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donga.com/3/all/20110604/37771946/1
 한국 1948년生 44만명중 18만명 돌도 못넘겨… 왜?

 《대한민국의 시계를 60여 년 전으로 돌려본다.1945년 수도 서울은 악취의 도시다. 어느 곳에 가도 분뇨 천지고, 길가엔 죽어서 썩어가는 시체가 널려 있다. 가축은 마구잡이로 도살됐다. 식민지 사회를 지탱해온 모든 질서가 한꺼번에 무너진 상황. 굶주린 채 부유하는 군중 사이로 세균과 바이러스도 제 세상을 만난 듯 활개 치기 시작했다. 페스트와 콜레라, 천연두, 디프테리아, 장티푸스 등 각종 전염병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창궐했다. 1948년 태어난 44만 명의 아기 중 돌을 넘기지 못하고 죽은 수는 전체의 40%, 18만 명에 달했다.》


1945년 광복을 맞는 순간부터 1953년 6·25전쟁이 끝나는 시기까지 대한민국의 의료사(史)를 살펴보면...

1945년 광복과 함께 자유가 찾아왔지만 이는 당시 준비가 되어있지 않던 한국인에겐 재앙이기도 했다. 먼저 인구 이동의 파도가 한반도를 덮쳤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에 끌려 나갔던 이들, 정치적인 이유로 북한에서 도망친 이들을 합쳐 총 300만 명 가까이가 한국(남한) 땅을 밟았다. 이순씨는 “폭증한 도시 인구, 유랑하는 군중은 각종 전염병을 발발시키고 널리 퍼뜨렸지만, 당시 정부로서는 위생이나 보건 문제 등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고 말한다.

6·25전쟁에는 핵무기를 제외한 당대 최신 살상무기가 총동원됐다. 미군만 따져도 전쟁 중 폭탄 46만 t, 네이팜탄 3만2357t, 로켓탄 31만3600발, 기관총 1억6685만3100발 등을 한반도에 쏟아 부었다. 이 전쟁으로 한반도 전역이 갈기갈기 찢겼고, 그 안에 사는 생명체가 무수히 살상됐다. 이순씨는 “이 시기 한국인의 몸은 온갖 질병과 세균, 총탄과 포탄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됐고, 거대한 고통과 두려움을 말 그대로 ‘체험’했다”고 설명한다.

미군정기 보건후생부 위생시설국에서 제작한 포스터. 이때부터 ‘단속과 지시’ 대신 ‘권유와 계몽’이 보건 행정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이순 제공

 

 “복부 총상을 당한 한국군을 수술할 때에는 위 속에서 수십, 수백 마리의 기생충을 꺼내야 했다.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웠으나 곧 익숙해져 군의관이 수술하는 동안 손으로 집어 양동이에 버렸다. 하루만 지나면 양동이가 징그러운 벌레들로 가득 찼다.”(미군 이동외과병원 간호장교)

실제로 이 시기 회충 감염률은 평균 50% 이상, 지역에 따라서는 90%에 육박했고, 십이지장충 감염률도 30% 내외였다. ‘왜 어릴 적 학교에서 1년에 한두 번씩 구역질나는 회충약을 먹어야 했는지’ ‘기생충 감염이 1% 미만에 불과한 지금도 1년에 한 번씩 종합구충제를 먹는 가정이 많은지’ 등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또 ‘왜 광복 이후 지식인의 결핵 발병률이 유난히 높았는지’ ‘왜 간염이 수십 년 동안 한국인을 괴롭혔는지’ ‘한국인이 약을 맹신하게 된 이유는 뭔지’ ‘현재 서울 강남과 압구정동 일대를 장악한 성형외과가 어떻게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렸는지’ 등도 이해할 수 있다. 

60여 년 전 한국인의 위생 관념은 무지에 가까웠다. 상당수 한국인이 성병과 결핵을 앓았고 마약에 빠져 있었다. 질병은 범죄와 다름없이 취급됐다. 아픈 사람은 범죄자처럼 적발, 차단, 격리, 제거됐다. 병원도 턱없이 부족했다. 시골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주로 의원이 아니라 무당을 찾았다.

1952년 경기 문산 피란민수용소에서 예방접종을 받는 아이들. 이순 제공

 이처럼 무지했던 한국인이 의학의 시선으로 자신의 몸과 생활습관, 주변 환경을 살피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6·25전쟁이었다. 작은 부상에도 별다른 생각 없이 절단 수술을 해버려 미 의료진에게서 ‘절단의 천재들’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던 한국군 의료진은 3년여간 전쟁을 치르면서 어마어마하게 발전했다. 수많은 전쟁 부상자는 엄청난 임상의 기회를 제공했다. 미군의 첨단 의료진과 의료시설이 지원되면서 한국 군 병원이 이를 모델로 조직을 혁신했다. 한국에서 병원 현대화의 첫발을 내디딘 건 군 병원이었다. 또 수많은 이가 직간접으로 의료의 효과를 보면서 ‘몸은 관리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됐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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