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정권 4년차에 들러선 이명박 정부가 정권 핵심부를 포함한 총체적 비리가 터져나오면서 정권 차원의 위기에 빠졌다. 현재 불거진 비리가 심각한 수준인데다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저축은행 문제로 은진수 전 감사위원,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 공성진 전 의원 등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줄줄이 의혹에 휩싸였다.
검찰은 임종석 전 의원, 서갑원 전 의원 등 야당 의원들도 수사하고 있으나 사안의 성격상 현 정권인사 비리에 눈길이 더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감사원에 이어 국세청도 부산저축은행의 검은 그림자에 휩싸였다. 검찰이 지난 15일 부산지방국세청 소속 6급 직원 이모씨를 체포한 것에 이어 16일 부산지방국세청 유모씨와 남모씨도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수수한 혐의로 체포했다.
국토해양부의 비리 의혹도 터져나왔다. 국토해양부와 하천협회가 제주도에서 연찬회를 열기 위해 수천만원의 국지 지원을 확보해놓고서도 관련 업체들로부터 2억원 이상의 돈을 거둬들였다.
공직자들의 전방위적 비리에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부정부패가 이제 한계에 왔다"고 말한 데 이어 김황식 총리도 이날 38개 중앙부처 감사관들과의 간담회에서 "올해는 공기업 기관장 가운데 절반이 교체되고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어 복무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다"면서 "감찰을 실시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실은 중앙부처와 지자체·공기업·국공립 대학 등에 대해 전방위적 감찰을 계획하고 있다. 총리실은 직무태만·인사청탁·금품 수수 등과 함께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하는지도 전방위 감찰할 계획임을 밝혔다.
정치권의 비판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16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나라 안에 웬 부패가 이리도 많은지 참으로 숨이 막힌다"면서 "지력이 다한 땅은 갈아엎어야 한다. 그리고 복토를 해야 한다"고 현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일이 아니라며 일침을 가했다.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최근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국토부 간부의 연찬회 파문, 국세청 간부의 뇌물 수수, 김해수 전 청와대 비서관의 부산저축은행 압력 의혹 등 어느 하나 부패의 고리와 연계되지 않은 곳이 없다"면서 "MB정부의 가장 큰 취약점은 철학부재와 도덕성 결여"라고 비판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호통치고 채찍을 든다는데 누가 부도덕한 장관들을 임명했나"면서 "국민 눈에 장관들이 부도덕해 보이는데 그 밑의 공무원들은 어떻겠나, 도덕성 결여 정부와 부패가 커다란 문제"라고 말했다.
외국언론인 "MB정치는 패러독스 그 자체"
한 외국언론인이 장달중 서울대 정치학과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는 MB 질타다.
장달중 교수는 16일 가톨릭언론인협의회 주관으로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럼 '한국-리더십의 위기를 말한다'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은 외국언론의 따가운 시선을 전했다.
장 교수는 또 '권력실세'와 '전직 장관들'의 증언을 빌어 MB 독주를 힐난하기도 했다.
"권력 중심부에 있었던 실세라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누가 권력을 휘두르느냐고. 예외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그래서 정부의 장관을 지낸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과연 책임을 지고 국정운영을 할 수 있었느냐고. 하나같이 고개를 흔든다. 국장 하나 마음대로 임명하기 어려운 것이 오늘 우리 장관들의 처지라는 거다. 이러다보니 언젠가부터 내각은 청와대의 '괴뢰'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장 교수는 이같은 증언들을 공개한 뒤, MB의 독주를 강력 질타했다.
"헌법상 대통령이 운전석에 앉아 권력페달을 밟는 것은 헌법이 제공한 특권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특권이 여론을 무시하거나 오도하는 데 이용된다는 데 있다. 진실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금 MB정권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총리후보자가 대통령의 귀만 뚫어줘도 성공'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결론적으로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MB정권이나 한나라당의 앞날이 아니다"라며 "결과주의에 매몰된 일방통행적 국정운영에 대한 냉소주의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이 불가능해지는 그런 사태다. 국민과 언론에 의한 엄중한 권력감시가 요구되고 있다. 국민이 졸(卒)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을 운전석에 앉혀서는 안된다"고 단언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도 주제 발표를 통해 MB에 대해 "국가공동체를 특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업체로 오인하고 대통령직을 CEO로 혼동함으로써 정치 리더십이 갖추어야 할 공공성을 파괴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질타하는 등, 토론회에서는 MB정권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훗..이 말은 2009년부터 외쳐왔던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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