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소크라테스가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하기’ 정확히 말해 독백이 아닌 대화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철학자의 이미지는 골방에서 혼자 사색에 잠기거나, 그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우주의 진리를 글에 담는 모습이기 쉽다. 누가 칸트나 헤겔의 철학이 ‘100분 토론의 결과’라고 주장하겠는가? 놀랍게도 서양철학의 아버지 격으로 숭상되는 소크라테스는 이런 고독한 철학자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가 가장 좋아했고 죽기 직전까지 했던 것은 토론, 즉 어떤 주제에 대하여 논쟁적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그는 아테네 토론의 광장 아고라에 나가서 어느 누구와도 격의 없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즐겼다. 플라톤의 대화편 [변명]에서 소크라테스는 상대방의 나이 불문, 재산 불문하며 대화를 즐겼다고 말한다. 나아가 아테네의 법이 이 즐거움을 금지시키면 자신은 법을 지키지 않겠노라고 선언했다!
심지어 그는 ‘스스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독배를 마시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옥리에게 뇌물을 주고 도망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토론을 했다. 이것이 플라톤의 대화편 [크리톤]의 내용이다. 소크라테스와 동년배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크리톤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는 아테네의 법을 어기고 도망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아무도 토론 마니아 소크라테스를 말릴 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이 소크라테스와 크리톤과의 대화내용을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로 줄여 표현했지만, 이것은 매우 잘못된 해석이다. 소크라테스가 이런 말을 했다는 증거도 없고, 아테네의 법을 그는 악법이라고 부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젊은이를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재판을 받고 사형언도를 받아 죽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아테네 시민과 토론을 벌여 많은 적을 만든 것이 화근이 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고, 재판 중에도 자극적 토론을 벌여 사형언도를 받았고, 재판이 끝난 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토론을 벌인 후 “죽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따라 행동했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에게 토론은 공기와 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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