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이란 솟구치는 힘이고, 이성이란 옆에서 적절하게 끊어주는 힘이다.
흔히 술을 마시면 본능과 욕구가 솟구친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할 때 술의 효과는 본능을 활성화 시키는 게 아니라 이성을 마비시키는 거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평상시 맨 정신일 때도 사람들의 본능과 욕구는 항상 풀파워로 작렬하고 있지만, 그에 상응할 만한 이성이 일정한계치 이상 넘어가지 않도록 끊어주고 있다는 거다.
그런데, 이 이성을 술을 마심으로써 마비시켜 버리면,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아무런 거리낌없이 본능이 휘젓고 다니는 데 이게 바로 술에 취한 상태라고 본다는 거다.

술의 효과가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이나, 본능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나 그 결과는 같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주 미묘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데..

이렇게 생각해 보자

만약 술의 힘이 본능을 활성화 시키는 역활이라면 이건 곧 이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본능만 최고조로 활성화 된다는 의미이다. 이건 아무리 위험한 상황에 까지 올라가도 적절하게 끊어줄 수 있는 이성이 존재하는 한 필름 끊길 일도,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는 소리가 된다.

또, 술의 힘이 이성을 마비시키는 역활이라면 평소의 솟구쳐 오르려는 본능은 그대로이지만, 그걸 통제하던 힘이 점차 약해져 이성은 사라지고 오직 본능에만 충실하게 된다는 의미이고, 이경우엔 숫구치는 데 있어 한계치따윈 존재하지 않고 무한정 치솟아야 정상이다.
이 말은 평상시 가지고 있는 본능과 욕구의 크기가 위의 예보다 훨씬 적은 부피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통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위험성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필름이 끊어지고, 폭주하고 광분하고, 미친 것처럼 헤실거리다가 우는 등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바로 평상시 통제해주던 이성이 사라졌기 때문에 생긴 역풍이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상시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이성의 경우 어떤 한계치를 정해놓고 그 이상만 넘어가지 않도록 잘라주는 역활을 한다.
마치 울타리를 쳐놓고 이를 넘지않는 한도 내에선 마음껏 본능을 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과 흡사하다.
마치 법을 지키는 한도 내에선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경우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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