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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 탈출하게 하는 마법"탄자니아 등 92개국 배워 가
국내에선 인지도 떨어졌지만아직 회원 190만여명 활동

경북 청도군은 '새마을운동 발상지 청도'라는 문구와 새마을 이미지가 새겨진 마크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했다고 15일 밝혔다. 새마을운동 발상지를 대표하는 캐릭터 '신도리'도 상표 출원했다. 본지 9월 15일자 보도

새마을운동은 1970년 4월 시작된 박정희 전(前) 대통령의 국가 개조(改造) 프로젝트다. 박 전 대통령 사후(死後) 유명무실해졌던 이 운동이 재조명되고 있다. 경북 청도군과 포항시는 서로 자기들이 새마을운동 발상지라고 주장하다 법정 다툼을 벌였다. 외국은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해 혈안이다. 왜 그럴까.

“아침마다 짜증이 나긴 했지만 그 덕에 많은 발전이 있었죠.”1970년대 국민들은‘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라는 노랫소리에 맞춰 일어났다. 집집마다 한 사람씩 나와서 마을 도로를 만들고, 도랑을 내고, 지붕을 보수했다. 조선일보 DB
"한국은 미래의 우리 모습"

"1960년대 한국은 지금의 콩고민주공화국과 같았습니다. 50년이 흘렀는데 우리는 제자리걸음이고 한국은 엄청난 발전을 했습니다. 그 비결을 알고 싶습니다." 15일 방한한 카베야 핀디 파시 콩고민주공화국 총리실 수석보좌관의 말이다.

새마을운동은 해외에서 주가가 높다. 콩고뿐 아니라 많은 나라가 한국의 새마을운동에 주목했다. 현재까지 92개국 4만7000여명이 새마을운동을 배워갔다. 주로 탄자니아, 네팔, 몽골, 캄보디아 같은 후진국들이다.

2006년에는 중국 후진타오 주석과 간부 200명이 새마을운동을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의 모델로 삼았다. 황창영 새마을운동중앙회 국제협력팀장은 "15일 하루에만 모잠비크, 코트디부아르와 미국 하버드대 연구원이 문의해 왔다"고 했다.

최외출 한국새마을학회 명예회장은 "인력은 많고 유용한 자원이 부족한 상태, 교육수준이 낮은 상황 등 우리가 새마을운동을 시작할 때와 환경이 비슷한 나라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 온 외국인들은 6박7일간 합숙을 하며 새마을운동을 배운다. 이들이 배우는 내용은 '새마을교육과 정부의 역할' '새마을운동 국제협력사업' '해외 추진사례' '농촌 개발과 새마을운동'이다.

강의 사이에는 '새마을노래'도 배운다. 교육은 아침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진행된다. 황 팀장은 "고된 일정이지만 '새마을운동에 미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전수하는 노하우는 박 전 대통령이 마을마다 시멘트를 보급한 것처럼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 마을끼리 선의의 경쟁을 시키는 방법, 주민들의 활동을 정부가 뒷받침하는 관계 등이다.

임종완 새마을운동중앙회 홍보팀장은 "새마을운동에 대한 교육과정과 연구는 매뉴얼화돼 있어 교육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 지도자들을 불러 강의를 하고, 시설이 잘 정비된 농촌마을을 견학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매일 밤 국가별로 모여 자기 동네의 실정에 맞게 새마을운동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 토의한다. 모든 과정은 전액 무료다. 일주일의 '특훈'을 받은 이들은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새마을운동을 시작한다.

해외에서 새마을운동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3~5년이 걸린다. 국민에게 '스스로 뭔가를 해 낼 수 있다'고 이해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황 팀장은 "새마을운동을 배워간 정부도 이를 지원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 때는 그 나라의 청년회 같은 조직을 이용한다"고 했다.

해외 새마을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화(現地化)다. 마을의 특성에 맞게 새마을 운동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중앙회는 협조자 역할에 그친다.

곡물의 씨앗을 지원하거나 염소를 대여해주는 등 원주민들이 스스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금까지 지원·협력된 새마을사업은 '내 집 만들기' '내 농장 만들기' '목욕탕 건립' '공동 우물 설치' 등이다.

모든 사업은 현지인의 의욕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내 집 만들기'는 스스로 벽돌을 많이 준비한 사람에게 먼저 공사비용을 빌려주는 식이다.

임 팀장은 "새마을운동을 전수해주고 지원해 달라는 곳이 너무 많아 조건을 보고 선별한다"며 "체험하고 효과를 느끼는 것이 새마을운동의 장점"이라고 했다. 올해 선정된 새마을 교육 대상은 9개국 152명이다.

"아직도 새마을운동을 해요?"

박 전 대통령은 1970년에 3만3267개 마을에 시멘트를 335부대씩 지급하며 마을별로 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주민들은 마을을 정비하면서 상수도시설 설치, 복합 영농 기반을 조성했다.

농가들은 특용작물을 재배하고 축산업을 하면서 소득을 높일 수 있었다. 새마을운동은 도시로 확대돼 '내 집 앞 내가 쓸기' '저축하기'가 전개됐다. '근면', '자조', '협동'정신이 근대화의 토대가 됐다.

새마을운동중앙회 제공 아프리카에도‘새마을 마법’이 통할까. 아프리카 주민들은“많은 단체들이 왔다가 자기들 주머니만 채 우고 떠났지만, 새마을운동만은 달랐다”고 한다. 탄자니아의 뜨거운 바람 속에 초록색 새마을 깃발이 나부낀다.
박 전 대통령 서거 후 새마을운동중앙본부가 창설돼 민간 기구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박시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촌발전팀장은 "박 전 대통령 사후 새마을운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됐다"고 했다.

1981년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생 전경환씨가 새마을운동중앙본부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1988년에는 그가 73억원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새마을운동은 쇠락기를 맞았다. 임종완 홍보팀장은 "새마을운동이 존폐 위기를 맞았다"고 했다.

1990년대부터 새마을운동중앙본부는 '비영리 민간 단체 공익활동 지원 사업'에 응모하며 관변 단체 색깔을 지우고 민간 NGO 단체로 자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IMF사태 직후인 1998년에는 '금 모으기 운동'을 최초로 시작하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의 인지도는 갈수록 약해졌다. 2000년대 들어서는 새마을운동이 대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새마을운동은 눈에 잘 띄진 않지만 명맥을 이어왔다.

현재는 전국 17개 지부, 237개 시군구협의회, 3574개 읍면동협의회가 활동하고 있다. 국내 새마을 지도자는 18만여명이다. 회원 수는 190만여명에 육박한다. 이들은 각 동(洞)별로 화단 가꾸기, 밑반찬 만들기, 외국인과 함께 송편 만들기 등을 하며 지역사회에서 활동한다. 일주일에 2~3회 정도 정해진 활동이 있고 그 내용도 다양하다.

최외출 명예회장은 "새마을운동은 해외에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다시 부활하고 있다"며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자원 낭비가 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근면, 자조, 협동의 가치가 다시 중시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 '한국' 덕에 부자된 콩고의 어느 마을
  • "새마을발상지 청도" 발표, 포항 반발 '확산'
  • 이대통령 "새마을운동, 선진화운동 거듭나야"
  • 박근혜 "한국엔 여전히 새마을 운동 정신 필요"
  • 시드니 도심에 예쁜 한글서체로 '새마을 운동'
  •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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