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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으로 쉽게 친근감 느껴”
일상서 의식 못하고 사용
“선생님 불만 욕하면 후련”
억압에 대한 탈출구 생각
# 등교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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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은 김군에게 “어차피 이제 태도 점수 나가리 아님?”이라며 수업에 들어가지 말자는 제안을 했다. ‘나가리’는 깨짐, 무효, 허사라는 뜻의 일본어다. 신군은 “욕도 욕이지만 은어로 쓰이는 일본어를 섞어 사용하면 멋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신군은 김군에게 “치사한 새×”라고도 했다. 신군은 “‘새×’는 ‘개새×’ 같은 동물을 가리키는 욕이라기보다는 별 뜻 없이 친구를 부르는 말”이라며 “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섭섭함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적으로 또래 집단 사이에서 쓰는 단어라는 것이다.
여학교인 전북의 ㅇ고등학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 학교 2학년 심아무개양은 “친한 친구 사이에 욕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지 않다”며 “욕을 하면 쉽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습관적으로 욕을 쓰다보니 오히려 욕을 쓰지 않는 학생은 ‘찌질이’나 ‘왕따’로 놀림을 받는다. 김군과 신군은 “욕을 고치려고 노력해 본 적도 있지만 다 욕을 하는데 나만 안 하면 괜히 소외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 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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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연예인이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화제로 대화를 나눌 때에도 욕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나 어제 10시간 잤어. 씨×, 미쳤나 봐. 그래도 지붕뚫고 하이킥은 보고 잤다. 이나영 나왔어” “최다니엘 전 여자친구로 나왔는데 남장한 모습 쩔어. 이나영 존× 예뻐. 대박!” ㅇ고등학교 2학년 심양과 정아무개양이 점심식사를 하며 나눈 대화다. 연예인의 외모에 대한 ‘확실한’ 평가를 위해선 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ㅎ고등학교의 신군도 “욕을 쓰지 않으면 대화에 재미가 없을 뿐 아니라 확실한 감정 표현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말’, ‘진짜’와 같은 일반적인 부사로는 ‘감정’을 제대로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 수업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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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불만도 욕으로 해결한다. 특히 선생님을 향한 욕설은 심각하다. “추워 죽겠는데 왜 쫓아내고 지×이냐.” “대머리 주제에 깝싸네.” ㅎ고등학교 2학년 김군과 신군은 계속해서 거친 욕을 내뱉었다. 수업 시간에 떠들었다고 교실 밖으로 내쫓은 선생님에 대한 반발이다. ‘깝싼다’는 건방지고 주제넘게 군다는, ‘까불다’의 뜻이다.
ㅇ고등학교의 심양도 “선생님에게 불만이 있어 욕을 할 때에 통쾌함을 자주 느낀다”며 “욕을 하면 속이 후련해진다”고 말했다. 기성세대가 금지한 ‘욕’을 쓰면 억압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충동적 감정을 다스리기 힘든 사춘기의 아이들을 끌어안아 줄 사회적 장치가 없는 탓도 있다.
# 수업이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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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들은 특히 동성 친구끼리 있을 때 욕을 더 심하게 한다. 성에 대한 노골적인 욕설을 통해 상대방을 더 깎아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군은 “남학생의 욕설은 대부분 성적이다. 가끔 얼굴을 붉힐 만큼 야한 단어를 욕에 섞어 하는 친구도 있다”며 “나도 욕을 하지만 인신공격을 하거나 성적 비하 발언을 들을 땐 좀 힘들다”고 말했다. 성적인 욕설은 관심 있는 여자 연예인이나 여자 친구를 표현하기 위해서도 자주 쓰인다. “존× 예뻐, ○○!!” “난 △△가 더 예쁜 것 같은데,×다!” 어제 저녁 텔레비전 음악 프로그램에서 본 여성 그룹 멤버들의 외모를 두고 신경전이 한창이다. 신군은 “‘×다’는 예쁜 여자를 보면 꼭 해야 하는 말”이라며 “남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욕설이라 뜻을 말하기엔 조금 음란하다”고 쑥스러워했다. 예전보단 개방적인 성 문화가 널리 퍼졌지만 아직까지 10대들에게 성은 금기시되고 있다. ‘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없는 탓에 왜곡된 ‘성적 욕설’만이 청소년의 일상에 깊이 파고들고 있다.
이슬기(이일여고 2년), 진혜란(해강고 2년) <아하!한겨레> 2기 학생수습기자
p.s
'문제아 뿐 아니라 일반아이들까지…'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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