고 가정했을 때, 3을 기업 발전을 위해 재투자하고, 3은 자본가에 배당하며, 3은 종업원에 지급하고, 그리고 나머지 1은 사회를 위한 공익사업에 사용한다는 원칙이다.

여기서 자본가가 가져가는 30% 외에 나머지 70%는 대개 사회적 의미를 지니는 배당이다. 이런 원칙 하에서라면 아무리 민간 영리기업이라도 할지라도 그 기업의 사회적 공헌은 극대화 될 수밖에 없다.

사실 국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훌륭한 주식 투자자의 자질을 갖고 있다. 우선, 국가는 장기투자의 주체로서 적합한 성격을 갖고 있다. 국가는 단기이익에 그렇게 목을 매지 않는다. 미국 자본주의가 겪었던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주주들이 단기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전문경영인들이 모두 '당기업적주의자'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중요한 시스템 상의 문제였다. 장기투자에 대한 회피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는 이런 습성이 없다. 둘째 국가는 안정된 재력을 바탕으로 거대 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재정규모 자체도 크거니와 국채 등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이 어마어마하다. 셋째, 국가는 경영권에 별 관심이 없다. 국가의 기업경영 능력은 전혀 확인된 바 없기도 하고, 개별 기업의 경영권에는 관심도 없다. 단지 법인세를 많이 내면 좋아할 뿐이다. 국가야말로 이상적인 주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국가를 개별 기업이 소유권 분배를 통해 '주주'로 영입하지 못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러나 쌍용차의 해결 과정에서 보듯이 오늘의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기업의 사회적 성격을 높이는 데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세 번째로는 회계제도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성격을 높일 수 있다. 회계제도를 통해 기업정보를 생산하고 공동 소유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정보를 공동 소유하면 기업의 진로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앞서 예를 든 신도리코는 회사의 회계장부를 누구나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직원 누구나 투명하게 경영 내용을 알 수 있고, 세무서조차 이 전산시스템에 들어와 그 내용을 그대로 세금으로 처리할 정도라고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양적으로 측정하고 판단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 같다. 그들은 국제표준화기구(ISO)를 동원해 새로운 표준을 작성하는 데 골몰했다. 그들은 연구 끝에 ①환경 ②인권 ③노동 ④지배구조 ⑤지역사회 참여 ⑥공정관행 실천 ⑦소비자 이슈 등 7개 분야에 걸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 이른바 ISO26000을 개발 중에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볼 때, 기존의 회계기준을 잘 활용하기만 하면 ISO26000이 아니더라도 기업의 사회적 공헌도를 수치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현재 재무제표라고 부르는 것들 중에는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이익잉여금 처분계산서, 현금흐름표라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재무제표들은 기업의 재무상태나 손익현황을 볼 수는 있으나 그 기업이 얼마나 사회에 기여했는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필자의 생각으로는, (가칭)사회공헌이익 처분계산서 같은 새로운 재무제표를 창설해서 그 기업의 사회기여도를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어차피 재무제표의 작성이란 이미 계정과목별로 구분된 통계를 재구성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임금으로 얼마나 지급했고, 사회봉사로 얼마를 사용했는지 등등, 기업의 사회활동과 관련된 계정과목만 따로 모으면 해당 기업이 얼마나 사회에 공헌했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재무제표를 바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미래다. 지금이 자본주의 사회인 이유는 사회의 모든 혁신을 자본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회를 바꾼다는 것은 기업을 바꾸는 것이 될지 모른다. 따라서 기업의 형질 변화는 복지국가 전략과도 관련이 깊다.

조세전략과 복지전략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조세전략이 입구 측 전략이라면 복지구현 전략은 입구에서 확보된 재원으로 일을 벌이는 출구 측 전략이다. 입구와 출구는 서로 긴밀한 전략적 분업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결국, 우리는 사회적 기업, 기업의 사회적 책임, 혹은 사회적 기업가 정신, 심지어는 윤리경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개념과 시도들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성격 확대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또, 조세, 주식, 회계 제도상의 다양한 장치들을 통해 모든 기업의 사회적 성격을 높이는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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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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