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츠카사 호죠의 원작만화 시티헌터를 애니화한 작품이다.
원작만화를 애니화해서 훨씬 더 나아진 변덕쟁이 오렌지 로드같은 케이스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슬럼덩크처럼 애니화해서 죽을 쑨 케이스도 있는데, 이 시티헌터는 그 중 후자에 속한다.
후자의 경우는 대부분 만화의 작화가 훌륭하거나 2차원 평면의 정적 이미지를 독자의 주관적인 상상력에 의해 3차원 동적인 영상 이미지처럼 인지하게 할 수 있을만큼 연출이 특출난 경우가 많은데, 이런 만화의 장점을 영상이 제대로 살려주지 못할 경우 만화를 보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이미지보다 훨씬 못미치는 영상에 실망하게 되기 때문에 말아먹게 되는 거다..
뭐..실망하게 되는 원인으로는 성우의 목소리나 동작연출, 원작과 다른 이미지 혹은 색상 및 작붕상태, 이상한 데서 늘어지는 텀 등이 있을 수 있을텐데, 시티헌터 애니는 이 중 성우도 좀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미지와 색칠법이 원작만화 그림체에 너무 못 미친다.
91로 넘어오면 좀 괜찮아지지만, 그 이전 애니의 경우 만화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명암과 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데다 만화에선 그렇게 멋진 이미지가 애니에선 찌그러진 찐빵수준으로 그려져 있다.
즉, 원작만화는 80년대 수준의 만화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나지만, 이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기술수준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요즘 재 등장하는 마징가 Z 리메이크 판처럼 시티헌터 리메이크 판을 만든다면 어쩌면 새로 각광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내 생각에는 만화의 이미지를 넘어서진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다.
어쨋든 뭐..그렇게 후달리는 시티헌터 애니지만, 그나마 오프닝 곡과 엔딩곡 중에선 꽤 괜찮은 게 있어 여기에 올려놓는다.
다 괜찮지만, 그 중에 1기,2기 오프닝곡은 특히 좋다.
들으면 왠지 '지금은 힘들고 고되지만, 곧 좋아질 거야..용기를 잃지말고 희망을 가져' 라거나 '인생은 뮤지컬이나 연극처럼 화려하게 사는거야' 와 같은 환청이 들린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이 들기 때문이고, 2기 같은 경우는 애니주제곡 같지않고 노래 자체가 상당히 고급스럽다는 게 그 이유다.
오프닝 주제곡
엔딩곡
시티헌터에 나오는 오프닝, 엔딩곡을 통틀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다..
딱히 가수의 목소리가 좋다거나 곡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상이 특출난 것도 아니다.
솔직히 따로따로 보면 별 것 없는 것 같은데, 이 두가지를 뭉쳐놓았더니 엄청나게 멋진 분위기를 발산해 버린 그런 케이스다.
특히 0:49초부터 나오는 빗속에서 돌아가는 간판, 혹은 비 내리는 어두컴컴한 골목길의 배경과 그 속에서 부상당한 채 한줄기 빛에 의지하여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는 료의 모습, 또는 누군가를 붙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뿌리는 카오리의 모습이나 불빛 반짝이는 야경이 아름다운 저쪽의 빌딩이나 유람선과는 철저하게 단절되어 있는 듯한 이쪽의 어둠과 그 속에서 서로를 의지한 채 저쪽을 바라보고 있는 두 남녀의 모습 등은 화려한 도시의 네온사인에 가려진 진실과 그 속에 살아가고 있는 각자 개인의 아픔 및 고독감을 극대화시켜놓은 듯한 쓸쓸한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어 전영소녀의 엔딩곡 '그날로~' 와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 테마곡으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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