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길이 없어도 내가 지나온 자리가 길이 되게 만들고, 그것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응징해 줘라.
막아서는 것이 있다면 피하지 말고 부딪혀 부숴버려라."
중국무협소설을 보면 작가에 따라 그 기풍도 다르다고 한다.
김용이나 양우생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권성징악에 해피엔딩에 뭐랄까 정통적인 성향이 강한 반면, 유잔양이나 고룡같은 경우엔 사실적이면서도 냉소적이고, 비판적이면서도 염세적일 뿐만 아니라, 묘사하는 방법에서도 잔혹, 비정함을 추구한다고 한다.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는가는 둘째문제 치고 이렇게 작가에 따라 글들의 성격 또한 달라진다는 건데..
이 'Legend of magic knight' 씨리즈 서장 '마법의 검을 찾아서' 라는 판타지 소설이 어느 쪽에 가깝냐고 묻는다면 후자에 가깝다고 말 할 수 있겠다.
그만큼 무겁고 잔혹함이 살아있는 소설이고, 요즘 알만한 작가로 치면 '쥬논' 이라는 작가와 꽤 비슷한 성향을 띄고 있다 말할 수 있겠다.
물론 내 개인적으로는 '천마선'이나 '앙신의 강림', '규토대제' 같은 것보단 이 '마법의 검을 찾아서' 가 훨씬 더 줄거리 완성도와 문장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월등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이 소설이 처음 인터넷에 연재되었을 당시가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대충 96,7년 쯤이 아닐까 싶은데, 이 때만 해도 이 소설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었다.
한창 '칠성전기'나 '다크문' 등과 삐까뜰 정도로 잘 써진 소설이었던데다, '칠성전기'가 마치 '코난 디스트로이어'나 '베오울프'처럼 거칠고 야만적인 미국식 판타지의 성격의 주인공이었고 '다크문'이 초인기 기대작 게임인 '블레이드 앤 소울'처럼 피를 머금은 것 마냥 주술적인 느낌이 강했던 동서양 짬뽕식의 판타지 소설이었다면 이 '마법의 검을 찾아서'는 '나니아 연대기'나 '반지 이야기'처럼 몽환적이면서도 정통적인 흐름을 따르고 있는 유럽풍 판타지 식을 따른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었었다.
때문에 차갑고 무거운 성격에도 아랑곳 없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었으며, 1,2세대 작품답게 문장력은 당연 기본이었고, 뒤이어 2부 '생명의 나무'와 3부 '사신의 길'도 나올거라는 예고에 사람들이 정신을 못차릴 만큼 이야기 자체의 재미도 뛰어났고 후속편에 대한 흥미와 기대 또한 컸었기에 도대체 언제 후속편이 나오냐고 너도나도 아우성을 쳐댈 정도로 당시 이 소설의 인기는 대단했었다고 추억한다. 그렇게 말하고 보니, 저 3개의 소설이 다 미완이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알게된 사실인데..연재본과 정발본의 내용이 완전 다르다고 하네..
내가 읽은 건 연재본이었고, 이제까지 책의 내용과 연재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몰랐었기에 따로 책을 사서 볼 생각은 못했었다만, 이제라도 다르다는 걸 알았으니 한번 읽어줘야 할 필요성이 생겨버렸다.
과연 연재본과 어떻게 다를 것인가 한번 기대를 가지고 보도록 하겠고..
아무튼 대충 줄거리라도 적어놓으려는데 나는 정발본의 내용은 모르는 고로, 여기에는 연재본의 내용을 올려놓도록 하겠다.
다음에 정발본 보고나면 그 때 추가로 더 올리든가 하겠다..
줄거리
명부의 3여신 중 하나인 '라다가스트'는 어떤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의 아바타인 드레이크에게 저주를 걸고 운명을 조작해 놓는다.
그것은 바로 일생을 살면서 운명의 흐름이 3명의 사랑하는 여인 때문에 바뀌게 될 것이며, 그 중 마지막 사랑하는 여인의 배반으로 인해 죽게 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여신에 의해 그런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아바타는 중앙대륙의 한 얼음동굴 속에서 잠을 자고 있었으나, 던전탐험을 시도하던 한 파티에 의해 구함을 받게된다.
그 파티의 이름은 '캬리반'- 팀의 이름이 아닌 팀의 리더 '뮤'의 초반부 이름이 '캬리반' 이었지만, 편의상 팀 이름으로 부름
1.. 뮤 : 인간기사 - 캬리반 팀의 리더
2.. 카리스나 : 고대엘프궁수 - 팀의 리더인 뮤의 연인이자 스승
3.. 유리아나 : 엘프신관 - 조화의 여신 신관이자 드레이크가 짝사랑했던 존재, 여신의 저주에 의한 첫번째 여자
4.. 드라이언 : 인간마법사 - 드레이크의 스승이자 아버지같은 존재
5.. 프로슨 : 인간기사 - 유리아나의 연인이자 후에 나오는 에이나의 친오빠, 살아남은 최후의 5인 중 유일하게 드레이크를 챙긴 존재, 후에 라휄을 건국한다.
6.. 아로이나 : 엘프정령사 - 드라이언의 연인이며 드레이크의 어머니같은 존재지만, 드라이언을 잃은 슬픔과 엘프사회의 규율때문에 정신을 잃은 드레이크를 외면한다.
7.. 프로뮤 : 인간(?)마법기사 - 마룡 테라스의 꿈이 인간화한 모습, 아니 꿈 속의 테라스라고 하는 게 나을려나..한마디로 '호접몽'같은 존재
8.. 필리퍼 : ?도적 - 유일한 정보는 '유쾌하다'는 것..;;
9.. 제이크 : 불명 - 주인공의 이름 '드레이크' 의 유래가 되어준 2명의 인물 중 한명, 드라이언과 제이크의 이름을 합쳐 '드레이크' 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10..카일 : 불명 - 쟈므레의 도둑길드장 '카루나' 와의 대화에서 등장
11 -13..그 외 나머지 3명의 신원은 확인불가..
이렇게 총 13명으로 구성된 파티는 드레이크를 구한 후 함께 활동하며, 검술, 마법 등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가르치고, 드레이크는 그 중 마법에 월등한 능력을 보이는 마법전사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후 어느 이름 모를 고성에서 만난 마도사 '레그나즈'의 자폭에 의해 파티원 대부분이 전멸하게 되었고, 최후의 순간에 텔레포트로 탈출한 인원은 고작 5명..프로슨, 아로이나, 카리스나, 프로뮤, 그리고 유리아나의 죽음으로 정신을 잃은 드레이크 뿐이었다.
그렇게나 강력했던 최강의 파티는 깨어져 뿔뿔히 흩어지게 되고, 유일하게 남은 인간기사 '프로슨'은 정신을 잃은 드레이크를 데리고 라휄로 가게되고, 그로부터 몇년 후 '드레이크'는 라헬 왕국의 수석마도사이자 '빙설의 폭풍'의 주인으로 세계 곳곳에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
시간이 흘러 왕실 수석마법사이자 시라즈의 영주가 된 '드레이크' 는 '프로슨'의 여동생 '에이나' 와 사랑을 하게되고 약혼까지 하게 되지만, 약혼녀 '에이나' 의 불륜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고 괴로워 하던 중 사실은 배신이 아니라 자신을 믿으며 버텨온 것이었고, 오히려 그런 그녀의 고통을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배신이라 생각했었다는 것임을 알게된 '드레이크'는 그녀의 마지막 부탁을 받아들여 그녀의 아들 '지크프리드'을 지켜주기로 약속하게 된다.
이후 '드레이크'는 시라즈의 영주자리를 버리고 떠나 방황하며 미친듯이 힘을 찾아 헤맨다.
그러다가 그가 기억하는 최강의 마도사였던 '레그나즈'의 유산을 찾아 쓸 생각으로 이름모를 고성에 갔고, 그 곳에서 얻은 마물창조, 저주마법, 생명개조 같은 금지된 마법의 지식으로 자신의 몸을 개조하기에 이른다.
덕분에 그의 하드웨어는 그 어떤 소프트웨어도 감당할 수 있을만큼 겁나게 튼튼해졌지만, 대신 밸런스가 붕괴되었기에 가끔씩 그는 이성을 잃으며 폭주를 하게 된다.
폭주하는 자신을 컨트롤하기 위해 어릴 때 배워뒀지만 쓰지 않았던 검술등을 수련하며 본신의 힘을 키웠고, 그걸로도 부족해 용들에게까지 싸움을 걸어가며 힘을 키우는 데 주력하였으나, 끝까지 자신의 이성을 통제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마지막에 마룡 테라스에게 싸움을 걸었던 것을 끝으로 더 이상의 수련을 포기하지만, 과거 힘을 추구하며 시도했던 금단의 마법과 생체개조 연구 등의 부작용은 점차 그에게 족쇄로 작용하기 시작했고, 점점 그는 정신이 죽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파생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결과는 자신의 정신이 죽은 이후에도 멀쩡히 육신은 살아 움직이며 세상을 파괴하게 될 거라는 점과 이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스트랄 블레이드의 힘을 빌리는 것.. 그 것만이 자신의 무너지는 정신을 회복시키거나 아니면 반대로 육신을 죽여 과거 자신의 파티를 몰살 시켰던 저주받을 마법사 '레그나즈' 의 전철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마룡 테라스의 충고에 따라 드레이크는 마법의 검을 찾을 것을 결심, 대현자 톨로메스에게 자신의 상태를 밝히고 '마법의 검'에 대한 정보를 알아봐 주길 부탁함과 동시에 스스로도 그 검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 도중에 미궁의 마수 '칼리스' 만나 동료로 삼고, 에이나의 아들 '지크프리드'를 구해 제자로 삼게되면서 그토록 자신을 괴롭히던 폭주는 점점 뜸해지고, 컨트롤 할 수 없었던 이성도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게됨을 느낀다.
그렇게 여행하는 도중 점점 커가는 지크프리드를 위해 제 3세기 마도문명의 최강이라 불리는 마법무구 '피의 저주'를 구하기 위해 사막의 무역도시 자유의 샘에 들르게 되고, 그 곳의 노예시장에서 '유리아나'와 '에이나' 를 꼭 닮은 여인인 유나를 만나게 되는 것이 이 '마법의 검을 찾아서' 의 초반부 기본배경이다.
그 다음에 나오는 본문의 경로를 대충 요약하면 이러하다.
처음에 '자유의 샘'에서 '시라즈'로 이동하고, 다시 '시라즈'에서 '마룡의 산맥'에 들어서 '마룡 테라스'의 레어로 들어선다.
그 와중에 '다르곤 레인저'와 '사막의 검은달' 들과 몇번 투닥투닥하지만, 테라스를 만나고 프로뮤와 합류한 다음엔 검에 대한 정보를 얻기위해 '쟈므렌'을 거쳐 '현자의 학원'을 향해 이동한다.
중간에 '블러디 힐만'이나 지크프리드를 죽이기 위해 파견된 '라휄의 어쌔신', 그리고, 무엇보다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아로이나 파티- 편의상 아로이나 파티로 명명 -와 트러블을 좀 일으킨 다음, 최종 목적지였던 '현자의 학원'에 도착하여 톨로메스로 부터 '마법의 검'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톨로메스가 천공의 서를 해석하고 알게 된 '아스트랄 블레이드'의 위치는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인 '얼음의 동굴'..바로 '드레이크'가 발견되었던 그 곳이었다..는 것이 여행과정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그 다음 '얼음동굴' 로 들어서 속된 말로 던전탐사를 하는 것이 본문의 두번째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가 또 기가 막히게 재밌다.
몹들과의 밸런스가 아주 아슬아슬한 것은 둘째문제치고, 아주 상황이 지랄같이 변해가고 시시각각 종말을 향해 치닫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설마' 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만드는 그런..한 마디로 말해서 '쪼는 맛'이 아주 삼삼한 그런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부분은 실제로 읽어보길 권하기에 자세한 것은 언급하진 않겠지만, 어쨋든 이래저래 사건이 진행된 끝에 모든 걸 다 포기하고 그냥 그대로 죽으려고 한 '드레이크'는 '지크프리드'가 죽기 직전에 외친 '마스터' 라는 말 한마디에 자신의 연인이었던 에이나의 부탁을 떠올리게 되고, 포기하려했던 마음과 흩어지는 생명력을 추스려 최후의 힘을 발산한다.
그 덕분에 죽음 직전에 몰렸던 동방의 '청룡'은 기사회생하게 되고, 아리엘- 사제라곤 하지만, 진정한 정체는 아마도 여신 내지는 무슨 천사계열이라 짐작된다 -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일행을 데리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거의 시체가 다 된 '드레이크' 는 부활을 상징하는 의미있는 읖조림과 함께 '마법의 검'이 놓여져 있던 제단으로 지크프리드의 시체를 안고 다가간다.
하지만,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운명을 알고 있었던 드레이크의 안배에 의해 신관이 된 슈카..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정체모를 인물과 말하는 까마귀- 십중팔구 까마귀는 칼리스 일테고, 그와 터놓고 지내는 인물이라면 드레이크가 아닐까 예상된다만, 또 모르지..까마귀가 마지막 던전의 그 다리 세개달린 왕관 쓴 까마귀일지..만약 그렇다면 드레이크가 아닌 또 다른 제 3의 인물이라는 소린데..아 궁금하다 ㅜ.ㅠ -가 대화를 나누며 다음 편 '생명의 나무'로 이어질 것을 예견하는 듯한 포석이 깔려있는 듯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이해 안가는 점..
그런데, 개인적으로 한두가지 이해가 안가는 게 있는데..
우선 첫번째는 왜 아로이나 일행과 불편한 동행을 지속했는가 하는 것이다.
사사건건 부딪히고, 말할 때 마다 으르릉 거리는 그런 정말 분위기 더러운 관계를 드레이크가 묵묵히 참고 함께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말이 안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있다면 단 하나.. 일부러 마지막과 같은 최후를 맞이하기 위해 그랬다는 정도..?
그러니까, 사전에 여신의 저주를 알고 있었던 드레이크가 그 운명을 회피하고 최대한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선 시해선처럼 한번 죽음을 위장할 필요가 있었다거나 뭐 그런 게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그럴려고 주위를 둘러보니, 마침 아로이나 일행들이 뭔가 숨겨진 목적이 있는 것 같고, 또 그 목적이 십중팔구는 자신들과 같은 '마법의 검'처럼 보이고.. 가만히 지켜봐보니 분위기도 충분히 더럽겠다, 어차피 자신은 자신과 관계된 여인에 의해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라고 했으니, 그렇게 정해진 미래를 오히려 회생의 기회로 삼자는 식의 계획과 준비를 머리 좋은 현자인 드레이크가 생각하지 않았을리 없지 않겠느냐는 ..뭐 그런 생각인 것이다.
여신의 장난인지 운명의 사슬이 그래서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제스가 떠나고, 슈카가 메디안과 함께 대지모신 루디니아의 사제로 남게되고, 동굴에 들어와선 신전 입구에서 청동골렘에게 프로뮤가, 드로램의 방 앞에서 라다가스트에게 칼리스가 막히게 되면서 사태는 급격하게 나빠졌고 급기야는 '아로이나 일행- 알렉, 로안, 아리엘, 엘리에르 및 배신한 유나 -에게 다구리 맞고 쓰러졌지만, 이게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함께 죽었을 지도 모를 슈카, 메디느, 제스, 칼리스, 프로뮤- 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막판에 오른손을 소생시키는 걸 보면 자기 몸에 대한 비밀을 파악한 것으로 보이던데, 그게 무슨 포석이 아니었을까 싶거든 -가 그대로 남아 드레이크의 유지를 이어줄 것이 아닌가 말이지..
게다가 드레이크의 죽음에 놀라워 했던 아로이나가 그대로 가만히 있을 리도 만무하고, 드레이크가 죽은 줄 알았던 '지크프리드' 만큼은 어떻게든 살려낼 것이니, 회생한 다음엔 반드시 복수를 위해 동참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결국 이 모든 것이 운명의 사슬과 여신의 저주를 역이용하기 위해 마련해 둔 '드레이크의 안배'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기대감이 충만해진다고나 할까..다음편이 기대된다고나 할까 그렇다.
물론 사실인지 아닌지는 나로선 알 수 없다.
왜냐하면 2부가 안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흐름이 아니라면 나는 왜 그런 불편한 동행을 했었던 건지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기에 한번 생각해 본거다.
그 다음 두번째 의문점은 왜 드레이크나 칼리스는 여신의 저주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배반의 검으로 '유나'를 지목하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그러니까, 칼리스는 왜 유나에게서 '라다가스트'의 모습을 떠올리지 못했으며, 드레이크는 왜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던 여성들- 그 중에서도 에이나는 아주 100%가 아니었던가 -3명이 같은 외모를 하고 있다는 이런 훤히 눈에 보이는 사실로도 유나를 제쳐두고 '아로이나'나 별 영향력도 끼치지 못한 '제스'를 의심했었느냐라는 거다.
정말 완성도 높은 스토리 라인에, 오밀조밀하고 탄탄하게 쓰여진 쫀득쫀득한 필력에, 아주 재미를 다발로 유발시키는 흥미만점의 소재들 덕분에 웃으면서 넘길 수 있을정도지만, 그래도 옥의 티는 옥의 티란 말이지..
그만큼 유일하게 안타까운 점을 꼽으라면 저 것들이다..
바라는 점..
마지막으로 내 개인적으로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혹시라도 드레이크가 자신을 돌봐주지 못할 때를 대비한다는 변명아래 미리 드레이크를 배신하고 알렉에게로 갈아탄 유나의 최후를 아주 멋지게 장식해줬으면 하는 거다.
정말 배은망덕에 뒤통수도 유분수지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처음 갈등하고, 두번째 쓰러진 드레이크를 차갑게 바라보며, 세번째 도둑길드의 은둔 마지막 밤에 몰래 어딘가 나갔다 들어오다 아로이나에게 들킨 그 장면은 말 안해도 알렉에게 갔다 왔다는 걸 알겠더란 말이지.
딱 보면 상황이 그렇거든..정말 속이 뒤집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말이지..아무리 드레이크나 칼리스도 감 잡고 있었고, 또 마지막에 제스와 슈카를 바래다 주면서 주변 정리를 해두었다곤 하지만, 또, 그게 다 여신의 저주 때문에 생긴 운명의 장난이었기에 유나도 원래 그럴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여인이라고 해도 말이지..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 결정을 내린 것은 어디까지나 유나 본인이 아니겠나 생각하면 기분 나쁜 건 나쁜 거거든..
유나가 여신의 꼭두각시인 것도 아닐텐데 말야..
그래서 말인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유나만큼은 진짜 비참한 결말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싶더라.
뭐하면 세르비오한테 끌려가서 죽도록 쳐맞고 세대 더 맞는 상황이 되어도 좋겠고, 알렉에게서 버려져 지하토굴 시궁창에 쇠사슬에 묶여 비참하게 죽어가는 그런 최후를 맞아도 좋겠지..
그런 식의 최후로 이어진다면 진짜 십년 묵은 체증이 사라질 만큼 시원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화가 나더라고..
물론 처음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아스트랄 블레이드'를 탈취할 목적으로 접근했던 더러운 꿍꿍이의 알렉과 아리엘을 위시한 그 일당들도 모조리 박살나야 겠지만 말이다.
막아서는 것이 있다면 피하지 말고 부딪혀 부숴버려라."
중국무협소설을 보면 작가에 따라 그 기풍도 다르다고 한다.
김용이나 양우생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권성징악에 해피엔딩에 뭐랄까 정통적인 성향이 강한 반면, 유잔양이나 고룡같은 경우엔 사실적이면서도 냉소적이고, 비판적이면서도 염세적일 뿐만 아니라, 묘사하는 방법에서도 잔혹, 비정함을 추구한다고 한다.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는가는 둘째문제 치고 이렇게 작가에 따라 글들의 성격 또한 달라진다는 건데..
이 'Legend of magic knight' 씨리즈 서장 '마법의 검을 찾아서' 라는 판타지 소설이 어느 쪽에 가깝냐고 묻는다면 후자에 가깝다고 말 할 수 있겠다.
그만큼 무겁고 잔혹함이 살아있는 소설이고, 요즘 알만한 작가로 치면 '쥬논' 이라는 작가와 꽤 비슷한 성향을 띄고 있다 말할 수 있겠다.
물론 내 개인적으로는 '천마선'이나 '앙신의 강림', '규토대제' 같은 것보단 이 '마법의 검을 찾아서' 가 훨씬 더 줄거리 완성도와 문장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월등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이 소설이 처음 인터넷에 연재되었을 당시가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대충 96,7년 쯤이 아닐까 싶은데, 이 때만 해도 이 소설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었다.
한창 '칠성전기'나 '다크문' 등과 삐까뜰 정도로 잘 써진 소설이었던데다, '칠성전기'가 마치 '코난 디스트로이어'나 '베오울프'처럼 거칠고 야만적인 미국식 판타지의 성격의 주인공이었고 '다크문'이 초인기 기대작 게임인 '블레이드 앤 소울'처럼 피를 머금은 것 마냥 주술적인 느낌이 강했던 동서양 짬뽕식의 판타지 소설이었다면 이 '마법의 검을 찾아서'는 '나니아 연대기'나 '반지 이야기'처럼 몽환적이면서도 정통적인 흐름을 따르고 있는 유럽풍 판타지 식을 따른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었었다.
때문에 차갑고 무거운 성격에도 아랑곳 없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었으며, 1,2세대 작품답게 문장력은 당연 기본이었고, 뒤이어 2부 '생명의 나무'와 3부 '사신의 길'도 나올거라는 예고에 사람들이 정신을 못차릴 만큼 이야기 자체의 재미도 뛰어났고 후속편에 대한 흥미와 기대 또한 컸었기에 도대체 언제 후속편이 나오냐고 너도나도 아우성을 쳐댈 정도로 당시 이 소설의 인기는 대단했었다고 추억한다. 그렇게 말하고 보니, 저 3개의 소설이 다 미완이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알게된 사실인데..연재본과 정발본의 내용이 완전 다르다고 하네..
내가 읽은 건 연재본이었고, 이제까지 책의 내용과 연재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몰랐었기에 따로 책을 사서 볼 생각은 못했었다만, 이제라도 다르다는 걸 알았으니 한번 읽어줘야 할 필요성이 생겨버렸다.
과연 연재본과 어떻게 다를 것인가 한번 기대를 가지고 보도록 하겠고..
아무튼 대충 줄거리라도 적어놓으려는데 나는 정발본의 내용은 모르는 고로, 여기에는 연재본의 내용을 올려놓도록 하겠다.
다음에 정발본 보고나면 그 때 추가로 더 올리든가 하겠다..
줄거리
명부의 3여신 중 하나인 '라다가스트'는 어떤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의 아바타인 드레이크에게 저주를 걸고 운명을 조작해 놓는다.
그것은 바로 일생을 살면서 운명의 흐름이 3명의 사랑하는 여인 때문에 바뀌게 될 것이며, 그 중 마지막 사랑하는 여인의 배반으로 인해 죽게 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여신에 의해 그런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아바타는 중앙대륙의 한 얼음동굴 속에서 잠을 자고 있었으나, 던전탐험을 시도하던 한 파티에 의해 구함을 받게된다.
그 파티의 이름은 '캬리반'- 팀의 이름이 아닌 팀의 리더 '뮤'의 초반부 이름이 '캬리반' 이었지만, 편의상 팀 이름으로 부름
1.. 뮤 : 인간기사 - 캬리반 팀의 리더
2.. 카리스나 : 고대엘프궁수 - 팀의 리더인 뮤의 연인이자 스승
3.. 유리아나 : 엘프신관 - 조화의 여신 신관이자 드레이크가 짝사랑했던 존재, 여신의 저주에 의한 첫번째 여자
4.. 드라이언 : 인간마법사 - 드레이크의 스승이자 아버지같은 존재
5.. 프로슨 : 인간기사 - 유리아나의 연인이자 후에 나오는 에이나의 친오빠, 살아남은 최후의 5인 중 유일하게 드레이크를 챙긴 존재, 후에 라휄을 건국한다.
6.. 아로이나 : 엘프정령사 - 드라이언의 연인이며 드레이크의 어머니같은 존재지만, 드라이언을 잃은 슬픔과 엘프사회의 규율때문에 정신을 잃은 드레이크를 외면한다.
7.. 프로뮤 : 인간(?)마법기사 - 마룡 테라스의 꿈이 인간화한 모습, 아니 꿈 속의 테라스라고 하는 게 나을려나..한마디로 '호접몽'같은 존재
8.. 필리퍼 : ?도적 - 유일한 정보는 '유쾌하다'는 것..;;
9.. 제이크 : 불명 - 주인공의 이름 '드레이크' 의 유래가 되어준 2명의 인물 중 한명, 드라이언과 제이크의 이름을 합쳐 '드레이크' 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10..카일 : 불명 - 쟈므레의 도둑길드장 '카루나' 와의 대화에서 등장
11 -13..그 외 나머지 3명의 신원은 확인불가..
이렇게 총 13명으로 구성된 파티는 드레이크를 구한 후 함께 활동하며, 검술, 마법 등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가르치고, 드레이크는 그 중 마법에 월등한 능력을 보이는 마법전사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후 어느 이름 모를 고성에서 만난 마도사 '레그나즈'의 자폭에 의해 파티원 대부분이 전멸하게 되었고, 최후의 순간에 텔레포트로 탈출한 인원은 고작 5명..프로슨, 아로이나, 카리스나, 프로뮤, 그리고 유리아나의 죽음으로 정신을 잃은 드레이크 뿐이었다.
그렇게나 강력했던 최강의 파티는 깨어져 뿔뿔히 흩어지게 되고, 유일하게 남은 인간기사 '프로슨'은 정신을 잃은 드레이크를 데리고 라휄로 가게되고, 그로부터 몇년 후 '드레이크'는 라헬 왕국의 수석마도사이자 '빙설의 폭풍'의 주인으로 세계 곳곳에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
시간이 흘러 왕실 수석마법사이자 시라즈의 영주가 된 '드레이크' 는 '프로슨'의 여동생 '에이나' 와 사랑을 하게되고 약혼까지 하게 되지만, 약혼녀 '에이나' 의 불륜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고 괴로워 하던 중 사실은 배신이 아니라 자신을 믿으며 버텨온 것이었고, 오히려 그런 그녀의 고통을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배신이라 생각했었다는 것임을 알게된 '드레이크'는 그녀의 마지막 부탁을 받아들여 그녀의 아들 '지크프리드'을 지켜주기로 약속하게 된다.
이후 '드레이크'는 시라즈의 영주자리를 버리고 떠나 방황하며 미친듯이 힘을 찾아 헤맨다.
그러다가 그가 기억하는 최강의 마도사였던 '레그나즈'의 유산을 찾아 쓸 생각으로 이름모를 고성에 갔고, 그 곳에서 얻은 마물창조, 저주마법, 생명개조 같은 금지된 마법의 지식으로 자신의 몸을 개조하기에 이른다.
덕분에 그의 하드웨어는 그 어떤 소프트웨어도 감당할 수 있을만큼 겁나게 튼튼해졌지만, 대신 밸런스가 붕괴되었기에 가끔씩 그는 이성을 잃으며 폭주를 하게 된다.
폭주하는 자신을 컨트롤하기 위해 어릴 때 배워뒀지만 쓰지 않았던 검술등을 수련하며 본신의 힘을 키웠고, 그걸로도 부족해 용들에게까지 싸움을 걸어가며 힘을 키우는 데 주력하였으나, 끝까지 자신의 이성을 통제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마지막에 마룡 테라스에게 싸움을 걸었던 것을 끝으로 더 이상의 수련을 포기하지만, 과거 힘을 추구하며 시도했던 금단의 마법과 생체개조 연구 등의 부작용은 점차 그에게 족쇄로 작용하기 시작했고, 점점 그는 정신이 죽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파생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결과는 자신의 정신이 죽은 이후에도 멀쩡히 육신은 살아 움직이며 세상을 파괴하게 될 거라는 점과 이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스트랄 블레이드의 힘을 빌리는 것.. 그 것만이 자신의 무너지는 정신을 회복시키거나 아니면 반대로 육신을 죽여 과거 자신의 파티를 몰살 시켰던 저주받을 마법사 '레그나즈' 의 전철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마룡 테라스의 충고에 따라 드레이크는 마법의 검을 찾을 것을 결심, 대현자 톨로메스에게 자신의 상태를 밝히고 '마법의 검'에 대한 정보를 알아봐 주길 부탁함과 동시에 스스로도 그 검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 도중에 미궁의 마수 '칼리스' 만나 동료로 삼고, 에이나의 아들 '지크프리드'를 구해 제자로 삼게되면서 그토록 자신을 괴롭히던 폭주는 점점 뜸해지고, 컨트롤 할 수 없었던 이성도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게됨을 느낀다.
그렇게 여행하는 도중 점점 커가는 지크프리드를 위해 제 3세기 마도문명의 최강이라 불리는 마법무구 '피의 저주'를 구하기 위해 사막의 무역도시 자유의 샘에 들르게 되고, 그 곳의 노예시장에서 '유리아나'와 '에이나' 를 꼭 닮은 여인인 유나를 만나게 되는 것이 이 '마법의 검을 찾아서' 의 초반부 기본배경이다.
그 다음에 나오는 본문의 경로를 대충 요약하면 이러하다.
처음에 '자유의 샘'에서 '시라즈'로 이동하고, 다시 '시라즈'에서 '마룡의 산맥'에 들어서 '마룡 테라스'의 레어로 들어선다.
그 와중에 '다르곤 레인저'와 '사막의 검은달' 들과 몇번 투닥투닥하지만, 테라스를 만나고 프로뮤와 합류한 다음엔 검에 대한 정보를 얻기위해 '쟈므렌'을 거쳐 '현자의 학원'을 향해 이동한다.
중간에 '블러디 힐만'이나 지크프리드를 죽이기 위해 파견된 '라휄의 어쌔신', 그리고, 무엇보다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아로이나 파티- 편의상 아로이나 파티로 명명 -와 트러블을 좀 일으킨 다음, 최종 목적지였던 '현자의 학원'에 도착하여 톨로메스로 부터 '마법의 검'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톨로메스가 천공의 서를 해석하고 알게 된 '아스트랄 블레이드'의 위치는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인 '얼음의 동굴'..바로 '드레이크'가 발견되었던 그 곳이었다..는 것이 여행과정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그 다음 '얼음동굴' 로 들어서 속된 말로 던전탐사를 하는 것이 본문의 두번째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가 또 기가 막히게 재밌다.
몹들과의 밸런스가 아주 아슬아슬한 것은 둘째문제치고, 아주 상황이 지랄같이 변해가고 시시각각 종말을 향해 치닫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설마' 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만드는 그런..한 마디로 말해서 '쪼는 맛'이 아주 삼삼한 그런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부분은 실제로 읽어보길 권하기에 자세한 것은 언급하진 않겠지만, 어쨋든 이래저래 사건이 진행된 끝에 모든 걸 다 포기하고 그냥 그대로 죽으려고 한 '드레이크'는 '지크프리드'가 죽기 직전에 외친 '마스터' 라는 말 한마디에 자신의 연인이었던 에이나의 부탁을 떠올리게 되고, 포기하려했던 마음과 흩어지는 생명력을 추스려 최후의 힘을 발산한다.
그 덕분에 죽음 직전에 몰렸던 동방의 '청룡'은 기사회생하게 되고, 아리엘- 사제라곤 하지만, 진정한 정체는 아마도 여신 내지는 무슨 천사계열이라 짐작된다 -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일행을 데리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거의 시체가 다 된 '드레이크' 는 부활을 상징하는 의미있는 읖조림과 함께 '마법의 검'이 놓여져 있던 제단으로 지크프리드의 시체를 안고 다가간다.
하지만,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운명을 알고 있었던 드레이크의 안배에 의해 신관이 된 슈카..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정체모를 인물과 말하는 까마귀- 십중팔구 까마귀는 칼리스 일테고, 그와 터놓고 지내는 인물이라면 드레이크가 아닐까 예상된다만, 또 모르지..까마귀가 마지막 던전의 그 다리 세개달린 왕관 쓴 까마귀일지..만약 그렇다면 드레이크가 아닌 또 다른 제 3의 인물이라는 소린데..아 궁금하다 ㅜ.ㅠ -가 대화를 나누며 다음 편 '생명의 나무'로 이어질 것을 예견하는 듯한 포석이 깔려있는 듯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이해 안가는 점..
그런데, 개인적으로 한두가지 이해가 안가는 게 있는데..
우선 첫번째는 왜 아로이나 일행과 불편한 동행을 지속했는가 하는 것이다.
사사건건 부딪히고, 말할 때 마다 으르릉 거리는 그런 정말 분위기 더러운 관계를 드레이크가 묵묵히 참고 함께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말이 안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있다면 단 하나.. 일부러 마지막과 같은 최후를 맞이하기 위해 그랬다는 정도..?
그러니까, 사전에 여신의 저주를 알고 있었던 드레이크가 그 운명을 회피하고 최대한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선 시해선처럼 한번 죽음을 위장할 필요가 있었다거나 뭐 그런 게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그럴려고 주위를 둘러보니, 마침 아로이나 일행들이 뭔가 숨겨진 목적이 있는 것 같고, 또 그 목적이 십중팔구는 자신들과 같은 '마법의 검'처럼 보이고.. 가만히 지켜봐보니 분위기도 충분히 더럽겠다, 어차피 자신은 자신과 관계된 여인에 의해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라고 했으니, 그렇게 정해진 미래를 오히려 회생의 기회로 삼자는 식의 계획과 준비를 머리 좋은 현자인 드레이크가 생각하지 않았을리 없지 않겠느냐는 ..뭐 그런 생각인 것이다.
여신의 장난인지 운명의 사슬이 그래서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제스가 떠나고, 슈카가 메디안과 함께 대지모신 루디니아의 사제로 남게되고, 동굴에 들어와선 신전 입구에서 청동골렘에게 프로뮤가, 드로램의 방 앞에서 라다가스트에게 칼리스가 막히게 되면서 사태는 급격하게 나빠졌고 급기야는 '아로이나 일행- 알렉, 로안, 아리엘, 엘리에르 및 배신한 유나 -에게 다구리 맞고 쓰러졌지만, 이게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함께 죽었을 지도 모를 슈카, 메디느, 제스, 칼리스, 프로뮤- 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막판에 오른손을 소생시키는 걸 보면 자기 몸에 대한 비밀을 파악한 것으로 보이던데, 그게 무슨 포석이 아니었을까 싶거든 -가 그대로 남아 드레이크의 유지를 이어줄 것이 아닌가 말이지..
게다가 드레이크의 죽음에 놀라워 했던 아로이나가 그대로 가만히 있을 리도 만무하고, 드레이크가 죽은 줄 알았던 '지크프리드' 만큼은 어떻게든 살려낼 것이니, 회생한 다음엔 반드시 복수를 위해 동참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결국 이 모든 것이 운명의 사슬과 여신의 저주를 역이용하기 위해 마련해 둔 '드레이크의 안배'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기대감이 충만해진다고나 할까..다음편이 기대된다고나 할까 그렇다.
물론 사실인지 아닌지는 나로선 알 수 없다.
왜냐하면 2부가 안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흐름이 아니라면 나는 왜 그런 불편한 동행을 했었던 건지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기에 한번 생각해 본거다.
그 다음 두번째 의문점은 왜 드레이크나 칼리스는 여신의 저주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배반의 검으로 '유나'를 지목하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그러니까, 칼리스는 왜 유나에게서 '라다가스트'의 모습을 떠올리지 못했으며, 드레이크는 왜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던 여성들- 그 중에서도 에이나는 아주 100%가 아니었던가 -3명이 같은 외모를 하고 있다는 이런 훤히 눈에 보이는 사실로도 유나를 제쳐두고 '아로이나'나 별 영향력도 끼치지 못한 '제스'를 의심했었느냐라는 거다.
정말 완성도 높은 스토리 라인에, 오밀조밀하고 탄탄하게 쓰여진 쫀득쫀득한 필력에, 아주 재미를 다발로 유발시키는 흥미만점의 소재들 덕분에 웃으면서 넘길 수 있을정도지만, 그래도 옥의 티는 옥의 티란 말이지..
그만큼 유일하게 안타까운 점을 꼽으라면 저 것들이다..
바라는 점..
마지막으로 내 개인적으로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혹시라도 드레이크가 자신을 돌봐주지 못할 때를 대비한다는 변명아래 미리 드레이크를 배신하고 알렉에게로 갈아탄 유나의 최후를 아주 멋지게 장식해줬으면 하는 거다.
정말 배은망덕에 뒤통수도 유분수지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처음 갈등하고, 두번째 쓰러진 드레이크를 차갑게 바라보며, 세번째 도둑길드의 은둔 마지막 밤에 몰래 어딘가 나갔다 들어오다 아로이나에게 들킨 그 장면은 말 안해도 알렉에게 갔다 왔다는 걸 알겠더란 말이지.
딱 보면 상황이 그렇거든..정말 속이 뒤집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말이지..아무리 드레이크나 칼리스도 감 잡고 있었고, 또 마지막에 제스와 슈카를 바래다 주면서 주변 정리를 해두었다곤 하지만, 또, 그게 다 여신의 저주 때문에 생긴 운명의 장난이었기에 유나도 원래 그럴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여인이라고 해도 말이지..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 결정을 내린 것은 어디까지나 유나 본인이 아니겠나 생각하면 기분 나쁜 건 나쁜 거거든..
유나가 여신의 꼭두각시인 것도 아닐텐데 말야..
그래서 말인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유나만큼은 진짜 비참한 결말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싶더라.
뭐하면 세르비오한테 끌려가서 죽도록 쳐맞고 세대 더 맞는 상황이 되어도 좋겠고, 알렉에게서 버려져 지하토굴 시궁창에 쇠사슬에 묶여 비참하게 죽어가는 그런 최후를 맞아도 좋겠지..
그런 식의 최후로 이어진다면 진짜 십년 묵은 체증이 사라질 만큼 시원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화가 나더라고..
물론 처음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아스트랄 블레이드'를 탈취할 목적으로 접근했던 더러운 꿍꿍이의 알렉과 아리엘을 위시한 그 일당들도 모조리 박살나야 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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