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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판 '촛불'여파 국내 상륙..정치권 "대만 수준 개정 요구해야"


대만판 '광우병 촛불'의 여파가 국내 정치권에도 몰아치고 있다.

대만 야당과 시민사회의 요구에 대만 입법원(의회)이 5일 인간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부위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는 식품위생관리법 수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국내 정치권에서도 지난 2008년 타결된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해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대만 의회는 5일 3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 중 광우병 위험이 높은 내장, 분쇄육, 뇌, 척수, 눈, 머리뼈 등 6개 위험 부위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식품위생관리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쇠고기

한국과 대만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비교ⓒ 강기갑 의원실

구체적으로 개정된 식품법 11조는 최근 10년간 광우병이나 인간광우병(vCJD)이 발생한 국가와 지역의 30개월 미만 소의 내장, 간 쇠고기, 뇌 등 6개 위험 부위와 관련 제품을 수입.수출, 제조.가공.배합, 수송.보관.포장, 판매.공개전시.증정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2008년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서 한국은 30개월 월령제한을 해제하고 30개월 미만 소의 뇌, 눈, 머리뼈, 척수, 등배신경절, 척주, 회장원위부(소장 끝 50cm 부위)를 제외한 내장의 수입을 허용했다.

결국 한국 정부는 대만 정부가 금지하고 있는 30개월 미만의 머리뼈, 뇌, 눈, 척수를 비롯해 모든 월령의 분쇄육과 내장(회장원위부 제외)까지도 수입을 허용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정치권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대만이나 일본이 우리보다 엄격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조치를 결정할 경우 우리도 미국에 대해 개정요구를 하겠다고 발표한 약속을 지키라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당시 한승수 총리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이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총리는 2008년 5월 8일 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 가진 대국민담화에서 "새로운 상황 발생할 경우에는 언제라도 미국과 체결한 협정의 개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서 김종훈 본부장은 "새로운 상황은 두 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과학적 기준을 넘어서는 새로운 발견이 있을 경우와, 대만이나 일본이 미국과 협상에서 달라진 내용이 담길 경우가 될 것이다"라며 "그런 사례가 생기면 정당하게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또 2008년 7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긴급현안질문에서도 "만일 미국이 우리와 다른 조건으로 협상하고,그 조건이 우리보다 좋을 경우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한승수

지난 2008년 5월 8일 한승수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상 타결 관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6일 국회 브리핑에서 이같은 정부의 약속을 거론하며 "이명박 정권은 한승수 전 총리의 약속대로 미국을 상대로 쇠고기 수입규정에 대한 개정요구를 다시 요청해야한다"며 "적어도 대만 수준의 개정요구를 해서 관철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 대변인은 "이를 하지 않을 경우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거짓말 정권이 될 것이며, 개정요구조차 하지 못할 경우에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고 자국민의 건강권을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또다시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보도자료를 내어 "대만 의회의 법개정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즉각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의 재협상여부와 상관없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제출하여 최소한 대만처럼 모든 월령의 편도, 회장원위부, 머리뼈, 뇌, 눈, 척수, 분쇄육, 내장도 수입금지품목으로 지정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도 "대만 입법원의 조치를 보면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반성을 넘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지금이라도 미국 정부와 쇠고기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일본은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 발병이 보고된 이래 현재까지 20개월 미만으로 쇠고기 수입 조건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고 레바논.말레이시아.페루.콜롬비아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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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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