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joinsmsn.com/article/025/4622025.html?ctg=1700&cloc=joongang|home|top


한국의 표정은 어떤가.

 “한국은 특별하다. 크지 않은 땅에 너무 많은 표정을 담고 있다. 천(千)의 얼굴 같다. 이 많은 표정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동성이다. 60년 전에 큰 전쟁이 있었던 땅이다. 사진집을 한번 보라. 그런 흔적이 어디에 있나. 그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해냈다. 한국 사람들의 표정이 땅 위의 건축물, 산등성이, 섬, 강변에 그대로 투영된다. 정말 해내야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보인다. 그게 한국의 표정이다. 하늘에서 보면 그런 게 눈에 확 들어온다.”

● G20 정상들에게 각별히 선보이고 싶은 사진이 있다면.

 “나는 지구를 찍는다. 지금까지 160개가 넘는 나라를 찍었는데 사람들은 자기 나라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한다. 촬영을 마치고 내려오면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지구를 찍는 게 내 일이고 아름다움 자체는 주관적이라 일일이 답변하지 않는다. 정상들마다 좋아하는 사진이 다를 것이다. 다만 이 사진집 표지 사진으로 쓴 전남 평일도의 다시마 말리는 어부들 모습은 좀 독특하니까 눈길을 끌 것 같다. 그 사진 찍을 때 정말 놀랐다.”

● 뜻밖이었다는 말인가.

 “아주 그래픽적이었고 놀라운 장면이었다. 이 사진을 찍을 때 너무 놀라 열 번도 넘게 헬기를 돌렸다. 헬기 조종사도 내가 왜 그런 주문을 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았을 것이다. 색채나 구도감이 한눈에 사람을 빨아들이는 강렬함 그 자체였다. 항공사진을 찍을 땐 항상 그래픽 감각을 살려야 한다. 평일도 사진은 화가가 붓질한 것처럼 느껴졌고 색감이 독특해 흠뻑 빠졌었다.”

● 색색의 그물들 사진이 칸딘스키의 그림 같던데.

 “바로 그거다. 그런 장면을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놀랐었고 기뻤다. 한 시간 넘게 돌면서 수백 장도 넘게 찍었다. 내 일은 땅 위에서 그래픽적인 감성이 와 닿는 그런 곳을 찾아 카메라에 담는 일인데 허탕치는 때가 훨씬 더 많다. 바람, 햇빛, 사진을 찍을 때의 고도 등 많은 요소가 한 장의 사진을 위해 한 줄로 정렬한다고 할까. 그럴 때 메시지를 송출하는 사진이 나온다.”

● DMZ 사진에선 메시지가 많았을 것 같은데.

 “아, DMZ. 한국사람들 참 DMZ에 집착한다. 한국사람들은 내가 거기를 가보고 찍기를 원한다. 이해할 수 있다. 분단국인 한국을 상징하는 곳이니까. 한국사람들 참 민족성이 강하다. 국수주의적이랄까. 자기 나라의 산천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글로벌해진 세상에서 내겐 그게 감동적이었다. 나라가 분단되다 보니 자기 나라에 대한 애착, 사랑이 더 큰 거 아닌가. 산천에 대한 무지막지한 자긍심 같은 게 있었다. 그게 나를 움직였다. 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나는 스틸 사진은 접고 영상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환경운동가다. 지구의 모습을 찍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그들 삶을 변화시키는 운동가다. DMZ는 나에게 잘 보존된 자연생태계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 DMZ 상공에서 북한을 본 첫 번째 민간인이다.

 “기회가 되면 북한도 찍어야겠다는 열망이 생겼다. 그곳도 지구의 일부분이고 우리가 지키고 가꿔야 할 생태공간 아닌가.”

● 항공사진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어떤 나라에서 항공사진을 찍어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뭘 먹고 사는지 주요 산업은 어떤지 다 드러난다.

 항공사진은 일상적인 시선에서는 보지 못하는 것들을 드러낸다. 이 사진집을 통해 그 나라 사람들이 자기의 산천을 사랑하고 감사하게 되기를 바란다. 내가 볼 땐 특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행복할 것 같은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사전 작업 때 많은 분으로부터 조언을 듣는다.”

● 사진이 추상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던데 촬영할 때 어디에 초점을 두나.

 “내 사진에선 강렬한 색채, 그래픽적 감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추상적으로 보여질 뿐 절대 추상적이지는 않다. 내 작업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 예술적 감성보다 현실적 메시지를 추구한다는 말씀인가.

 “논문을 쓰기 위해 케냐의 사자 생태를 관찰하다 이 길로 들어섰다. 내 사진은 과학적인 성격이 강하다. 뭔가 설명해야 한다. 나는 절대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사진을 통해 뭔가를 말하려는 사람에 가깝다. 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사진은 한다. 사진은 나의 언어일 뿐이다.”

● 그 언어로 어떤 말을 하나.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은 양심을 움직이기 위해서다. 지금과 같이 인류가 살면 안 된다. 이런 생활방식은 계속될 수 없다. 대중의 양심에 자극을 줘 그들의 양심을 움직이는 게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다. 요즘은 더 강도 높게 자극을 주기 위해 영화 작업을 하고 있다. 영화 ‘홈(Home)’ 이후 지구의 생태를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이 50개국에서 전파를 타고 있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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