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8/10/2010081000028.html
50대부부 청구 받아들여 "아이 복리에 큰 도움"
어머니가 누나 되는 등 가족질서에 혼란 불러 그동안은 허용 안해


재판부는 "청구를 허가하면 외조부모가 부모가 되고, 어머니와 이모가 누나가 되는 등 가족질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며 "그러나 김군이 입양 결정으로 생모와 이모가 누나가 되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김군의 부모, 조부모는 물론 이모도 입양청구에 동의하고 있어 가족질서상의 혼란이 초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딸만 둘을 둔 최씨 부부가 김군을 친양자로 입양해 대(代)를 잇게 하고, 딸의 재혼 장애 사유를 없애려고 하는 사정이 엿보이지만, 입양 청구를 허가하는 것이 김군의 복리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군의 어머니(31)는 미성년이자 미혼인 상태에서 김모(32)씨를 만나 김군을 낳았으나 김씨의 부모가 결혼을 반대, 출생신고를 위해 잠시 혼인신고를 했을 뿐 최씨 부부가 지금까지 김군을 키워왔다. 김군의 어머니는 세 번째 혼인을 앞두고 있고, 지난 6월 새 배우자와의 사이에 딸을 출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서울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결국 가치판단의 문제로 보이는데, 판사는 전통적인 가족관계의 틀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가장 옳은 선택인지 살핀 후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아이의 입장에서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불가피한 집안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결정은 가족관계의 중요성을 너무 가볍게 판단해 기존 민법체계의 근간을 흔든 것 아니냐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최근 다른 법원이 비슷한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판단을 내린 바 있어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울산지법 가사2단독 조인영 판사는 지난 7월 60대 김모씨 부부가 "딸이 쉽게 결혼할 수 있도록 4살짜리 외손녀를 친양자로 입양하게 해달라"며 낸 신청을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가족질서에 중대한 혼동이 초래되고 선량한 풍속에도 반할뿐더러, 김씨는 외손녀가 아닌 딸의 행복을 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번 창원지법 판결에 대해 가사 전문 김재련 변호사는 "판사의 주관이 개입된 온당치 못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아무리 아이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한다고 해도 가족관계를 비틀어 아버지의 빈자리를 외할아버지로 대체하면 예민한 나이의 아이에게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차라리 아이에게 부모의 부재 상황을 차분히 설명해주는 게 자아 정체성을 지켜주는 길"이라고 했다.

대한변협 인권이사인 이명숙 변호사도 "이번 판결의 영향으로 전국 법원에서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경우 오히려 나중에 재산 상속 싸움 등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외손자와 외손녀를 친양자로 들일 수 있느냐' '임신을 한 딸의 뱃속 아기를 자기 아이로 출생신고 할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경우가 있는데, '딸을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순리는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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