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존 덩컨(John Duncan·64)
국제교류재단상 수상 위해 한국 찾은 美 존 덩컨 교수
"민족주의적 안목으로 자기 역사를 보는 것은 당연하죠. 중국과 일본, 미국·영국·프랑스도 다 그렇습니다. 특히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은 민족주의적 정서가 있어야 나라를 지킬 수 있고, 남북통일도 이룰 수 있어요."
미국의 대표적 한국학 연구자 중 한명인 존 덩컨(John Duncan·64)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는 "강대국들이 각축하는 '좋지 않은 동네'인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이 민족주의를 버리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폐쇄적 민족주의가 아닌 '열린 민족주의'를 갖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16일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임성준)이 수여하는 국제교류재단상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은 덩컨 교수를 숙소에서 인터뷰했다.
고려와 조선의 지배세력을 연속선상에서 파악한 《조선왕조의 기원》 등 저서를 출간한 덩컨 교수는 1989년 이후 20년간 UCLA 교수로 재직하면서 많은 한국학 연구자를 양성했다. 그의 지도로 박사 학위를 받은 32명 중 24명이 미국 주요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제자들은 UCLA 캠퍼스가 있는 '웨스트우드(Westwood)'를 따서 자신들을 '서림(西林)학파'라고 부를 만큼 자부심이 대단하다.
덩컨 교수는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 대해 역사학자다운 신중한 의견을 피력했다. 덩컨 교수는 "앞으로 동북아시아에서 제한된 범위 내의 지역 협력체제가 시도될 수 있다"며 "중국이 지역 교류가 활발했던 당(唐)-원(元) 모델을 따를 경우 가능성이 높지만, 폐쇄적이었던 명(明)-청(淸) 모델을 따를 경우에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덩컨 교수는 서구의 한국학 연구자 중 한국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드문 경우다. 그는 애리조나주립대 휴학 중이던 1966년부터 2년여 주한미군으로 근무했고, 1970년 봄 고려대에 편입해 1972년 8월 졸업했다. 이후 하와이대와 워싱턴대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한미군이었을 때 한국인 통역관이 한국 대학을 다녀보면 어떻겠느냐고 했어요.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고려대가 적격이라는 권유에 한 차례 지원했다가 '한국말이 짧다'는 이유로 떨어졌죠. 1년간 다시 어학연수를 한 뒤 고려대에 들어갔어요."
덩컨 교수는 "한국이 짧은 기간에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것은 미국의 원조와 지도력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두 번 다시 식민지와 가난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 개개인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덩컨 교수는 15일 서울대 규장각에서 원과 고려의 관계를 주제로 강연하고, 16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여한 뒤 19일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
"한국이 짧은 기간에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것은 미국의 원조와 지도력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두 번 다시 식민지와 가난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 개개인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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