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닙니다만...학교다닐 땐 만화에 빠져 살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매일 만화방에 죽치고 앉아 라면 먹으면서 만화책을 끼고 살았죠..

pc방도 비디오 방도 없던 시절이라 오로지 만화만 보면서 살길 5년...

정말 당시엔 안본 만화가 없었습니다..

말그대로 모든 만화를 꾀고 있었지요..

군대가서 직업군인 생활을 하면서 출타도 힘들고,  기껏 출타를 해도 도회지에 비해서 산골촌은 만화방에 만화책이 부족해서 거의 다 본 것들 밖에 없다보니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부터 점차로 만화방에 안가게 되더군요..

 

근데 요즘 더 파이팅 이라는 애니메이션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그림체가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싸우는 장면을 묘사하는 능력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주먹 주변으로 바람이 소용돌이 치면서 맞았을 때는 충격파가 대기를 흔들어 버리죠..

치기 전의 얼굴 표정부터 뻗어 나가는 주먹의 무게까지 느껴지게 만드는 사실적이지는 않지만 사실처럼 느껴지는 생생한 묘사들이 맘에 안드는 그림체에 대한 불만까지 호감으로 바꿔 버리더군요..

 

정말 캡이었습니다..

그래서..이 것을 책으로 봤습니다..

아쉽게도 감동이 절반으로 줄더군요..

그림체나 내용면에서는 다른 것이 없는데 싸우는 장면에서 느꼈던 그 흥분..그리고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게 하고 어금니를 꽉 깨물게 만들던 그 감정이입이 많이 죽어버리더군요..

정말 아쉬웠습니다..

사실 만화책을 애니로 만들었을 경우 성공하는 경우와 실패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렌지 로드(요즘 사람들은 알려나 모르겠지만..;;)나 강철의 연금술사처럼 만화책보다는 애니메이션이 더 호평을 받는 것이 있는 가 하면 시티헌터나 슬램덩크 처럼 만화책인 쪽이 훨씬 더 재밌는 경우도 있는데, 더 파이팅 같은 경우는 전자였습니다..

 

다른 만화도 찾아 봤지요..

원피스를 사람들이 많이 추천하더군요..

오다 선생님!!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고 환장을 하길래 봤습니다..

초반에 재밌게 봤습니다..중반도 재밌게 보긴 했습니다만, 뭔가 씁쓸하더군요..

후반도 재밌게 볼려고 무진장 노력했고, 결국 다 보긴 봤습니다. 나온 부분까지는 말이죠..

 

본 만큼 짜증이 많이 나더군요..

처음엔 왜 짜증이 많이 나는 지 솔직히 몰랐습니다..

분명히 재미도 있었고, 간간히 가슴 찡한 장면도 있었고, 멋진 대사와 행동묘사도 많았거든요.. 특히 히루루크의 벚꽃 나무 장면에서는 눈물도 조금 흘릴 뻔 했었지요..ㅎㅎ

하지만, 그런 좋은 점을 반감시켜 버리고 결국엔 짜증을 유발하게끔 만드는 이유가 뭘까하고 곰곰히 생각을 해 본 결과..원인은 루피와 나미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많은 해적들 가운데 루피의 동료 7인이 큰 힘을 발휘하는데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돼" 라는 말 처럼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분야에 최선을 다하여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게 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팀워크 라는 거지요..

근데. 이 루피라는 놈은 번번히 이걸 깨버립니다..

혼자 좌충우돌하고 아무생각없이 돌진하고 괘념치 않고 동료들을 위험으로 몰아넣습니다. 뒷일은 생각도 안하고 행동해서 그를 구하기 위해 다른 동료들도 다른일을 못하게 만들어 버리지요..

제 아무리 강하고 멋진 생각을 하고 멋진 대사를 내 뱉는 주인공이면 뭐합니까?

박수를 보내다가도 저렇게 주위에 민폐를 끼쳐대는 것을 보면 한두번일 때는 몰라도 계속 저런 짓을 마냥 재밌다고 멋있다고 환호해 줄 수 만은 없는 노릇이더군요..

 

또, 나미도 마찬가지입니다.

설정자체가 돈에 환장했고, 또 그렇게 환장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은 아론의 경우를 통해 충분히 설명이 되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동료들을 돈보다 업수이 여기는 행동들은 솔직히 그냥 보아넘기기가 어렵더군요..

뿐만 아니라 왠만하면 그냥 넘길 일인데도 꼭 화를 내고 큰소리 치고 주먹질 하고 ..정말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내는 모습을 보다 보면 얼마나 동료들을 하찮게 여기길래 저렇게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할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물론 만화와 실제 사회의 대인관계를 비교해서 본다는 자체가 바보같은 짓이라는 것은 잘 압니다..

하지만, 다른 동료 즉, 니코 로빈, 조로, 상디, 우솝, 루피는 안그렇잖습니까?

루피도 생각없이 행동하여 주변을 끌어드리고 피해를 입혀서 그렇지 자신의 그렇게 의도한 바는 아닌 것이지요..

허나 이 성질 개같은 나미는 틀립니다..

조로 상디 루피 우솝 맨날 박살 납니다..

그렇다고 나미가 원래 강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죠...

그럼 어떻게 다른 동료들은 맨날 맞고 사는가? 하면 봐주기 때문이죠..동료니까..

근데도 이 성질 고약한 나미는 자신을 위해 우솝이 만들어 준 '크로마 텍트' 를 가지고 동료들을 두들겨 대고 있으니 어찌 마냥 좋아만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이건 저의 사고를 기준으로 한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니 공감할 수 없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만, 단체 생활에서 개인주의 행동이 얼마나 큰 폐해를 가져다 주는 지 조직생활을 해본 저로서는 그냥 웃으면서 넘기기가 힘들더군요..

그러니 별 수 있습니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요...

결국 저도 이제는 원피스 안 봅니다...

CP9 까지는 봤었는데 그 후로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이젠 다른 만화를 찾아 봐야 겠습니다...

보면서 기분 좋게 보고 보고 나면 흐뭇해 지는 그런 만화를 봐야겠어요..

원피스 같은 것 보고 감동 먹은 것 만큼 짜증이 나버려서 쌤쌤이 되면 시간 버리고 돈 버리고 결국 안 보느니만 못한 것이 되니까요..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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