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최현미 쓰바사 권투 경기에 시청자도 울었다
일본선수에 눈물 흘린 정형돈·길...역시 <무한도전>
'무한도전' 예능으로 시청자 눈물샘 자극, '복싱특집' 호평

저녁을 먹고 한창 진아와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다.
두 발로 설 수 있도록 양 손을 잡아주고 신나게 춤 추는 것 마냥 이리흔들 저리흔들 하고 있으니 진아가 귀찮다며 몸부림치다 저 쪽으로 토꼈는데, 그 때 뛰어 내리면서 TV 리모콘을 눌렀나 보다.

갑자기 여자들 복싱하는 모습이 TV에 뜨길래 '흐흠.. 저건 또 뭔 퍼포먼스래?' 하고 코웃음을 쳤더랬다.
복싱이나 태권도나 이종격투기같은 타격계의 스포츠는 여성들에겐 금지된 영역이나 다름없는데, 그 이유는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고 누구나 터를 잡고 살 수 있지만, 워낙에 척박하고 메마른 대지라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복싱이 좀 수월하긴 하지만, 어차피 오십보 백보..

아니나 다를까 둘 다 기술적인 면에선 남성들과 비교해서 크게 뒤쳐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걸 받쳐주는 힘이 너무 없었다.
그런대로 일본의 츠바사 선수는 약한 여성의 힘이지만 온몸을 실어 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날카롭게 파고 들고, 양 손을 턱 위에까지 올려 가드를 단단히 방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최현미 선수는 양 팔의 가드는 내리고, 공격을 해도 몸과 팔이 따로 노는 듯한 툭툭 갖다대는 식의 힘없는 공격을 남발하여 솔직히 어퍼컷이나 카운터 펀치에 의한 초반의 다운만 아니었으면 판정에서 졌어도 하등 이상하지 않았겠다 싶을 정도의 허술한 공격과 방어실력을 보여주었었고, 그걸 본 나는 '역시 그러면 그렇지..여자가 무슨 권투람..?' 하며, 상당히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런 내 생각이 4라운드를 넘어가면서 차츰 달라지기 시작했다.
공격력, 방어력, 승패와 같은 하드웨어와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서 10라운드를 풀로 뛰면서 잠시도 쉬지않고 끊임없이 뻗어내는 가열찬 공격.. 몇번이나 카운터를 허용했으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버텨내는 강한 근성과 체력이 다해 지쳐 쓰러질 것 같은데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팔을 뻗어내는 끈질긴 집념.. 그리고, 그렇게 맞고 또 맞으면서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계속 앞으로 돌진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불태우는 그 투지, 투혼..
난 설마 '내일의 죠'에서나 느껴볼 수 있었던 가슴떨리던 감동을 이 시합에서 느낄 수 있게 되리라곤 꿈에도 상상해보질 못했다.

마지막 10라운드가 되어 화면창에 시계가 카운트 다운될 땐 나도 모르게 양 손에 힘을 주고, 5..4..3..2..1을 같이 세었었고, 그렇게 멋진 시합을 보여준 두 사람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더랬다..
정말 가슴 한켠이 찡해져 오는게 연출된 영화따위가 아닌 실제 시합을 보고 이렇게 감동을 받아본 게 과연 언제적이었던가 싶었다. 승패에 상관없이 이렇게 치열하고 뜨거운 경기로 온 몸에 소름이 돋게 만드는 경우는 남자들의 경기에서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여성선수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경기가 가능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남자들의 경우엔 기본적으로 한방한방의 파괴력이 강한 탓에 이처럼 오랫동안 치고받으면서 정신력과 투혼으로 승부하는 경우는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어디 투혼을 불싸를 만한 무대가 주어져야 불싸르든가 할텐데 실력차가 그다지 나지 않는 두 선수라도 제대로 맞은 럭키펀치나 카운터 일발엔 그냥 정신을 잃고 픽픽 쓰러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투혼은 고사하고 정신력으로 승부하는 무대조차도 만들어지기 어렵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거친 남성에 비해 그리 호전적이지 못한 여성특유의 부드러움때문에 이런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이번 감동 드라마는 다른 누구도 아닌 '여성 최현미'와 '여성 츠바사' 매치였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뭐..두 사람의 속 사정에 대한 안타까움.. 혹은 마지막에 끝나고 나서 최현미 선수가 츠바사 선수와 껴앉고 서로의 파이팅을 격려했다거나, 시합 후 재차 대기실로 찾아가 쇼를 하는 장면 따윈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한 속사정들이 유독 그들만의 아픔이 아니라는 건 둘째치고, 실제 혼과 혼이 격돌하면서 뿜어져 나왔던 감동의 쓰나미가 후반 뒷풀이의 인위적인 연출때문에 오히려 퇴색되어 버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다.
즉, 다른 사람들에겐 감동의 연속일진 모르나, 나에게 있어선 짜릿한 감동을 박살내는 쓰잘데기 없는 사족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그렇게 내가 느낀 감동의 전부는 오로지 시합 중에만 있었다..
자신을 불태우는 두 사람.. 그 두사람을 지켜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양쪽 어머니..그리고, 그 들을 지켜보고 있는 하나의 사진..
정말 오랜만에 멋진 시합을 보여주고 나의 가슴을 몰캉몰캉하게 만들어 준 두명의 선수들에게 국가와 이념과 편견을 떠나서 인간적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

고맙다~


손석희의 시선집중 : 2/2(화) 무한도전 여자복싱, 한일전은 거기 없었다 - 日 여자복서 츠바사 덴구 선수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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