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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로부터 아기 산 사람은 아기용품 인터넷판매 사기범
이미 자기 가족등록부에 올려

경찰 "재판 전에는 못 데려와"

대구 서부경찰서는 2일 돈을 받고 자신의 아이를 입양시킨 혐의로 류모(28)씨와 동거남 이모(22)씨, 이를 중개한 안모(26)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본지 9월 3일자 보도

연상녀 연하남(年上女 年下男) 커플은 작년 7월 성격 차이로 헤어졌다. 3개월 뒤 여자가 남자를 다시 찾아왔다. 뱃속에는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던 이씨는 그날부터 '예비 아빠'가 됐다.

이씨는 얼마 뒤 일도 하지 못했다. 임신 5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여자가 움직이지 못해 수발을 들어야 했다. 아이는 올 5월 22일 대구에서 태어났다.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커플은 양육비는커녕 병원비 80만원도 마련하지 못했다.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지만 돈이 없어 항생제 주사도 못 맞았다. 남자는 "처음엔 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어 여러 곳의 복지기관에 전화를 걸었다"며 "'입양을 할 게 아니면 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남자는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 번쩍 띄는 글을 발견했다. 백모(34)씨가 올린 '입양을 원합니다'라는 글이었다. 백씨가 인터넷에 올린 사연은 절절했다.

'6개월째 아가를 잃었습니다. 다시는 임신할 수 없는 몸이 됐습니다. 정말 죽을 힘을 다해 키우겠습니다. 혹 임신 중이신 분이라면 출산비까지 전부 지원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연락주세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30분도 안 돼 쪽지가 날아왔다. "내가 연락을 할 테니 먼저 댓글을 지우세요." 이씨는 시키는 대로 했고 곧 전화벨이 울렸다. 브로커였다.

브로커는 "고모님이 입양을 원한다"며 말을 붙였다. 이씨는 "언론보도처럼 200만원에 아기를 판 것이 아니다"라며 "병원비와 산후조리비를 부담해 준다는 말에 아기를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5월 25일 이씨는 브로커와 울산광역시 울주군에서 만나기로 했다. 브로커가 통장으로 부쳐준 35만원으로 아기 병원비를 내고 겉싸개·속싸개 등을 샀다. 오후 4시쯤 이씨는 울주경찰서 주변에서 안모(26)씨에게 아기를 건넸다. 안씨는 경찰이 지목한 브로커다.

이씨는 아기를 보내고 브로커와 계속 연락했다. 브로커는 '고모집에서 돈이 안 들어왔다' '돈을 못 찾았다'라고 핑계만 댔다. 5월 29일에는 이씨에게 "이 주소로 병원에서 나오는 출생증명서를 보내라"며 문자메시지가 왔다.

주소는 이씨가 아기를 넘긴 울산이었다. 이씨는 불안한 마음에 아기를 데리고 오려고 그곳을 찾았다. 찾아간 집에는 백씨가 있었다. 백씨는 "집안에 어른들이 계신다. 내가 키우고 싶은데 제발 도와달라"며 무릎 꿇고 사정했다.

백씨는 "방이 남는데 갈 데가 없으면 들어와서 지내라"고도 했다. 이씨와 류씨는 퇴원 후 백씨의 집에 들어갔다. 이씨는 "백씨가 '브로커에게 받지 못한 산후조리비 등 200만원을 줄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백씨의 집에서 3주 동안 살았다. 백씨의 남편이 부산에서 돌아오는 오후 8시부터 다시 회사 기숙사로 향하는 오후 10시까지 2시간 동안 이씨와 류씨는 근처 PC방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씨는 "백씨의 남편이 아기를 보려고 매일 올라왔다"고 했다. 백씨 부부는 3년 정도 동거를 하다 지난 6월 아기 출생신고와 본인들의 혼인신고를 했다.

백씨는 시간이 지나도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았다. 대신 "이씨 이름으로 된 통장을 하나 만들어달라"고 했다. 이씨는 의심 없이 통장을 만들어줬다. 이씨는 백씨가 유명한 인터넷 사기꾼인 것을 몰랐던 것이다.

백씨에게 당했다는 피해자 카페만 2개에 회원 수가 40명이다. 피해자들은 "'분유를 먹이고 있다' '마트를 다녀오느라 연락을 못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며 아기 엄마 심리를 이용해 사기를 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백씨는 "아기 용품을 구한다"는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수법이다. 피해 카페의 관계자는 "올 1월부터 신고된 건수만 30건이며 대략 1000만원 정도의 금액일 것"이라고 했다. 백씨는 인터넷 사기 사건으로 검찰에 2건이 송치돼 있다.

한 관계자는 "입양된 아기도 범죄에 이용되는 것 같다"고 했다. 사기를 치면서 일부러 아기 울음소리를 들려줘 안심하게 만들고 경찰에서도 아기를 안고 나가면 조사를 제대로 받지 않는 것을 악용한다는 것이다.

백씨는 실제로 입양한 딸의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어 사기를 쳤다. 현재 인터넷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인 '더 치트'에는 백씨의 이름으로 12건, 100일이 갓 지난 아기의 이름으로 7건의 신고가 접수돼 있다.

아기는 백씨가 키우고 있다. 경찰은 "아기가 백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라가 있기 때문에 재판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기를 마음대로 데리고 올 수 없다"고 했다. 이씨와 류씨는 백씨의 집을 나와 대구의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기를 만나고 온다.

이씨는 "준다던 산후조리비는 받지도 못했다"며 "사정이 된다면 지금이라도 아기를 데리고 오고 싶다"고 했다. 백씨는 인터넷 사기 사건으로 경찰서를 들락거리고 있다. 백씨는 조사를 받는 와중에도 사기를 쳐 지난 8일에는 추가로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브로커로 지목된 안씨는 "나도 피해자"라며 또 다른 인물을 실제 브로커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씨는 경찰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경찰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와 감사실에 진정(陳情)을 냈다.

이들은 실제 브로커가 누구인지, 아기를 판매한 비용은 어떻게 지불됐는지를 놓고 진실게임을 하고 있다. 사건은 경찰을 떠나 검찰로 넘어갔다. 한 경찰관계자는 "사건 관련자가 모두 피의자이고 다들 뻔뻔하다"고 했다.


한 경찰관계자는 "사건 관련자가 모두 피의자이고 다들 뻔뻔하다"고 했다.

두 번 팔린 아기…어디로 가나?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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