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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11일 오후 2시쯤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8번 출구 앞. 한 50대 남성이 외국인 남녀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만면에 웃음을 띤 이 남성은 곧 휴대전화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1분이 채 안돼 공항 진입로를 돌고 있던 흰색 승합차가 이들 앞에 멈췄다. 승합차에는 ‘인천공항 예약문의’라고 적혀 있었다. 승합차 기사는 외국인 남녀의 짐을 뒷 트렁크에 싣고 문을 열어 이들을 태웠다. 문을 단단히 닫고는 아까 그 50대 남성을 눈짓으로 불렀다. 그러더니 지갑에서 1만원짜리 여러 장을 꺼내 건넸다. 주변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한 남성에게 “저 사람이 얼마나 받았을까요”라고 묻자 “택시가 서울까지 가고 택시비가 20만원이면 20%인 4만원을 받았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50대 남성은 외국인 여행객을 꾀어 택시기사와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삐끼’다. 비슷한 시각 인천국제공항 안에서는 한 30대 동남아시아계 남성이 지나가자 호객꾼 3, 4명이 뒤를 따랐다. “헬로, 헬로?” “택시? 캡?” 이 외국인 남성은 삐끼들을 경계하며 갑자기 걸음을 빨리 했다. 삐끼들의 집요한 호객 행위에 질렸는지 도착 게이트에서 출구까지 다섯번이나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은 한때 잠잠해졌다가 늘어난 삐끼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삐끼들은 단체 관광객보다 주로 혼자 여행이나 출장 온 외국인을 노린다. 이들은 국제선 도착게이트에서 공항 출구 바깥까지 늘어서 있다. 전광판을 보고 어느 나라 비행기가 도착하는지 확인하며, 무전기를 통해 신속하게 연락한다. 인천공항공사는 삐끼 수를 70여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택시기사 김모(45)씨는 “적게 잡아도 200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마음 놓고 공항 안팎을 누비는 데는 당국의 책임 떠넘기기도 한 몫 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우리는 삐끼를 행정처분할 수 없고 인천 중구청이 단속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인천 중구청 관계자는 “호객행위 단속은 공항공사와 공항경찰대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인천공항경찰대 관계자는 “공항 내에 폐쇄회로TV가 있지만 사각지역이 많고, 현장에 출동하면 삐끼들이 이미 알아채고 사라져 버린다”고 둘러댔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지속적으로 단속을 해서 많이 근절된 것”이라면서도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1대 1로 따라붙겠느냐”고 단속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공항 안에서는 “불법 콜밴, 호객행위를 조심하라”는 영어·일본어 방송만 되풀이될 뿐이다. 미국인 수잔 크리스티나(38·여)씨는 “한국이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려면, 입구에서부터 이미지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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