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길들이기라는 3D 애니메이션을 봤다.
요즘들어 슬슬 나의 애니메이션 취향도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전에는 인형극 같은 미국애니는 '애니답지 않아' 라며 볼 생각을 못했었는데, 전에 '쿵후팬더'를 보고 난 이후부턴 이 3D애니메이션이 꽤 재밌게 보이기 시작하더란 말이지..

낮 바다 위..

밤 구름 위..


이 애니들의 장점이라고 하면 뭐니뭐니해도 실제같은 배경과 만져질 듯한 질감, 그리고 캐릭터가 짓는 얼굴표정과 행동모션, 그리고 배경음악이라 할 수 있는데, 오늘 본 이 '드래곤 길들이기' 역시 그런 점이 확 두드러져 보였다.
일본애니의 강점인 빠르게 전개되는 속도감은 좀 부족하지만 대신 입체적인 만큼 무게감이 느껴지고, 색상의 화려함 대신 질감이, 환상적인 연출과 이미지 대신 실사라고 착각할 만큼 사실적이면서도 멋드러진 배경이나 캐릭터의 움직임 등은 과거 독주하고 있던 일본애니를 제치고 미국 3D애니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게 만든 주요 강점이라 할 수 있을만큼 탁월했다.

아니, 탁월한 정도가 아니라 이제까지 본 것들 중에선 최강이라고 할까?
불은 진짜 불 같았고, 물은 진짜 물 같았으며, 캐릭터들의 감정표현은 인형처럼 생긴 진짜 사람을.. 그러니까, 인형옷을 입고 연기 중인 난쟁이들을 찍은 실사영화가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진짜 같았다.
또, 그 동안 내가 미국애니를 보기 싫어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기름 속을 헤엄쳐 다니는 듯한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눈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로 적어 아주 마음 편히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이 손에 만져질 듯한 머리카락의 질감을 보라..마치 실제 바비인형을 가져다 놓은 듯 하지 않는가..



그런 3D애니 중 하나인 이 '드래곤 길들이기'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러하다.

이야기 속 배경은 바이킹 마을과 드래곤들이며, 이 둘은 오랜옛날부터 싸워오던 사이다.
현 바이킹 족장이자 아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이해하지 못한 아버지 덕분에 항상 겉으로만 나도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히컵은 어쩌다 소 뒷걸음 치다 쥐 잡는 격으로 밤의 분노를 포획하게 된다.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밤의 분노를 죽이려고 하지만, 차마 죽이지 못하고 오히려 풀어주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이 둘은 서로를 적이 아닌 하나의 다른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드래곤의 둥지

바이킹족 마을


꼬리날개가 망가져 날지 못하는 밤의 분노(이하 투슬리스)를 위해 물고기를 가져다 주고, 날아다닐 수 있도록 인조날개도 만들어 주면서 급격히 친해진 덕분에 히컵은 그 동안 드래곤에 대해 알고 있었던 지식들이 얼마나 틀렸었는지, 또 이제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정보들은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 알아가게 되고, 그 지식을 이용해 드래곤들을 능숙하게 다루게 되면서 점차 바이킹 족 사회에서 주목받는 존재로 떠오르게 된다.

결국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드래곤을 죽일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된 히컵은 전투 전날 투슬리스(꼽사리 낀 애스트리드 포함)와 함께 하늘을 날아다니며 놀다가 드래곤의 둥지와 모든 사태의 원흉을 발견하게 되지만, 이 사실을 알릴 경우 투슬리스까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은 숨기기로 결정한다.

드래곤과의 전투 당일, '기괴한 악몽' 을 상대로 히컵은 이제까지와 동일하게 장비를 버리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한 족장의 제지로 히컵은 위기에 처하게 되고, 먼 곳에서 히컵의 위기를 감지한 투슬리스는 앞뒤 안 가리고 바이킹 족 마을로 날아들어 히컵을 구한 다음 잡히게 된다.
그제서야 전후사실을 알게 된 족장은 투슬리스를 이용해 드래곤 보스를 퇴치할 생각으로 전사들을 동원해 둥지를 급습하지만, 워낙에 막강한 놈인지라 전멸당하기 일보직전에 몰리게 되는데, 바로 이 때, 히컵은 또래 친구들과 드래곤을 타고 날아와 드래곤 보스를 처치해 버린다.

최종 보스의 포스..



비록 바이킹 족과 드래곤은 서로 죽이고 죽여온 관계였지만, 히컵 덕분에 사실을 알게된 바이킹 족은 드래곤과 공존을 꾀하게 되고, 오랜옛날부터 지속되어져 왔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히컵은 마을의 영웅이 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바이킹과 드래곤의 공존..



그런데, 보면 알겠지만, 드래곤들은 날아다니는 개나 고양이처럼 보인다.
목을 간지러주면 좋아하고,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개다래, 개박하처럼 어떤 풀 냄새를 맡게 해주면 환장하고, 먹이를 주면 친해지고, 친해지면 서스럼 없이 옆에와서 골골대는 등의 행동들이 영판 개나 고양이 같다..

뭐..개처럼 꼬리 흔드는 드래곤도 좋긴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오랜옛날부터 바이킹을 침략해서 서로 죽이니 살리니 하던 무서운 드래곤들이 사실은 원반 하나 던져주면 왕왕하고 뛰어가서 물곤 다시 돌아와서 헥헥 거리며 꼬리흔드는 개라는 사실을 알게됐을 때의 그 괴리감이랄까 김 빠짐이랄까 뭔가 존재감이 엄청나게 격하된 감이 없잖아 있어 쉽게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기가 힘든 아쉬움이 좀 있었다.

훈제 뱀장어만 보면 식겁을 한다..근데..뭔놈의 뱀장어가 생긴 게..;;



하지만, 반대로 내용적인 면에서 보면 히컵이 도저히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찌질한 아들이었던 탓에 아버지의 행동도 항상 일방통행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고는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강압적인 일방통행은 답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는 아버지의 심적변화나, 그러한 히컵이지만 이제까지 누구도 해내지 못한 드래곤들과의 소통을 이루어냈다는 점 등을 통해 모든 트러블의 해결은 상대방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서로를 이해할려고 노력하는 쌍방통행에 그 답이 있슴을 가르쳐 주고 있어 이런 교훈적 가치에 비하면 저 정도의 아쉬움 정도야 옥의 티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아주 사소한 것일 뿐이다.

그 밖에 배경음악은 웅장하고, 그래픽은 실사를 방불케 할만큼 끝내주고, 무엇보다 주인공들이 난처해하거나 하는 행동이나 얼굴표정들은 옛날 '빽 투더 퓨처'에서의 마이클 제이폭스의 행동을 보는 것마냥 현실감이 있어 보였다..
한마디로 어떤 특정한 취향을 타는 부분은 거의 없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점들만 두루갖춰 거슬림 없이 마음편하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애니라는 게 다 보고난 후의 느낌이다.

결론적으로 드래곤 길들이기..
가족끼리 오붓하게 모여 감상하기에 좋은 훈훈한 느낌의 애니메이션이었다..

마을의 후기지수 5인조, 처음 등장은 그럴 듯 했는데..

갈수록 개그 5인조가 돼간다..좌에서 부터 스낫라웃, 러프넛, 애스트리드, 터프넛,피시렉스,

서열 1위..밤의 분노

서열 2위..기괴한 악몽

좌에서 부터 (섬뜩한)지플백, (치명적인)내더헤드, (???)그론클

끔찍한 테러




그 밖에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등장하지 않는 드래곤들..

0123456





p.s
그런데, 밤의 분노 생긴 모습이 꼭 어릴 때 접었던 제비 비행기 같다는 느낌이다.. 검은 제비 비행기..
아니, 꼬리 쪽만 보면 가오리가 연상되고, 날개쪽만 보면 박쥐의 느낌도 난다.
하는 짓을 보면 완전 강아지나 고양이고, 어떻게 보면 흑표범 같기도 하다.
활강할 때 보면 행글라이더이고, 쏜살같이 날으며 브레스를 쏠 때 보면 제트기를 방불케 한다.

아무튼 저렇게 귀여운 녀석이 보면 무조건 피해야 하는 정체불명의 괴물이었다니, 그 동안 조사할려면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도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었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던 건지 그게 문득 궁금해졌다고나 할까...

'애니보기 > 애니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누야샤  (0) 2011.05.26
기동전사 Z 건담  (0) 2010.12.22
페이트 극장판 - 무한의 검제 Unlimited Blade Works  (2) 2010.10.05
원피스 ONEPIECE  (0) 2010.09.21
마물헌터 요자 OAV 전 6편  (0) 2010.09.21
Posted by 크라바트
,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