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꼬꼬면 사발면을 먹게 되었다.
처음 나왔을 때 한번 먹어볼랬는데, 그 땐 파는 곳이 없어 못 먹었다가 이제서야 먹어보게 된 것이다. 그것도 끓여먹는 본격라면이 아닌 컵라면으로..

처음 나왔을 땐 상당히 기대를 많이 했었었지만, 최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별로다. 그렇게 호들갑 떨 정도는 아니다. 차라리 나가사끼 짬뽕이 더 낫다 는 식의 말들이 많이 들려 그 기대가 한풀 꺾인 상태였기에 먹을 때도 그냥 한끼 때운다는 생각이었다.

스프를 3/4 정도 넣고 물을 한계선보다 약간 덜 넣었으며 면이 왕뚜껑처럼 가는 면이길래 2분 30초에서 3분 정도 기다려 휘휘 저은다음 한입 먹어봤다.

그런데..호오
이거 꽤 괜찮다.
뭐랄까..약간 달짝지근함이 느껴진다 싶을정도로 입에 착착 달라붙는 감칠맛이 감돈달까..
음식점에 가면 맛내기 위해 음식에다 아주 미원이나 다시다를 쑤셔박는다고 그러던데, 이 국물은 그렇게 낸 건가 싶을정도로 국물 맛이 괜찮았다.
사실 처음 먹기 전 냄새만 맡아봤을 땐 약간 퍽퍽하고 퍼석퍼석한 나무냄새도 좀 나는 것 같고, 전에 나가사끼 짬뽕 국물에서도 고추 썰어넣은 것마냥 칼칼하기만 하고 별 맛을 못 느낀 상태였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이 꼬꼬면.. 그것도 끓여먹는 봉지라면보단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이 컵라면의 허여멀건 국물엔 그리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았던 것인데..
흠..확실히 생각 외의 득템이다 싶었다.


지금 우리 집에는 나가사끼 짬뽕이 아직 1박스나 더 있다.
왜냐하면 전에 꼬꼬면을 찾아도 없었을 만큼 잘 나가고 반대로 나가사끼 짬뽕은 별 달리 인지도가 없었을 당시, 이 나가사끼 짬뽕을 20개 한박스에 10900원이었던가 10500원이었던가로 지마켓에서 판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싼 가격이라 해서 2박스를 사놨었기 때문이다.
나가사끼 짬뽕이 한창 잘 나간다는 소리가 들리는 요즘엔 지마켓에서도 가격이 올라 대충 13900인가 정도 하는 것 같더라만..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다는 소리겠지.
근데, 한가지 웃긴 것은 우리 집에서 제일 안나가는 라면이 바로 이 나가사끼 짬뽕이라는 점이다.
이유는 바로 국물 때문이다.
칼칼한 국물, 아니 정확히 말하면 칼칼하기만 한 국물 때문이었다.
버섯, 양파 같은 채소들로만 국물을 낸 듯한 허여멀건한 다싯물에 고추만 막 썰어넣어 간을 한 것 같은 그 니 맛도 내 맛도 없는 칼칼함이 건더기 스프와 훌륭한 면발을 다 죽여버린 느낌이었다.

라면에 대한 내 평소의 지론은 바로 '라면은 국물' 이라는 것이었고, 그 것이 우선 충족되지 않고선 암만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탁월한 삼양의 그 탱글탱글한 면발이라 해도, 또 씹는 맛을 살려주던 그 양질의 건더기들이라 해도 날 만족시킬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 4,5봉지 정도 끓여먹었던가? 이래도 먹어보고 저래도 먹어보면서 나름 맛있게 먹어볼려고 노력하다 결국은 포기하고 나가사끼 짬뽕 면만 꺼내어 짜파게티를 끓여먹는데 사용하고 있는 중 이었다.(이 조합은 아주 훌륭했다. 그 삼양 특유의 탱글탱글한 면발이 농심 원래의 흐물흐물한 면발로 짜파게티를 끓이는 것 보다 최소 1.5배 이상 더 맛있게 만들어 주었으니 말이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이 꼬꼬면에 대해서도 별달리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인데..

그런데, 이 꼬꼬면 컵라면의 국물맛은 생각 외로 상당히 괜찮았단 거지.
앞서 말한 것처럼 감칠맛 나는 국물도 괜찮고, 그 국물이 왕뚜껑의 면처럼 가는 면발과 함께 입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면발 따로 국물 따로라는 느낌도 없고, 또 다 먹을 때까진 입에서 그 국물맛이 떠나질 않는다.
다만, 너무 국물맛이 강하다 보니, 다 먹고 나서 귤 같은 걸로 입가심을 하지않으면 그 잔향이랄까 느낌이 좀 오래 남는다는 느낌이 있었다.


아..그건 그렇고 한가지 좀 이상한 것도 있는데, 다 먹고나서 아. 맛있었다 하고 탄성을 토해냈으면 나중에라도 또 사먹어야지 라는 생각이 부지불식간 떠올라야 정상이라 생각되는데, 희한하게 그런 생각이 안들더라는 것..그건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감칠맛나는 국물의 여운이 너무 오랫동안 입안에서 감돌아서 꼬꼬면에 대한 기대욕구를 희석시키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앞서 의심했던 것처럼 그 감칠맛의 이유가 강한 조미료라서 먹고난 다음 머리보다 혀가 둔감해져 버린 탓인지, 어쨌든 그 맛있는 맛에 비해 재차 땡김에 대한 욕구가 작더란 말이지..
혹 아쉬운 것 없이 너무 만족하면 이렇게 되는걸까?

그래서 말인데, 다음에는 봉지 꼬꼬면을 사서 먹어볼 생각이다.
또, 오늘 느낀 이 만족감의 정체가 과연 국물 때문인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 나가사끼 짬뽕 스프와도 바꿔서 먹어볼 생각이다.
면이 바뀌고 스프가 바뀌고 봉지와 컵라면이 바껴도 오늘의 이 맛이 나오는지 확인해 보면 오늘 내가 느낀 이 감칠맛이 진짠지 가짠지 알 수 있겠지..

아무튼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상당히 만족스러웠고, 내 입엔 나가사끼 짬뽕보다 꼬꼬면 컵라면이 더 맛있게 느껴졌었다.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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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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