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수 '조중변계조약서' 의미
2000년 10월 16일. <중앙일보> [8면] 이종석
이번에 중앙일보가 발굴한 '조중변계조약' 등 국경조약 관련문서들은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북한-중국간 국경선 획정의 전모를 밝히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중변계조약' 에 근거해 국경을 획정한 '조중변계의정서' 는 백두산 일대와 압록강.두만강의 섬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획분됐는지를 보여주는 획기적 자료다.
우리 사회에서는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 대가로 북한이 백두산 천지 일대를 중국쪽에 할양했다는 주장이 오랫동안 통설처럼 여겨져 왔다.
이러한 주장은 신뢰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대북(對北) 불신감에 의존해 하나의 '사실' 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할양설' 을 부정하는 주장도 있었으나 정확한 증빙자료를 내놓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최근 들어서야 1997년 중국에서 발간된 '저우언라이 연보(周恩來 年譜) 1949~76' 와 95년에 발간된 '진의(陳毅)연보' 등을 통해 '조중변계조약' 이 62년 10월 12일 평양에서 체결됐으며, 6개월 정도의 현지 탐측조사를 거쳐 64년 3월 20일에 '중조변계의정서' 를 체결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최근 북한-중국간 국경조약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으나 조약 원본이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보다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드디어 그 문서들이 발굴된 것이다.
국경선 획정에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59년에 무력충돌 사태로까지 비화한 중.인 국경분쟁을 경험하면서 주변국가와의 국경선 획정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소련이 중.인 국경분쟁에서 인도측을 두둔하자 충격을 받고 60년대 초부터 아프가니스탄.몽골.북한 등과 역사적 과제로 내려오던 국경문제를 해결하려고 적극 나섰다.
이러한 맥락에서 백두산 일대와 압록강.두만강의 섬들에 대한 국경선 획정 문제가 제기됐다. 북한도 국경 문제가 향후 양국관계의 불씨로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북한과 중국은 왜 국경조약 체결 사실을 비공개로 했을까. 국경조약 체결 과정에 중국측 관리로 참여했던 한 인사는 필자에게 북한측이 남북이 분단돼 있는 상황에서 조약체결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통일될 때까지 비공개로 할 것을 요구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측도 공개할 의향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국경선을 획정하는 과정에서 중국측이 상당한 양보를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백두산 천지를 5대5로 나누지 않은 것이라든지, 압록강.두만강 내 섬과 모래톱의 영유권 배분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 내부에서 비판이 일기도 했었다.
아마 중국은 중.소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친중국 노선을 걷고 있던 북한에 대한 배려로 중국외교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양보를 했으며, 이것이 중국측 비공개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아..이젠 뭘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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