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참으면 병된다' 는 말을 많이 한다.
터뜨려야지 계속 참기만 하면 화가 쌓이고 쌓여 나중에 감당못할 정도로 폭발하거나 혹은 안으로 곪아들어가 속을 썩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난 이 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참으면 병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대로 참지 못했기 때문에 병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느냐 하면..
운동을 생각해 보면 바로 감이 올 것이다.
처음에는 1kg만 들었다 놔도 팔이 뻐근해져 오는 약골이라 해도 꾸준히 운동하다 보면 점차 그 한계치는 높아져만 간다.
1kg이 5kg으로 바뀌고, 또 10kg으로 바뀐다.
나중에는 20kg짜리 덤벨을 한손으로 들었다 놔야 비로소 팔이 뻐근해져 올 정도로 근력이 강해진다.

참을성..또는 인내심이란 이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처음에는 약한 외부의 충격에도 참지못해 그 즉시 화가 나고 짜증이 나던 참을성 약한 사람이라도 "음..이번에 이정도의 헛소리를 들으니 이만큼의 열이 받는구나.. 다음번에 또 이 정도의 헛소리가 들리면 그 땐 한번 참아봐야겠다." 하고, 의도적으로 참고 견뎌낸다면, 점점 화가 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차후 똑같은 크기의 충격은 익숙해 질 것임에 틀림이 없고, 처음 생겼었던 화나 짜증을 낼려면 전보다 훨씬 큰 열받음이 날라와야만 가능하게 될 것이고, 결국 나중에는 왠만한 주위의 개소리나 무개념에도 좌지우지되지 않고 충격도 받지 않은 체 고고하게 지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처음에는 극소량의 본드만으로도 뿅가던 폐인이 나중에는 엄청 강한 마약을 흡입하지 않는 이상엔 간에 기별도 안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쯤되면 참을성이란 말은 단순히 자신의 감정이 발산되지 못하도록 막거나 티를 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닌 어떤 외부의 충격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이를 견뎌내거나 해소시킬 수 있는 방어력을 뜻하는 것이 아닐런지..
그리고, 참을성이 강하다거나 참을성을 기른다는 뜻 또한 바로 이 방어력을 성장시키는 것일 테고 말이다.
결국 어떠한 외부의 충격에도 이를 견뎌낼 수 있을만큼 자신을 담금질함으로써 억지로 속에 담아둔다기 보다는 아예 왠만한 일로도 열도 받지 않게 되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런 게 바로 진정한 '참는다' 는 것이 아니겠나 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를 위해 각종 시련들을 무조건적으로 회피할 생각 보다는 자신의 참을성을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로 여기고 더 큰 충격에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담금질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것이 바로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럼, 스트레스가 어쩌고 저쩌고 하고 떠드는 어린아해들은 왜 참기만 해서 병이됐다고 우기는 건 무슨 연유인가?
이 들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삭히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밖으로 분출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병이된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제대로만 참아냈다면 자신의 참을성 스킬로 외부의 충격을 내부에서 해소시키고 그와 함께 자신의 인내심 레벨도 한 등급 올릴 수 있었을 것인데, 그걸 참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해소되지도, 인내심이 강해지지도 못 했던 것이며, 또 그렇게 자신의 내부에 차곡차곡 쌓아 홧병으로 진화될 여지를 남겨두는 참극이 연출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이겨내지 못해 해소되지도 않은 충격을 그대로 쌓아두고선 이를 잘못 알고 '참았다'라고 착각한 탓에 참는다는 말이 속병을 키운다는 말로 잘못 개념 잡힌 게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하지만, 참는다는 건 외부의 충격에 져서 지배당하는 것이 아닌 견대내고 해소시키고 이겨낸다는 뜻이며, 현재 잘못 알고 있는 것처럼 '배출하지도, 삭히지도 못한 채 계속 속에 쌓아둔다' 라는 뜻이 아님을 모두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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