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굴하다는 건 간단하게 말해 상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굽신거린다는 뜻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사람들의 행동을 가만히 살펴보면, 사과를 하더라도 담담하게 사과를 하는 사람과 온갖 제스춰를 다 갖춰가며 너무 미안해 죽을 것 같다는 뉘앙스로 사과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중 어느 쪽이 비굴하다는 것과 연관이 있을까?
당연히 후자라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왜 후자가 비굴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일까..
그 것은 자신이란 존재를 상대의 기분에 따라 모든 것이 좌우되는 하찮은 존재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좀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전자는 '나는 너에게 사과를 한다. 하지만, 이는 내가 잘못했다 생각하기에 사과하는 것일뿐, 결코 너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사과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이를 너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또는 이 때문에 너가 흡족해 하든 불쾌해 하든 그 것은 니 마음이지 내가 관여할 바는 아닌 것이다.' 라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경우라면, 후자는 '나는 너에게 사과를 한다. 하지만, 그 것은 어디까지나 내 잘못보단 너의 기분이 우선이기 때문에..다시 말해서, 너에게 사과를 하고 너의 비위를 맞춰줌으로써 너의 기분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너의 그 나빠진 기분이 나에게 안좋은 결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기에 그 것을 미연에 방지해 보고자 이렇게 잘잘못은 뒷전으로 하고 너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이 사과를 받고 제발 기분을 풀어다오.' 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말이다.

물론 정말 자신이 잘못해서 사과하는 것인 경우라도 마찬가지이다.
앞서 말했듯이 요는 상대방의 기분에 따라 이쪽의 가치관과 언행이 좌지우지된다는 데 있다는 것이고, 이러한 상황이나 행동을 일컬어 우리는 '비굴하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비굴하지 않고 당당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정의에 입각해 생각을 하고, 말과 행동의 주체 역시 자신에게 두면 되는 것이다.
상대방의 기분에 맞춰 자신의 기준이 바뀐다거나 정의를 왜곡해서 행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옳은 일이라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든 하고, 옳지않은 일이라면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더라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쪽에서 잘못한 것이 있다면 당연히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하되, 그 과정에서 도를 넘은 사죄의 행위로 인해 내 자신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고 부끄러워하게 되는 일이 발생해선 안될 것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는 건 권장할 사항이나 만약 그 배려가 불의를 필요로 하거나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면 절대 그 불의와는 타협하는 일이 있어선 안될 것이다.

이 것만 제대로 지킨다면 그는 어디가서도 비굴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p.s
한가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비굴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이상하게 해석해서 '내가 낸데' 하며 꼴리는대로 행동하거나 싸가지 없게 행동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모든 언행의 정당성은 올바른 개념과 정의에 입각해서 표현되었을 때에만 가질 수 있다.
때문에 자신만 비굴하지 않으면 타인을 강제적으로 비굴하게 만들거나 혹은 인간관계를 해치는 무례배와 같은 행동을 해도 용서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 건 얼토당토않은 생각이라는 것을 꼭 명심하도록 하자.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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