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페이트 스테이나이트의 극장판 '무한의 검제'가 드디어 출시되었다..
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역시 들리는 소문대로 너무 짧은 시간 안에 그 많은 내용들을 다 집어넣으려다 보니 오히려 중요한 걸 많이 놓친 게 아닌가 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토오사카 린, 그러니까 UBW루트는 시로와 아처의 갈등과 반목 그리고 해소가 가장 큰 핵심대목이다. 이 부분은 절대 짤라낼래야 짤라낼 수가 없는 부분이라 극장판 애니에서도 섣불리 손 대지 않고 최대한 살려놓은 듯 하다.
허나 내용을 축소시키지 못한만큼 시간은 촉박해져 버렸다.
거기에다 페이트 OAV에서 보여줬던 세이버 루트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굵직굵직한 사건이나 전투장면들까지 최대한 빠짐없이 집어넣으려고 했기 때문인지 실제 그 사이사이에 있어줘야 할 상황설명이나 사건 발생의 이유나 캐릭터들의 심리묘사 등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그냥 대충대충 후딱후딱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게임이고 애니고 다 섭렵한 입장이라 이미 전후좌우 상황을 다 알고 있는 관객의 눈으로 봐도 그렇게 싹둑싹둑 짤려버린 극장판이 마치 팽팽하게 땡겨져 끊어지기 일보직전의 고무줄처럼 느껴질 정도로 여유가 없어 보이던데, 아예 내용을 모르고 보는 사람들이라면 두 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만큼 내용보다는 볼거리에 더 치중한 작품이라는 거다..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왜 저런 사태가 벌어지는 지와 같은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게 만들어져 있으니, 극장판을 볼려는 사람은 사전에 미리 대략적인 배경지식 정도는 습득을 해놓고 볼 것을 권한다.
그래야만 그처럼 대충대충 빠르게 휙휙 지나가는 영상들이 한결 이해하기 쉬울 테니까 말이다.
하기사 페이트 오덕들에게 24편짜리 OAV도 페이트의 장대한 시나리오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며 욕을 바가지로 먹곤 했었는데, 그걸 더 줄이고 줄여 1시간에 다 표현할려고 시도했으니 절대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는 건 당연한 건가..?

아무튼 내용은 앞서 말한 것처럼 좀 대충대충이지만, 볼거리만큼은 꽤 좋았다는 느낌이다.
특히 서번트 끼리의 전투장면엔 꽤 공을 들인 듯한 느낌이었다.
게임에서 느껴보고 싶었지만 느낄 수 없었던 서번트끼리의 전투장면이나 분위기로만 만족해야 했던 시로 vs 아처의 전투장면등이 말이다.
게임에서도 구현되지 않았던 시로와 아처의 싸움 만으로도 이 극장판은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아래는 시로 vs 아처의 전투 영상이다.



이 영상을 보면 느낄 수 있지만, 게임에서 풍겨오던 느낌과는 약간 다르다.
일단 너무 빨리 끝난다.. 게임에서는 꽤 오랫동안,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워서 나중에 힘이 다 소진됐겠다 싶을 때야 비로소 납득하는데, 애니에선 금방이다.
몇번 챙챙챙챙 하고 칼부림 좀 한다음 '내가 졌다' 해버리니 이거 뭔가 제대로 안 끝난 것 같이 찝찝해서..ㅋ

그리고, 게임에서는 딩딩딩딩~딩딩 울리는 피아노 건반 음률때문인지 마치 '이제 모든 갈등은 해소됐다... 난 더 이상 미련이 없다.. 만족한다.' 는 식으로 뭔가를 마무리 짓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 극장판에는 그런 느낌이 없다. 아니, 그런 느낌을 줄 시간조차 없었다고 해야 정확하겠지.. 그만큼 숨 돌릴 틈도 안주고 연속으로 계속 몰아붙인다.. 마치 마감 전에 어떻게든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라도 하는 듯 해서 그게 좀 아쉬웠다..원래 게임 분위기를 제대로 못 살린 것 같아서..
페이트 게임은 시나리오도 물론 좋았지만, 그 특유의 쓸쓸-하다고 표현해야 되나.. 처연하다고 표현해야 되나 하여튼 그런 곡이 있다. 페이트를 해본 사람들은 뭘 말하는 지 다 알게다 -한 곡이 생명이었는데..쩝

뭐..그래도 결론은 그런대로 볼만했다는 거...





p.s
시로와 아처는 같지만 다른 사람이다.
간단하게 평행우주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렇게 판단되어지는 이유는 2가지..
하나는 무한의 검제 영창주문이 서로 다르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고유결계 속 배경이 서로 다르다는 것..

불, 과거의 트라우마와 현재의 불꽃같은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톱니바퀴, 기계처럼 돌아가는 삭막한 심상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시로가 성장하여 삭막해질대로 삭막해지고 감정은 메말라 버려 악감정만 남아버린 상태에 다다른 결과가 아처라는 소리이며, 시로가 성장하면 반드시 아처가 된다는 게 아니라, 성장한 여러 가능성- 영창과 배경이 바뀐 아처가 된 시로, 바뀌지 않은 아처가 된 시로,  아처가 되지 않은 시로 등등 -중 하나가 아처라는 것이니 그것을 착각하지는 말자.





p.s
내용을 제외한 몇가지 영상 쪽에서 좀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 언급해 본다.

1.. 우선 피칠갑이 너무 많았다.. 뿐만 아니라 그 피의 질감묘사도 뭐랄까.. 덩어리? 폐경유 기름도 아니고 진흙도 아니고, 뭔 놈의 질감을 구역질나게 해놨는지, 뭔가 찐득찐득하고 풀죽같은 느낌.. 그게 좀 역겹게 보였다.

2.. 두번째로 사사키 코지로의 츠바메가에시를 그냥 단순히 빠른 3단공격으로 묘사해 놨다는 것이다.
사사키의 츠가메가에시는 다중차원굴절현상을 일으키는 신의 기술이라는 설정으로 동시에 3개의 도가 존재하게 만드는 기술이어야 하는데, 그럴려면 잔상형태로 세개의 궤적을 동시에 그려넣었어야 하지 않나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그냥 샥,슥,샥 하고 칼의 궤적을 순서대로 그려 단순히 빠르기만 한 공격으로 묘사한 점이 좀 안타까웠다.

3.. 세번째로 린이 시로에게 마술회로의 일부를 넘겨주는 장면에서 굳이 원래 게임의 장면 일부를 담을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거다. OAV에서도 그러던데, 어차피 용이나 돌고래를 등장시키는 식으로 바꿀거라면 굳이 원래의 19금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은 넣을 필요는 없지 않았나 싶어 그게 좀 거슬렸다..그 때문에 장면의 전환도 어색해져 버렸으니 말이다.

4.. 마지막 네번째로 길가메쉬의 공격은 무한의 검제와는 달리 실제 존재하는 것은 진퉁 한개씩이다. 그렇다면, 쏘고 난 후 재차 쏠려면 반드시 회수를 해야 할 거란 말이지.. 그런데, 영상을 보면 회수도 하지않고 땅에 무수히 떨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게이트를 여는 족족 다시 만땅 채워져서 소환되는 걸 보니 이건 좀 아닌데 싶더라.
그리고, 길가메시가 발사하는 것들은 죄다 보구들인데도 시로는 아이아스의 방패를 투영해 그 보구들을 죄다 막아버리질 않나, 세이버는 날아오는 길가메시의 보구들을 베기 한방으로 다 떨어뜨리지 않나..밸런스 적인 문제도 좀 엿보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좋은 스킬을 왜 끝까지 쓰지않고 고유결계 속에서 시로와 직접 검을 들고 싸움박질을 하는가? 등등.. 게임에선 미처 눈치채지 못한 부분들이 영상으로 보면서 많이 눈에 뜨이더란 말이지..





p.s
서비스 컷

에미야의 짝퉁마탄(무한의 검제)



시로의 짝퉁마탄(무한의 검제)



길가메시의 진퉁마탄(게이트 오브 바빌론)



결론.. 왕의 포스는 아무도 당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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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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