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웬리 사령관 각하! 우리들의 목적은 민주공화정치를 정화하고
은하제국의 전제정치를 이 우주 속에서 말살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상을
실현시키지 못하고 이렇게 끝나게 되었다는 건 정말 아쉽기 한량없습니다.
하지만 양 사령관 각하! 그래서 한마디 고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각하는
결과적으로 전제주의의 존속에 기여하셨다는 점에 대해 수치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전제주의란 무엇을 일컫는 거요? 시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위정자가
권력과 폭력을 통해 시민의 자유를 빼앗고 지배하는 것을 전제주의라고
보는데, 귀관의 해석은 다른 모양이구려. 하이네센에서 그 동안 귀관들이
저지른 짓을 본관이 도와줬다, 그런 말이오?"
  "......"
  "전제주의자는 바로 귀관들이오. 안 그렇소?"
  양의 음성은 낮고 부드러웠지만 그 내용은 날카로웠다.
  "그건 틀립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르다는 거요?"
  "우리들이 추구하는 것은 우리들 자신의 권력이 아닙니다. 이것은
일시적인 방편일 뿐입니다. 부패한 정치로부터 조국을 구하고, 은하제국을
타도할 때까지의 편법일 뿐입니다."
  "일시적 방편이라......"
  양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누구에게도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은 얼마든지 있는 법이다. 그렇더라도 그 일시적인 방편이란 미명
아래 얼마나 많은 시민을 희생시켰던가는 한 번쯤 생각해 보았어야 되지
않겠는가.
  "다시 묻겠소. 우리들은 150년이라는 길고 긴 세월을 통해 은하제국과
싸워오면서도 아직 승리를 굳히지 못하고 있소. 앞으로 150년을 더 싸워야
할는지 그 이상을 싸워야 할는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소. 그런
상황에서 귀관들이 권력의 자리를 차지하고 시민의 자유를 박탈했는데
이래도 그것을 일시적 방편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소?"
  그들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에벤스 대령은 지지 않았다.아니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그는 방향을 바꾸어 반론을 전개했다.
  "오늘날의 정치적 부패는 동맹국 시민이면 누구나 잘 아는 일입니다.
그것을 바로잡는 지름길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혁명 이외에......"

  "정치의 부패는 정치가가 뇌물을 받어먹는 따위를 가리키는 게 아니오.
그런 것들은 부패의 일부, 즉 개인의 부패에 불과해요. 정치가가 뇌물을
먹었는데도 그것을 비판할 수 없는 상태를 정치적 부패라 하는 것이오.
귀관들은 언론을 통제했는데 그것만으로도 귀관들이 제국의 전제정치나
동맹의 현 정치 체제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봅니다. 안 그렇소?"
  "우리들은 생명과 명예를 걸고......"
  대령의 목소리는 점차 굳어져갔다.
  "그 점에 관해선 그 누구도 비방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들에겐 정의는
있었으나 운이 따르질 않았을 뿐입니다."
  "에벤스 대령!"
  "군사혁명 만세! 만만세!"
  통신 스크린의 화면이 회색으로 바뀌어졌다.


                                                           
        -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 책모편에서 일부 발췌-



요즘 우리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20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나라 보다 민주주의 정치에 대해선 훨씬 더 열악하고 부정부패가 많다고 여겨지는 일본에서..
그것도 한낱 1982년에 출판 된 25년 전 소설 속의 한 구절만으로 이렇게 가슴이 아파오리라곤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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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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