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jpnews.kr/sub_read.html?uid=4665&section=sc1&section2=%BB%E7%C8%B8

일부 연예인 중심 '한류'가 '한국 드라마 열풍'으로 발전 중!

이연승 기자  

"혹시 아십니까? 최근 일본
TV 를 켜면 거의 하루종일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 석간 겐다이는 한국 드라마에 빠진 중년여성에 대해 '한류처'라는 명칭을 붙이고 한류로 집안일까지 나몰라라 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일본인들이 왜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빠져있다. 오히려, 한류처를 두고 있는 남편들의 가혹한 생활도 함께 소개하면서 다시 달아오르고 있는 한류붐에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고 있을 뿐이다.

이와 달리, 아사히신문 계열 주간지 아에라(5월 3일호)에 왜 일본인이 한국드라마에 열광하게 되는지 그 배경에 대해서 심도있게 분석한 특집기사가 실려 눈길을 끌고 있다.

◆ 평범한 시청자들도 한국 드라마 보기 시작해  

아침 일과를 시작하는 10시 5분.
도쿄에 사는 주부 A모 씨(45)는 TV로 향한다. 이병헌이 출연하는 한국 드라마 '올인'을 보기 위해서다.

그녀가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계기는
후지TV에서 올해 1월부터 한류 드라마 전문 프로그램 '한류α'(월~금 오후 2시)에 방송된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대본을 거의 외울수 있을 정도로 봤다. DVD까지 구입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 방송되는 오후 2시경엔 후지TV가 아닌 다른 채널에서도 한류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다. 최근에는 '찬란한
유산'에 푹 빠져있다. 방송시간에는 집 밖을 나가지 않아도 업무가 가능하도록 업무 시간을 조정했을 정도다.

"일은 드라마 방송시간 중간중간에 짬짬이 하는 느낌이죠. 2월에 DVD로 '굳세어라 금순아' 를 접한 이후엔 1주일 내내 아침부터 밤까지 정말로 드라마만 봤습니다. 스스로도 '시간을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일본에서 이런 일은 이제 흔한 이야기가 되고 있다. A모 씨처럼 열성적인 한국 드라마 팬들이 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그들은 '한류 스타' 팬이 아닌 '한국 드라마'의 팬이라는 사실이다. 위성방송 'BS-TBS'의 편성부를 맡고 있는 오오카와 씨는 <아에라>의 취재에 이렇게 말했다.

"이전부터 한류팬들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를 보는 움직임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말 평범한 시청자들로부터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는 전화나 편지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 한국 드라마, 더 이상 '아줌마'들의 전유물 아니다

한국 드라마가 위력을 떨치는 것은 TV 채널 뿐만이 아니다. DVD 대여 등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 '츠타야' 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는 지난해 연간 대여 회수가 8,829만 3,656건에 달해 과거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한국 드라마가 이렇게 일본에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열풍의 발단은 2003년 4월부터 NHK 채널을 통해 방송된 '겨울 연가'였다. 흔히 '한류'라고 하면 '일본 아줌마들의 전매특허'라는 이미지도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2004년에 NHK에서 '대장금'이 방송되면서부터 상황은 변했다. '한류'와는 거리가 멀었던 50대 이상 중년 일본
남성들을 TV 앞으로 모여들게 한 것이다.

한때,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영화가 일본에 속속 상륙했으나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 '한류가 한물 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왔으나 영화와 달리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계속 이어졌다. 한국 연예인들의 일본 내 팬미팅과 공연이 끊임없이 이어진 것이 그 반증이다.  

최근 위성방송 채널 NHK BS2에서 한국 사극드라마 '이산' 을 편성한 아라타니 프로듀서는 예상치 못한 인기에 놀랐다고 한다.

"위성방송이라는 한계도 있기 때문에 첫 회 시청률이 1.5% 정도만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2.1%라는 기대 이상의 시청률을 보였죠. '대장금'의 최고시청률이 2.3%였습니다만 '이산'은 이미 역대 최고인 4%를 넘어 평균 시청률 3%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시청자의 절반은 남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방송하는 지상파 방송사들도 남성 시청자들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2007년 10월 시청률 등의 문제로 후지TV에서 방영이 중지된 '주몽'이 올해 4월 15일부터 TV 도쿄에서 밤 12시 35분에 다시 방송되고 있다. 이 시간대에는 원래 남성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영화가 주로 방송되지만 최근 중년 남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한국 사극드라마를 편성함으로서 타 방송국과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TV도쿄와 BS재팬에서 한국 드라마 편성을 담당하고 있는 타다 씨의 말에 의하면 한국 드라마는 젊은 층까지 그 폭이 넓어지고 있다.

"최근 1년동안 동방신기 등 K-POP의 영향으로 젊은 층에서도 팬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학 1학년인 다카기 이즈미(19)씨는 그 중 한 명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한국 아이돌그룹 '슈퍼 주니어'의 팬이 된 이후부터 한국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해 드라마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주위에 아무리 열심히 '한국 드라마'의 장점을 설명해도 반응은 차가웠다고 한다.

그러나 동방신기 인기가 불붙기 시작한 이후부터 차가웠던 주변 친구들도 서서히 그녀의 의견에 동감을 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주위 분위기가 갑자기 급변한 것이 올해 3월, 학교 봄방학 기간동안 후지TV에서 '찬란한 유산'이 방송되고나서였다.

"주위 친한 여자애들은 전부 보고 있었어요. 이후 한류에 대해서 이런저런 질문을 받는 입장이 됐습니다. 그 아이들은 이 드라마로 완전히 한국 드라마에 대한 편견이 깨진 듯이 보였어요. 현재 '찬란한 유산'의 뒤를 이어 방송되고 있는 '뉴하트'를 보고 있는 애들도 많습니다."

이런 현상에 '찬란한 유산'을 방송한 후지TV 편성부의 야기 씨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찬란한 유산'이 방송된 오후 2시는 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고정화되어 있는 시간대입니다. 시청률도 거의 변동이 없죠. 그러나 지난해에 평균 3.9%였던 시청률이 '찬란한 유산'이 방송될 땐 6.6%로 뛰어올랐습니다. 최고 시청률이 9.7%까지 치솟기도 했지요. 이런 기록은 10년동안 없었습니다."

후지TV에서 방송되는 한국 드라마는 로맨틱 코메디 장르가 주를 이룬다. 시청자로부터 연령에 관계없이 '보는 내내 두근거렸다'는 시청자 의견이 많이 접수됐다고 한다. 후지TV는 앞으로도 여성들이 가볍게 볼 수 있는 연애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내보낼 의향을 밝혔다.


▲  일본을 방문한 이병헌   ⓒJPNews

◆ '한국 드라마' 손에 넣기 위해 치열해지는 경쟁, 부작용도

"예전에는 비디오나 DVD 제작회사가 라이벌이였다면 지금은 민방(NHK를 제외한 5대 민간방송국 : 니혼TV, TBS, TV아사히, TV도쿄, 후지TV)이 라이벌입니다."

NHK의 아라타니 프로듀서는 좋은 한국 드라마를 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NHK는 다 만들어진 드라마를 사들이는 것이 기본 방침입니다만, 경쟁이 치열해진 최근에는 한국 제작사들이 작품이 다 만들어지기 전에 '살지 안살지 결정 하라'고 요구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드라마의 경우는 기획 단계에서 인기배우 '원빈'이 출연한다는 이야기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기도 했죠."

그는 최근에 단지 '인기 배우의 이름'이 들어간 초안 각본으로 구입 결정을 요구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 내 '한류'가 일부 인기 연예인을 중심으로 발전한 가장 큰 부작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한국 드라마는 초안과 달리 나중에 바뀌는 부분 등이 많아 사전에 판단하기에는 그 리스크가 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또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한국 드라마의 매입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현재 TV 배급에 따른 수익만으로는 그 차액을 메울 수가 없어서 DVD 등의 발매를 통한 수익까지 합쳐야 타산이 맞을 정도입니다."

이전 '한국 영화 수입 급증 현상'에서 볼 수 있었던 거품 현상이 '한국 드라마'에서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 2004년도에 스포츠 일간지 <석간 후지>에서는 '한류로 인해 한국 영화의 개봉 편수가 외국 영화 중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한창 한류 붐이 일어났을 때 한국 영화도 덩달아 많은 수가 일본 내에 들어왔지만 결국 '반짝 인기'에 그쳤다.

그때와 비슷하게 지금도 점차 '고액 콘텐츠화' 되가는 한국 드라마를 구입 및 배급 할 수 있는 환경이 '백그라운드에 돈을 쥐고 있는 큰 방송국이나 DVD 렌털 시장을 독점 가능한 대형 제작사'로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곧 독점 현상을 불러 올 수 있다.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 등을 배급한 코리아 엔터테인먼트 광고부의 나가시마 씨는 강조했다.

"각 방송사와 DVD 제작사 등이 적정 가격으로 독자적인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작품 선택을 통해 차별성을 지닐 수 있게 된다면, 다시 한류 시장에 거품이 끼게 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한국 드라마 열풍'이 '열풍'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 이유 있는 열풍, 닫힌 일본사회를 비추는 거울?

한국 드라마를 둘러 싼 일본 방송국과 DVD 제작사 측의 이런 사정과는 다르게 시청자들의 입장은 하나다. 바로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싶다'는 것.

매주 1회 5편은 한국 드라마를 빌려본다는 41세의 회사원 여성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이후로 일본 드라마, 특히 가벼운 하이틴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 같은 이야기는 보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집니다. 똑같이 현실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그린다고 해도, 한국은 한사람 한사람 캐릭터가 확실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멋지고, 이야기도 전개가 빠르기 때문에 한번 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습니다."

한국드라마는 '각본이 좋다'는 칭찬의 목소리가 방송국 관계자를 비롯해 시청자들에게 널리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일본 드라마와 비교하면 한국 드라마는 왠지 모를 '열정'이 느껴진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 드라마 특유의 '뜨거움'에 빠져드는 팬들이 많다는 것이다.

<아에라>는 다음과 같이 한국 드라마를 정의했다.

"확실히 주위를 둘러보면 천애 고아도,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도, 아기 시절에 다른 아기와 착각되어 인생이 바뀐 사람도 보기 드물다. 그러나 그런 인생을 수십명 함축 시킨 것 같은 캐릭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뜨겁고 격렬한 세계가 전개된다.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에게도 충분한 상황 설정으로 감정 이입이 가능한 '인간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 드라마를 방송하는 NHK에는 '보고나서 가슴 한 구석이 뜨거워졌습니다'는 시청자 감상평이 많이 온다고 한다. 그 중에는 "이렇게 웃어본 적이 있었나...? 이렇게 크게 울어 본 적이 이전에도 있었나..?" 등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움직인다는 의견이 많은 수를 차지한다.

"일본의 '갈등은 피하고 덮어두고 보자'는 주의와는 다르게 한국은 모든 걸 발산합니다. 보고 나면 기분이 개운해 지죠. '갈등을 풀고 함께 힘내서 살아가자'라는 메시지를 많이 받습니다."

익명의 일본 주부가 내린 '한국 드라마' 평가와 함께 <아에라> 는 다음과 같이 덧붙이며 기사의 끝을 맺었다.

"한국 드라마의 일본 내 열풍은 물론 드라마 자체의 재미도 작용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현재 일본에 결여돼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증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즉, 정체된 일본인들의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활기찬 한국 드라마는 점점 일본인에게 없어서는 안될 '약'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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