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것저것 제법 끄적거리는 편이었다.
길가다가도 끄적거렸고, 비몽사몽 간에도 일어나서 끄적거렸으며, 밥 먹다가도 끄적거렸고, 화장실에 가서도 끄적거렸다.
머릿 속에서 불이 들어오는 그 순간을 놓치기가 싫었던 거다.
그래서, 항상 메모지와 펜을 들고 다녔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끄적거릴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나는 엄청난 악필이었던 것이다.
어느 정도로 악필이냐 하면 혹시라도 머릿 속의 생각이 지워질까 두려워 대충 빠르게 날림으로 적어나갈 경우엔 나도 내 글자를 못 알아볼 때가 종종 있을 정도다.
내가 내 글자를 못 알아볼 정도니 다른 사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그건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암호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가독성 불가를 자랑하는 내 필기의 결과가 바로 내 글씨체였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컴퓨터 타자를 주로 애용한다.
아니, 애용하고 싶지 않아도 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랄까..
적어도 키보드 타자로 입력하면 속도는 더 빠르면서 글씨도 훨씬 알아보기 쉬워지니 나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때문에 여기까지만 이상없이 진행되면 더 이상 신경쓸 거리는 없을 줄 알았는데..
일으서면 앉고싶고, 앉으면 눕고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라 했던가?
이 편한 타자로도 왠지 '이랬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또 생겨난 것이다.

바로 '필기할 때의 손맛'
그리고, '필기할 때만 가능한 생각의 정리, 흐름'

이게 뭔 소린고 하면..
나는 사실 글을 좀 잘 적는 편이었다.
전문가가 쓴 사설수준으로 멋지게 적지는 못해도 상당히 맛깔나고 읽기쉽게, 물 흐르듯이 적는데에는 제법 재주가 있었었다. 
물론 지금 이 블로그에 등재되어 있는 온갖 쓰레기 글들을 보면 전혀 믿기지가 않겠지만, 그건 사실이다.
나는 다른 선배나 후배, 친구들에게 가끔씩 의견상대가 되어줄 정도로 고만고만한 그룹 내에선 나름 실력을 인정받았던 사람이었었다.

그랬던 내가 왜 현재 요 모양 요꼴로 전락해 버렸냐 하면..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기에 너무도 답답하고 또, 과거를 추억하며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리곤 한다.
애초부터 없었다면 이런 상실감도 없었을 것을, 있다가 없으니 그 안타까움은 배가 되어 날 괴롭혔다.

뭐..지금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아무튼 그런 나도 어쩌다 가끔, 과거의 실력을 되찾은 것마냥 머릿 속의 생각을 그대로 글로 표현하며 술술 적어나갈 때가 있으니, 그 때가 바로 직접 펜을 들고 노트에 필기를 할 때다.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직접 노트에 적어나갈 때는 머릿 속에서 떠오른  생각들이 쉽게 날아가거나 하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어떤 식으로 써나가야 할지 그 순서나 흐름도 손에 잡힐 듯 확연히 느껴지는 통에 그야말로 일사천리가 따로 없을 지경이다. 
한마디로 퇴고가 필요없을 정도라면 설명이 될려나..
그만큼 펜을 들고 직접 글을 쓸 때만큼은 나는 과거의 나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생기게 된다.
직접 펜을 들고 글을 쓰면 잘 써진다.
그런데, 내가 펜을 들고 글을 쓰면 나도 못 알아볼 정도의 악필이 탄생한다.
그걸 보완하기 위해 타자를 치면 좋은 글, 잘 써진 글이 나오질 않는다.
이하 무한 오토리버스~

그나마 악필이라도 쓰는 게 나았기에 이제껏 뻘글을 쭉 써오긴 했다만..

그런데, 요즘 희망이 생겼다.
워낙에 기술이 발달한 요즘이라 이젠 전자노트, 전자패드, 전자펜 등이 하나 둘 엿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뭐..아직까지는 100% 날 만족시키는 제품이 보이지는 않지만, 조만간에 나오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를 걸어보고 있다.

참고로 내가 원하는 기능은 이런 기능이다.
우선 첫째..인터넷이 되어야 겠지.. 그래야 자료를 찾을 수 있을테니..
다행히 이 건 요즘 갤럭시 탭이나 갤럭시 S같은 제품들이 나와있어 문제될 게 없다.

다음 두번째.. 전자 펜으로 필기가 가능해야 겠지.. 그래야 내가 원하는 바를 충족시킬 수 있을테니 말이다.
다행히 펜만 굴릴 수 있는 전자사전 류는 진작부터 나와 있었고, 첫번째 요건까지 만족시키는 타블렛PC 류도 바로 얼마 전에 출시된 걸로 알고있다.

[ACECAD]DigiMemo A502 
대세는 태블릿PC!! #1- 플라이어, 갤럭시 탭 10.1, 옵티머스패드
"펜으로 쓴 디지털 메모"…'에코 스마트펜' - 컴퓨터 활자로 변환이 가능하냐가 관건. 그것만 되면 딱 내가 찾는 종류임

그리고, 세번째.. 내가 전자펜으로 전자패드에 쓴 악필을 입력한 악필 그대로 저장하거나, 또는 컴퓨터 글꼴의 정자체로 변경한 후에 입력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그래야 내가 쓴 악필을 해독한답시고 헤매는 일이 없어질 테니까 말이다.

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나왔다는 소리는 아직 들은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조만간에라도 나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하면 몇년 전에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시켜주는 '바이보이스' 라는 제품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 제품의 방식이 바로 내가 원하는 방향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그 목소리를 하나하나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텍스트와 동조시켜 종국에는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글을 쓸 수 있게 한다.' 라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이 제품은 비록 그 실전성에서는 많은 오차가 있어 널리 통용되지는 못했지만, 그 가능성만큼은 분명히 높다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실은 나도 이 제품을 써봤었다.
워낙에 글이 안 써지고 지지부진하던 터라 계속 고민하던 중에 머릿 속에서 사라지는 생각의 속도보다 더 빨리 말을 내뱉어 저장할 수 있다면 직빵으로 해결볼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 이리저리 그런 제품이 있을까 찾아봤었고, 그렇게 내 눈에 뜨이게 된 제품이 바로 저 '바이보이스' 였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쓰질 않는다. 왜냐하면 오탈자가 너무 많고, 왠만큼 발음이 명확하지 않으면 아예 문장 전체가 엉뚱한 글로 입력되는 경우가 많아 전혀 도움이 안되었던 것이다.

뭐..아무튼 간에 중요한 건 그렇게 입력하기 불분명한 목소리도 입력 가능하게 만들 정도의 오늘날 기술이 설마 그 보다 훨씬 인식하기 쉬운 글자가 악필이라는 이유로 불가능을 말하진 않을 것이라 철썩같이 믿고 있는 것이다.

이상 3가지의 기능을 가진 제품이 출시된다면 나는 뒤도 안돌아보고 달려갈 것이다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소식이 없다.
뭐..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추가로 더 있었으면 하는 기능도 한 두개 정도 있긴 하다.
일단 워낙에 요즘 스마트 폰들이 대세인 세상이라 어차피 나도 구입할 거라면 갤럭시 탭 정도의 기능은 좀 있어주면 좋겠고,  또 어차피 전자펜을 들고 사용할 제품이니 만화가들이 자주 사용하곤 하는 그림 그리는 것도 가능한 제품이면 금상첨화겠구나 라는 생각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이다.
뭐..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지만..ㅎㅎㅎ


흠..컴퓨터로 적으면 이게 문제다..
뭘 적다보면 자꾸 삼천포로 빠진다는 것..
그리고, 말이 계속 중언부언 길어지고, 문장의 박자가 무너지고 리듬이 흐트러진다는 것..
생각보다 글이 빨리 쳐져 생각이 못 따라가서 그런건지, 아니면 필기보단 훨씬 글쓰기가 쉬워 아낌없이 글을 남발한 탓에 그런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쓰는 글을 내가 이미지화 못 하거나 애착을 못 느껴서 그런건지 도대체가 이유를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렇게 타자로 글을 치면 항상 이런 끝맺음 이상한 글들이 막 쏟아지게 되는 게 나도 참 답답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다..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대충 이걸로 끝맺음을 지어야겠다.
모쪼록 조만간 내가 바라는 그런 제품이 나와주길 고대해 보겠다..
간절히..


p.s
도움되는 정보를 얻었기에 여기에 링크를 걸어둔다.

왜 아이패드로는 안되는가? - 타블렛PC라고 주장하는 네놈들을 보니 웃음만 나온다
+ BLOG review 손글씨전자펜 사용기 (수업내용정리)
첨단과학기술 정보지 - 파퓰러사이언스! (중요 키워드는 바로 이것 '필기체 인식능력' or 필기인식 기능- ASUS EeeSlate EP121)



p.s
오..굿
내가 원하는 제품에 가장 근사치인 제품이 지금 막 등장했다.
갤럭시 노트..
한마디로 내가 찾던 전자메모지, 전자노트의 특성을 한가지만 빼놓곤 모두 만족시킨 제품이라 할 수 있겠다.

그 한가지란 바로 나의 악필을 컴터의 바른 글씨체로 저장되게 해주는 기능..
그 것만 충족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나..
일단 삼성 고객센터에 문의라도 해봐야겠어..ㅎㅎ

아무튼 처음 아이 씨리즈와 갤럭시 씨리즈가 나왔을 때에도 안사고 버텼던 보람이 있어 기쁘다..
조금만 더 버텼다가 위의 기능까지 갖춰지면 바로 하나 장만해야지..랄랄라라라ㅏ..


 

p.s


오 마이 갓..
이거였구나..이거였어..
텍스트 변환기능..
텍스트 변환기능이란다.. 하하하하

당장 사야겠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기준에 안 미치는 게 없다..
내가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모든 기능들이 다 들어있다.

무조건 사야지..
까짓 거 200만원이라도 사야지..암..
하하하하 ..나이스다 나이스..갤럭시 노트..넌 내가 겟한다..



p.s
아마존 킨들 신제품 '컬러'로 승부한다

헐..풍년이네.
원래 전자책 전용으로 나왔었던 흑백킨들을 개선하여 컬러 킨들이 나온단다.
거기다 내년 쯤에는 아이패드 크기의 킨들이 나온다고 하니, 이는 명실상부한 전자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갤럭시 노트 외에는 다른 건 거들 떠 볼 필요도 없지만, 이 아마존 킨들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주용도가 어디냐에 따라 어느 정도 저울추 또한 달라질거라 싶어 일단 여기에 퍼다 놓는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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