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4·20 장애인의 날…"장애인도 어울리며 함께 살자"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비를 맞아가며 거리로 나와야 하는가. 장애인은 늘 목숨 걸고 싸워야만 하는가."

경찰에 의해 인도로 끌려나온 박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자립생활위원회 부위원장은 찬비를 맨몸으로 맞으며 이렇게 외쳤다. 4월 20일 스물아홉 번째 맞이하는 장애인의 날, 풍경이었다.

이날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가 열렸다. 같은 시각 동대문에서는 장애인의 게릴라 시위도 진행됐다. 오후 3시 30분께 동대문과 이화여자대학교 병원 사이 차도를 박현 씨를 비롯한 5명의 장애인들이 막고 나섰다.

▲ 장애인 5명이 동대문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프레시안

"이렇게라도 안하면 우리의 목소리를 아무도 듣지 않는다"

이들은 사슬로 자신과 사다리를 묶고 "끝까지 투쟁해서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외쳤다. 이들 앞과 뒤에는 "장애인 생존권 말살하는 이명박 정권 규탄한다", "이명박 정권에 인권은 없다" 등의 구호가 쓰인 현수막이 내걸렸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에 의해 시위를 시작한 지 단 10분 만에 인도로 끌려나왔다.

인도로 끌려나온 박현 부위원장은 "우리의 목소리를 아무도 듣지 않고 있다"며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게릴라 시위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장애인 생존권 9대 요구안 쟁취를 위해 25일째 노숙 농성을 벌여오고 있다.

9대 요구안은 △탈시설·주거권 보장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정책 수립 △장애인연금제도 도입 △활동 보조 권리 보장 △장애인차별금지법 무력화 시도 중단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 철회와 노동권 보장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개정 및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정책 시행 △장애인에 대한 의료보험 및 의료정책 제도 개선 등이다.

특히 장애인들이 핵심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은 탈시설과 주거권 보장이다. 박현 부위원장은 "시설에서의 부당 대우를 견디다 못한 장애인들이 자립 생활을 하려고 해도 이들이 갈 곳은 없다"며 "지금 상태에서 시설을 나선 장애인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장애인 시설에서는 인권유린이 비일비재하지만 정작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리어 시설을 확충하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울부짖었다.

"장애인을 본 뒤 흘린 이명박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

같은 시각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주최한 결의 대회에는 300여 명의 장애인 및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19일에 이명박 대통령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중증 장애인 요양시설방문해 눈물을 흘린 것을 두고 "악어의 눈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새를 잡아먹고 새가 불쌍하다고 눈물 흘리는 악어와 이명박이 다를게 없다"며 "장애인을 보고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를 읽고 정말 황당했다"고 밝혔다. 뒤에서는 장애인들의 요구를 묵살하며 앞으로는 눈물 흘리는 모습이 기만적이라는 것.

그는 "시설에 수용된 장애인 중 70%가 주택을 준다면 나가서 살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며 "게다가 50%는 주택이 없어도 나가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장애인을 둔 부모들 중 90%가 이들을 시설에 두고 싶어한다"며 "우리는 이런 모순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시설에 사는 이유를 "사회에서 이들을 받아주지 않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물 좋고, 산 좋은 곳에 장애인들을 가두어 놓고 이걸 복지라고 한다"며 "이 사회가 야만적이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탈시설화"라며 "야만적 차별을 투쟁으로 바꿔나가자"고 독려했다.

ⓒ프레시안

▲ 20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는 장애인들이 모인 가운데 탈시설화를 요구했다.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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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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