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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자제력을 잃어가고 있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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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의동의 주택가. 지난 토요일 오후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평범한 47살 가장이 자신의 집 바로 앞에서 생전 처음 보는 이웃에게 살해된 겁니다. 그것도 자신의 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말입니다.

피의자는 근처에 사는 64살 이 모 씨. 자신의 애완견 마르티즈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던 이 씨는 한 행인에게 개에게 왜 목줄을 매지 않았냐며 핀잔 한마디를 듣게 됩니다.

이에 격분한 이 씨는 그 곳에서 150미터 떨어진 자신의 집으로 가서 애완견은 놓고 대신 아버지 산소 벌초용으로 사용했던 낫을 들고 뛰어 나옵니다.

행인과 만났던 장소에 다시 오게 된 이 씨. 자신에게 핀잔을 했던 행인을 찾지만 이미 그 행인은 온 데 간 데 없자, 집 앞에 있던 피해자 고 모 씨에게 그 행인의 행방을 묻습니다.

고 씨가 그 행인과 아는 것 같았다는 겁니다. 고 씨가 그 사람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해도 계속 그 사람 어딨냐고 묻자, 고 씨는 "아니, 그 사람 말이 맞지 않냐. 근데 왜 그러냐"며 그 행인의 주장을 옹호하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다짜고짜 고 씨의 등에 낫을 내리쳤고 고 씨는 바로 쓰러졌습니다.

낫을 들고 있는 남자가 자신의 아들 주변에 있다는 것을 위에서 보고 있던 고 씨의 아버지, 설마 이런 대낮에 사람을 해칠까 싶어 별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말릴 틈도 없이 아들은 그렇게 눈 앞에서 변을 당했습니다.

2층 집에서 고 씨의 아버지가 뛰어내려왔지만 뭐가 그리 화가 났는지 이미 이 씨는 고 씨의 입 주변까지 낫으로 훼손한 뒤였습니다.

사람을 죽였다며 고 씨의 아버지가 소리를 지르자 고 씨의 아들, 딸이 내려와 이 씨를 저지하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이웃들도 몰려들었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그렇게 한 순간에 빼앗아간 이 씨, 도망은 가지 않았습니다.

이웃들의 말에 따르면 그냥 체념한 듯 쓰러진 고 씨 옆에 낫을 들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고 합니다.

이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바로 붙잡혔습니다.

이렇게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이 씨에게서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찰서에서 만난 이 씨는 왜 그랬냐는 질문에 "처음에 나한테 뭐라고 한 행인이 우리 아들을 죽인 국정원 직원이었다. 그 사람들이 다 한 패다", "그 사람들이 술에 취해 내 강아지를 못살게 굴었다"며 횡설수설했습니다. (사건 당시 술을 마신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물론 피의자 이 씨도 마찬가집니다.)

망자와 그 유족들에게 사죄는 못할 망정 말입니다. 이런 이 씨에게 전과가 없는게 오히려 이상했습니다.

20년 전 부인과 이혼하고 아들을 어릴 때 잃어 하나뿐인 딸과도 연락을 하지 않을 채 지내고 있긴 했지만 70대 노모만큼은 극진히 모셨다고 합니다.

사건 당일도 집에 돌아오지 않는 노모를 찾기 위해 강아지를 데리고 집을 나선 것이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저희 집에서도 걸어서 한 20~30분 정도 걸리는 곳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단골 떡볶이집이 그 근처에 있어서 자주 지나다녔던 곳이기도 하는데, 정말 이웃들 서로 믿고 그렇게 오순도순 사는 주택가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는 지금도 믿기가 힘듭니다.

눈 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아직도 믿기 힘든 이웃들 역시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처럼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으면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건수가 매년 늘고 있습니다. 2년 전 전체 살인 건수에서 37%를 차지했던 우발적 살인은 이제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무조건 조심조심 살아야 하는 걸까요. 그저 모르는 사람과는 아예 말을 섞는 걸 피하는게 상책일까요. 잘못된 일을 봐도 그냥 못본척, 나한테 피해 없으면 그저 조용히 있어야 하는 걸까요. 서로 관심을 갖고 감정을 나누며 살아가야 더 살만한 세상일텐 말이죠.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고, 또 깊은 충격에 빠져계실 유족들에게도 조의를 표합니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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