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어느덧 이곳 미국에 살게된 것이 어언 16년차에 달하다 보니 이제 미국교포라고 불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 미국의 조그마한 도시에 살고 있는 교포의 시각으로 이번에 미국 방송에 모습을 보인 한국 소녀 스타들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미 많은 곳에서 비슷한 내용의 글을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제 개인적인 시각으로 본 얘기들을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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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으로 외국에 나가본 것은 1985년 여름이었습니다. 그때는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기 이전인지라 (88년에 해외여행 자유화) 외국에 나가는 과정도 매우 까다로웠고 (여권을 받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와서 사상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외국에서 북한 간첩을 만났을 때 대처법 이런거요. ^^ 서울 장충동의 예지원이라는 곳에서 받았습니다. 그리고 신원조회도 하고.. 여권 받는데 6개월 이상 걸린 것 같습니다) 막상 외국에 나가도 한국인 여행객을 발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당시 저는 유럽에 있었는데 길거리에서 한국인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당시 유행했던 한국에서만 파는 '프로스펙스'란 신발을 신은 사람은 반드시 한국인이었기에 "한국인시죠?" "녜, 맞는데요?" 라는 대화 하나만으로 이국의 길거리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반가워하고 했던 촌스럽지만 감격적인 기억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아주 오랜만에 이런 감정을 다시 느껴봤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규모가 큰 주립대학이 있고 다른 미국 어느 도시보다도 비율면에서 한국인이 많은 동네이기에 시내 중심가를 걸어다니면 약 15초마다 한국인과 마주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을 만난다는 것만으로 감격을 느낄 일이 전혀 없지만 1월 31일, 2월 1일, 2일로 이어지는 3일간의 한국 소녀들의 미국 TV 습격기는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먼저 1월 31일, Late Show with David Letterman 으로 포문을 연 소녀시대. 레터맨의 토크쇼가 어느 정도 위상인지 한국에 계시는 분들은 체감하지 못하실 수 있지만 미국에는 미국을 대표할만한 TV 프로그램들이 몇개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입니다. 지금은 막을 내렸지만 오프라 윈프리 쇼라든지 자니카슨이 진행하던 Tonight Show, 60 minutes 라고 추적 60분 같은 프로그램, CNN 의 래리 킹 라이브, NBC 의 모닝쇼인 Today 같은 초유명한 프로그램과 궤를 같이 하는게 바로 데이빗 레터맨의 토크쇼입니다. 더구나 오프라 쇼가 사라지면서 시청률 1위를 꿰차기도 한 그야말로 최고의 지명도를 가진 미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간판 TV 프로그램입니다.
더구나 1월 31일은 레터맨쇼의 30주년 기념일 이브이기도 하고 (레터맨쇼는 82년 2월 1일에 시작했습니다) 이날 소녀시대와 어깨를 나란히 한 사람은 빌 머레이 (Bill Murray) 와 레지스 필빈 (Regis Philbin) 이었습니다. 빌 머레이야 한국에서도 워낙 유명한 배우이지만 레지스의 경우 지명도만 따지자면 미국에서 빌 머레이보다 압도적으로 위에 있는 사람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가족 오락관의 허참씨에 비견될만한 각종 오락쇼의 유명한 사회자이자 Live! with Regis & Kelly 라는 시청률 최고의 모닝쇼 사회자이기도 했습니다 (이 쇼는 레지스가 아주 최근에 은퇴하면서 Live! with Kelly 로 이름이 바뀌는데 이는 소녀시대가 다음날 출연한 바로 그 쇼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농담으로 레지스가 소녀시대를 좋아해서 양쪽에 꽂은게 아니냐고 우리끼리 이야기를 합니다 ^^)
레터맨쇼에서 소녀시대가 어떻게 했는지는 뭐 이미 동영상등을 통해서 많이 소개가 되었고 저도 바로 위에 부쳐놓았습니다. 제가 감동했던 부분은 소녀시대가 공연이 끝나자마자 레터맨이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미국에서 레터맨쇼를 오래 봐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사람이 은근 보수꼴통 기질이 있는데다가 그닥 친절하지가 않습니다. 미국의 심야 토크쇼 사회자들이 그렇듯이 제법 시니컬하고 가끔 공격적인 조크도 자주 하는 사람인지라 저는 그냥 '소녀시대입니다 여러분' 하고 끝낼거라고 생각했는데 참 의외였습니다. 그 나라 말로 인사를 해주는 것도 모자라 "That was lovely (정말 사랑스러웠어요)" 라고 칭찬을 해주는 대목에서 뭐라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미국 TV 를 보면서 이런 뿌듯함을 느껴보기는 2010년 초 NBC 에서 생중계로 방영한 김연아 선수의 밴쿠버 올림픽 결승전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 한가지.. 레터맨쇼의 좁은 무대, 빈약한 조명 그리고 에코조차 넣어주지 않은 마이크 시스템등에 실망하신 분들이 많은데 레터맨쇼가 원래 그렇습니다. 나온 가수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없기로 유명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존재감과 자신감을 보여준 소녀시대에 찬사를 보냅니다. 아래 동영상은 제가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인 에디 반할렌이 레터맨쇼에 나왔을 때의 영상인데요, 당시에도 이미 세계적인 이 기타리스트조차도 연주를 제외하면 이렇게 초라하게 나왔다가 들어갑니다. ^^;;
다음날 Live! with Kelly 는 생중계로 보고 싶었지만 직장인인 탓에 눈물을 머금고 회사를 가야했습니다. 제가 있는 동네에서는 오전 9시에 방영을 했고 한시간 먼저 방송한 동부지역 사람들 덕분에 9시 40분이 되어야 소녀시대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압도적인 시청률을 자랑하는 Live! with Regis & Kelly 에서 레지스가 은퇴를 하고 여성 호스트인 Kelly 가 매번 초청 호스트와 함께 진행을 하는 이 프로그램은 많은 가정주부들이 집에서 가족들을 회사와 학교로 보내고 커피 한잔과 보거나 뉴요커들이 헬스클럽에서 오전운동을 하면서 보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합니다. ^^ 저는 약간 시차를 두고 유튜브 동영상으로 보았지만 아침 방송에 어울리는 의상과 편곡 그리고 뒷부분의 티파니의 자연스러운 토크에 아주 많이 매료가 되었습니다.
이날 공동 호스트인 스탠딩 코메디언인 하위 만델이 "영어를 참 잘하시네요" 라는 말을 두번이나 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외국 초대 손님들이 영어를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낯선 나라에서 온 소녀그룹 멤버가 그렇게 유창하게 영어로 얘기할 줄 몰랐다는 것이죠. 함께 춤을 배워보자고 하면서 이 춤의 이름이 뭐냐고 하자 이름이 없으니 Ripa Dance 라고 하자고 한 티파니양의 순간기지는 정말 만점을 줘도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쇼 진행자 Kelly 의 성이 바로 Ripa 입니다 ^^). 다만 제시카 양이 손에 들고 있는 마이크를 입에 가까이 들어서 좀 더 크게 얘기했으면 어떨까 하는게 유일하게 남는 아쉬움이었습니다. 이미 신문 보도로도 나왔지만 켈리가 관중석에서 "GG" 혹은 한국말로 "소녀시대" 를 외치면서 함께 따라부르는 관객을 보고 생애 이런 리액션은 처음 본다라고 했던게 저에게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나름 감동적인 이틀을 보내고 2월 2일 저녁에는 다시 원더걸스가 그들의 이름을 딴 드라마 "The Wonder Girls" 를 TeenNick 이라는 케이블에서 방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3일 연속 한국의 소녀들이 맹공을 퍼붓는 것이지요. 참고로 TeenNick 채널에 대하여 약간의 부연설명을 드리자면 미국의 경우 아이들을 위한 채널들이 확실하게 분리가 되어 있고 규모가 매우 큽니다. 미국의 아이들을 위한 채널 중 양대산맥이 바로 디즈니 채널과 Nick 이라고 불리우는 Nickelodeon (니클로디언이라고 발음합니다) 채널인데 좀 뻔해 보이는 디즈니 채널에 비해서 오히려 니클로디언이 체감상 인기는 더 높습니다. 저희 아이들이 자랄 때도 니클로디언을 더 많이 보았고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스폰지밥, 러그랫(Rugrats), 파워레인져, 블루스 클루스(Blue's Clues) 등이며 이 회사가 틴에이져들만을 겨냥해서 만든 것이 바로 TeenNick 채널입니다. 이 회사의 소유주는 미국에서 가장 큰 방송/영화 재벌이라고 할 수 있는 Viacom 이구요 (파라마운트 영화사와 MTV 가 여기 소속입니다). 그러니 미국 4대 공중파 (CBS, NBC, ABC, FOX) 정도의 지명도는 아니더라도 아주 듣보잡 방송은 아니며 틴에이져들 사이에서는 나름 확고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 방송이기도 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따로 케이블을 신청하지 않아서 공중파만 나오기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TeenNick 채널 홈페이지에서 방송을 마치자마자 그들의 홈페이지에 바로 풀 에피소드를 올려놓아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볼 수가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의 IP 주소로는 이 방송을 볼 수가 없습니다. 프록시나 공개 VPN 주소등을 이용하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링크는http://www.teennick.com/videos/playlist/play/the-wonder-girls-playlist.html 입니다. 여러개로 나누어 있지만 아쉬운대로 아래의 유튜브 동영상도 가능합니다. ^^)
저 개인적으로는 소녀시대의 팬이면서도 원더걸스의 드라마를 한국 연예인의 미국 진출 성과로는 훨씬 더 높게 칩니다. 소녀시대의 경우 워낙 센세이션이고 화제의 인물이라 초대받아서 나올 수 있는 것이지만 원더걸스의 경우 자기의 이름을 건 드라마를 미국 방송에 올린다는 것은 정말 미국의 보수적이고 외국인에게 폐쇄적인 방송 성향을 볼 때 경천동지할 일입니다. 우리나라 연예인 중에 제가 알기에 카라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건 드라마를 일본 방송에 올릴 수 있었는데 짐작하시다시피 일본방송과 미국방송은 그 영향력의 크기에서 감히 비교불허입니다 (원더걸스가 소녀시대나 카라보다 낫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니 오해 없이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 방송을 보기 시작하면서 아예 손발이 오그라들 각오를 하고 시작했습니다. 영어로는 cheesy 하다고 표현을 하는데 그야말로 유치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 것임은 너무나 뻔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개인적으로 완전 대박이었습니다. ^^ 나온 멤버들의 영어도 수준급이었고 다시 빠르게 편곡된 Nobody 도 딱딱 귀에 달라붙었고 한편의 드라마에서 Be My Baby 와 The DJ is mine 까지 세곡이 아주 적절하게 잘 소개되었습니다. 거기다가 첫 에피소드에서 주연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한 예은양 (미국이름 Yenny) 의 연기가 빼어났습니다. 그리고 오... 그동안 '쟤는 왜 데려왔어?' 라는 소리를 항상 들으며 자신의 억울한 처지를 토로한 'Act Cool' 이라는 노래까지 발표한 혜림양의 얼빵한 연기는 발군이었습니다. '아 저래서 혜림이 존재하는구나' 라고까지 생각될만큼 이 드라마에서 그녀의 존재감과 자연스러움은 최고였습니다. 더구나 미국 드라마인데 내용중에서 '대박'이라는 단어를 가르쳐 주고 극중에 쓰게 하는 친절함까지.. ^^;; 또 요즘 연기에 슬슬 맛을 들이고 있는 프로듀서 박진영의 코믹한 연기도 지나치지 않고 딱 좋았습니다.
함께 드라마를 본 딸아이와 함께 방송이 끝나자마자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뒈~~~박~~~" 이라고 외칠만큼 성공적이었습니다. 연기도 음악도 감초 연기자들도 다 좋았던 내용은 뻔하지만 참 재밌게 보게 되는 그런 드라마였습니다 (그러고보니 한국 드라마들이 이런 패턴 아니던가요? ^^).
제가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듣기에 총 6회의 에피소드로 구성이 되어있다니 앞으로 5회가 더 나갈동안 분명히 미국에서의 원더걸스의 지명도를 넓히는데 큰 힘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미국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드라마를 방송한 연예인이라는 걸출한 경력을 그들의 이력서에 추가할 수 있게 되었네요.
항상 많은 분들이 그렇게 얘기합니다. '정말 미국에 한류라는게 존재는 하는건지요?' 아니면 '우리가 너무 호들갑 떠는 것 아니야?' 혹은 '미국 내주변에서 한국 가수 아는 사람 별로없다' 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계시지요.
제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한류가 정말 심상치 않다는 것입니다. 미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그것도 주 시청층이 어느정도 연식이 되는 사람들이 보는 데이빗 레터맨쇼의 프로듀서가 그냥 인터넷 서핑하다가 아무나 찍어서 데려왔을까요? 또 소녀시대가 출연한 Live! with Kelly 당일의 또 한명의 초대손님은 미국에서 J. Lo 라고 불리우는 인기 초절정의 Jennifer Lopez 였습니다. J. Lo 와 함께 초대받아 미국의 TV 에 나오는 한국 연예인이 있을 거라고는 정말 단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습니다.
오지랍이 넓은 제 성격상 주변의 미국인들 혹은 외국인들에게 소녀시대 동영상을 틀어주면 언제나 첫 인상은 비슷합니다. "이상해..." 그렇죠. 미국에 9명이 떼로 나오는 가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제 옆자리의 짐바브웨에서 온 연구원도 "지지지지" 거리고 있습니다. ^^ 제가 있는 연구소는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공학박사들이 대부분인데요, 정말 공부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13억 중국인구에서 뽑고 또 뽑힌 중국 박사들도 이병헌/원빈/송혜교/소녀시대를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부인이 늘상 집에서 틀어대거든요. ^^;; 미국 드라마도 인도 드라마도 안본다고 하는 제 인도 여성 상사는 한국의 드라마를 모두 한편도 안 빼놓고 보고 있습니다 (요즘은 본인이 좋아하는 이동욱이 나오는 Wild Romance (난폭한 로맨스) 를 매회 보고 있으며 '해를 품은 달' 같은 것까지 다 챙겨 보고 있습니다). 이 인도 상사는 며칠전에 우리끼리 얘기하다가 인도영화 얘기가 나오자 자기는 인도영화 잘 모른다 차라리 한국 드라마를 물어 보라고 해서 저희를 웃겼습니다.
처음 미국에 와서 본 영화중에 여러분이 잘 아시는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에린 브로코비치' 가 있는데 극중 대사중에 '난 현대 엑셀을 몰아' 라고 하는 말이 그녀의 비참한 형편을 말해주는 은유로 쓰인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한국의 소녀들이 레터맨쇼, 켈리쇼에 나오고 자신의 이름을 딴 드라마를 하네요.
쓰잘데 없이 긴글이지만 저의 심정을 충분히 여러분들이 잘 이해해 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즐겨가는 아마존에 가보니 어느새 소녀시대의 The Boys 앨범은 World-Rock 장르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전체 팝 장르에서 지금 61위를 달리고 있네요.
그들로 인해서 3일이 정말 행복했고 뿌듯했고 다음주 목요일에 방영될 "The Wonder Girls" 2회를 목놓아 기다릴 계획입니다. 원래는 한국인이라는 의무감에 한회 보고 뿌듯해 하고 말 계획이었거든요. ^^ 미국와서 한국인이라는게 요즘만큼 이렇게 자랑스러운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모든게 한국인의 야간 자율학습도 마다않고 휴일에도 쉬지않고 일할 수 있는 끈기와 인내 그리고 저력 때문이라고 이해할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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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3일간의 시청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 하나를 꼽으라면 레터맨쇼에서 중간에 새로이 삽입된 댄스 브레이크에서 가장 키가 크고 날씬한 수영앞이 앞으로 나서면서 그녀의 긴팔과 다리로 파워풀한 댄스를 선보일 때였습니다. 곧 이어 그 뒤로 소녀시대의 장신 그룹 서현양과 유리양이 받치면서 삼각편대를 이루는데 그 이후에 이 장면을 수십번 돌려보았을만큼 멋지더군요. 도대체 한국의 소녀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서양인을 능가하는 멋진 체형을 가지게 된걸까요? ^^;;
P.S. 2 : 미국에 한류를 소개한 제1세대로 비/소녀시대/원더걸스/동방신기/슈퍼쥬니어/빅뱅을 꼽을 수 있다면 2 세대 주자의 선두는 단연 샤이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맞부딛힌 미국인들의 한류 스타에 대한 평가에서 샤이니가 단연 제일 뜨거웠습니다. 샤이니와 2NE1 은 미국에서도 잘 먹힐거라고 생각하며 샤이니는 앞선 세대의 성공을 발판으로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리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샤이니의 팬은 아닙니다. 걸그룹들 좋아하기도 바쁩니다 ^^).
출처: 샴페인의 미국생활기
혹시 제목만을 보시고 샤이니 (SHINee) 팬 한사람이 "우리 오빠 최고야~~" 라는 논조의 글임을 예상하고 들어오셨다면 그건 아니라고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제가 바로 이전에 쓴 글 재미교포가 본 한류의 1편이라고 할 수 있는 '재미교포의 시각으로 본 한국 걸그룹의 미국 TV 습격기' 에서 미국 차세대 한류 선두주자는 샤이니이다라고 단언한 부분에 대하여 나름대로 제 주장의 뒷받침이 되는 얘기를 해보고 싶어서 이렇게 부족한 글이나마 몇자 이어서 적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제 소개를 잠깐 드리자면 이전 글에서 밝혔다시피 미국생활 16년차이고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현재는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는 엔지니어입니다. 50이 더 가까운 40대 중반의 어쩌면 온라인에서는 늙다리 아저씨라고 불리우기에 손색이 없는 나이이며 한류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왔습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수영양을 통해서 소녀시대를 알게 된 소시팬이며 한국에서 돈 잘벌고 안정적이라는 전문직을 버리고 소위 공돌이로 과를 바꾸어서 미국으로 유학을 온 탓에 주변분들에게 본의 아닌 동정심을 받는 것이 인기의 절정에서 미국와서 고생하면서 본진을 털렸다는 소리를 듣는 원더걸스와는 동병상련의 마음이 들어 심정적으로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더걸스를 위한 변명' 이라는 글을 쓴적도 있으며 그 글은 http://myusalife.com/64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 학교에 제가 태워다 주면서 함께 K-Pop 음악을 들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이제 중학교에 갓 들어간 딸 아이에게는 제가 소시팬을 가장한 카라팬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
이렇게 장황하게 소개를 드리는 이유는 제가 미디어 전문가이거나 관련 분야의 학문을 공부한 적이 없는 K-Pop 을 지극히 사랑하는 교포에 불과하며 그럼으로 제가 드리는 글 역시 전문적인 시각이라기보다는 일개 한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임을 밝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저도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혹시라도 제 글에 오류가 있다면 댓글로 많이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한류를 몸으로 가장 잘 실감할 수 있는 곳은 한국의 음반이나 DVD 를 파는 곳입니다. 제가 있는 지역에는 따로 한국의 음반이나 DVD 를 파는 곳이 없기 때문에 대도시의 주로 크게 형성되어 있는 일본 마켓 서점안에 있는 음반코너가 이런 곳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근처의 대도시에 가면 언제나 규모가 큰 일본 슈퍼마켓에 들리곤 합니다. 양질의 생선초밥이나 한식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마켓안의 푸드코드의 음식점 주인들이 대부분 한국 사람입니다 ^^) 일본의 대형서적 체인인 삼성당 서점이 있어서 그곳에서 최신 잡지나 책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이미 일본에서 한류는 상당부분 퍼져있기에 일본 서점에서 보는 연예잡지들도 표지들이 한국 연예인인 경우가 굉장히 많고 (요즘은 장근석씨가 가장 자주 보입니다) CD 를 파는 코너에 가봐도 항상 잘 팔리는 CD 를 모아놓은 코너에는 역시 한국 가수들의 앨범들이 주류입니다. 비록 일본에서 발매되었다고 하더라도 한국 가수들의 CD 를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 이곳에 가서 이리저리 앨범 쟈켓을 구경해 보고 이를 찾는 외국인들을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이곳 미국에서는 낯선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거는 것이 한국처럼 '뭥미?' 라는 반응을 끌어내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단지 한국 가수의 음반을 들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가 다가가서 가끔씩 말을 걸기도 합니다. 이러한 K-Pop 에 관심이 있는 미국인들에게 해당 가수에 대한 제가 얕게라도 아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면 참 좋아하곤 합니다. 저 역시 이들이 왜 한국 가수를 좋아할까 하는 호기심 덕분에 길지는 않지만 짧은 대화들을 즐겁게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곳에서 씨디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아시아 혈통으로 보이는 분들이 한국 가수의 CD 를 유심히 들여다 보는 모습은 미국일지라도 참 연스러운데 백인과 같은 벽안의 여성이 한국 보이밴드의 앨범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는 모습은 아직도 참 신기합니다. 사실 아시아계의 분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들은 우리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가수들과 거의 같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소녀시대, 슈퍼쥬니어, 동방신기, 빅뱅, 2NE1 등등 말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는 큰 주립대학이 있는데 (저도 이 학교에서 학위를 받았습니다) 도서관에 가보면 아시안 계통의 학생들의 노트북 바탕화면으로 바로 위에서 언급한 가수들의 사진이 깔려있는게 이제 더 이상 신기한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만나본 백인 혹은 흑인 여성들에게는 약간 다른 취향이 느껴졌습니다. 바로 이 점이 제가 샤이니가 다음 차세대 미국 한류를 이끌 선두주자라고 생각하게된 근거입니다. 유독 눈에 띄게 샤이니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 그룹에 비하여 높았습니다. 제가 갈때마다우연의 일치였는지 모르겠지만 음반 코너에서 샤이니의 앨범을 본 적이 없었고 이게 바로 다 팔려서였다는 것을 알았을때 혹시 샤이니가 더 인기가 있나 하는 짐작을 했었습니다만 막상 아시아계가 아닌 미국인 여성들이 샤이니의 CD 를 찾는 모습들을 보면서 어쩌면 샤이니는 다른 그룹에 비해서 더 어필하는게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쓴 미국의 한류라는 글 (http://myusalife.com/57) 에서 미국의 한류는 백인들의 주류사회가 아닌 미국내의 아시아계와 남미계에만 퍼져도 인구분포나 파급력면에서 크게 성공적이며 이미 한국에서 느끼는 것보다는 훨씬 더 이들에게 한류가 퍼져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만약 한류가 백인/흑인 소위 말하는 미국 주류사회에까지 침투하게 된다면 이는 정말 핵폭발에 버금갈만한 사건이며 이러한 징조를 샤이니에게서 느끼게 된 것 입니다.
제가 느끼는 미국에서의 대중문화 아이콘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강렬함'입니다. 한국에서는 손에 사탕을 들고 '아잉.. 오빠, 몰라.. 몰라..' 하는 귀여움 혹은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꽃미남 보이그룹이 생각보다 잘 먹혀들어가는데 반해서 미국에서는 이러한 컨셉으로는 먹힐 수 있는 곳은 디즈니 채널 TV 방송을 위주로 하는 초등학교 길게 봐서 중학교 까지 매우 한정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시장도 작지 않고 의외로 원더걸스가 이 층에게 현재 잘 어필을 하고 있습니다만...
걸그룹 예를 들어보더라도 미국에서 그래도 누구나 알 수 있을만큼 성공했다고 보는 비욘세를 낳은 'Destiny's Child' 나 'Spcie Girls' 혹은 소녀시대를 보면 미국팬들이 가장 많이 떠올린다고 하는 'Pussycat Dolls' 역시 오빠의 어깨에 기대는 스타일이 아닌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펴는 소위 말하는 육덕진 글래머의 몸매로 팬들을 압도하는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그런 점에서 소녀시대의 미국 진출곡으로 'The Boys' 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댓글에서 소녀시대의 최고의 곡들이라고 할 수 있는 'Gee' 라든지 '소원을 말해봐' 로 미국 진출을 시도했다면 이미 소녀시대를 알고 있는 매니아 팬들을 제외하고는 디즈니 채널에나 나올 그룹들이 뭐하는 거야 정도의 반응이 나왔을 것으로 개인적으로 확신합니다.
그런데 다른 한국 그룹들보다 유독 샤이니에게서 저는 이런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강렬함이 느껴집니다. 물론 저는 샤이니에 대하여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이런 미국인들의 반응이 있은 후부터 유심히 그들을 지켜보았고 그들의 댄스나 음악에서 다른 그룹들보다 조금 더한 강렬함이 느껴진 것은 저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그룹내에서 제일 키도 크고 운동도 잘하고 뽀샤시한 피부를 가진 전통적인 순정만화형 캐릭터인 민호군보다 강렬한 댄스와 인상을 가진 다른 멤버들 예를 들어 태민이나 종현의 인기가 오히려 높은 것도 샤이니의 정체성을 설명해 주는데 좋은 증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런 생각은 샤이니가 이전에 비틀즈의 음반과 스튜디오로 유명한 Abbey Road 에 갔을때 영국 팬들의 열정적인 반응으로 더욱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뭐랄까 저에게는 그런 감이 느껴지게 된거죠. 샤이니야말로 미국 주류들로 파고들 한류의 신병기구나 하는 그런 느낌 말입니다.
물론 샤이니가 다른 한류 아티스트들에 비하여 무조건 최고야 하는 글이 아님을 여러분들이 더 잘 알아주실 줄 믿습니다. 그리고 결국 샤이니가 미국 본류로 파고든다면 나머지 한국 아티스트들도 당연히 덕을 크게 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고기와 잡채로 한국 음식을 알게 된 미국인들이 무려 한국사람이 아니면 먹고 있는 모습조차 생소해 보이는 오징어 덥밥과 순두부 백반까지 그 미각을 넓혀 나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미국에 사는 한국교포로써 저야 뭐 언제나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이 전세계에 그 우수성을 떨치며 인정받기를 누구보다도 기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비하여 더 창의적인 교육이라고도 할 수 없고 더 나은 교육 시스템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쳐나가는 대중문화와 첨단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한국인들의 그 한류를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미국 신문에서도 가끔 보이는 한국 클래식 음악가의 세계적인 콩쿨 석권 소식, 눈을 돌려 주변을 보면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에게 가장 흔하게 보이는 HJC 헬멧 (홍진 크라운이라는 회사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뭐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이번에 소녀시대가 사인회를 했던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전세계에서 제일 큰 전자재품 양판점 체인인 Best Buy 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점거하고 있는 한국산 LCD TV 와 핸드폰들, 대폭적인 할인이 보편화된 자동차 시장에서 정가를 다 주어야만 살수 있는 한국의 아반테 (미국명 엘란트라) 자동차를 보면서 미국에 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인이라는게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날이 올줄 정말 몰랐거든요.
오래전에 가장 큰 영화 데이터베이스라고 알려져 있는 imdb.com 에서 한국 특정영화 게시판에서 활동하면서 그곳을 방문하는 외국 분들에게 영화에 대한 질문이 올라오면 나름 성의를 다해서 답변을 해주면서 (저는 한국 영화 DVD 에 수록되어 있는 감독 코멘터리를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외국분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에 답변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한국영화나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리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노력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영어로 되어있는 각종 한류 사이트에서 이미 많은 정보를 습득해서 그들끼리 한국 문화에 대해서 토론을 벌이는 외국인을 보면 여간 마음이 뿌듯한게 아닙니다.
부족하고 장황하고 매우 주관적인 글이었지만 이렇게 제가 가진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아울러 언제나 한류는 금방 사라지는 현상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분들에게 2005년경인가도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는 말씀으로 대답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의 본격적인 한류는 이제 시작입니다만 그 시초에 가수 비의 할리우드 영화 주연 및 Time 100인 선정이 있었고 소녀시대의 데이빗 레터맨쇼 출연 그리고 원더걸스의 TV 영화가 간과할 수 없는 시금석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소녀시대가 데이빗 레터맨쇼에서 모습을 선보인 에드 설리반 극장은 바로 전설적인 비틀즈가 최초로 미국을 방문해서 출연한 에드 설리반 쇼 (Ed Sullivan Show) 가 열렸던 곳, 비틀즈가 선보인 그곳이며 샤이니가 방문해서 팬을 맞았던 영국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 (Abbey Road Studio) 는 비틀즈의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인 Abbey Road 가 만들어진 곳입니다. 한국 케이블 TV 프로그램인 비틀즈 코드의 평행이론처럼 들리는 이러한 일들이 나중에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얘기를 하게될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샴페인의 미국생활기
먼저 글을 전개해 나가기에 앞서 저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류나 미디어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으로 일개 개인이 느끼는 바를 주관적으로 써나가는 글이니 아무쪼록 한 재미교포의 의견정도로 제 글을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요즘은 글로벌화다 뭐다 해서 이제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서로의 생활에서 예전처럼 서로를 매우 낯설게 받아들이는 부분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아웃백과 베니건스 등의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고 아베크롬비나 홀리스터 같은 옷들을 서로 즐겨 입으며 이제는 한국에서도 할로윈이 뭔지를 잘 알고 있고 심지어 미국처럼 아이를 출산하는 엄마를 위해 베이비 샤워를 하는 분들도 계신다니 문화적 이질감은 점점 줄어만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살면서 근본적으로 외국인이기에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요, 한류와 관련되어 놀라움을 느껴본 것은 멕시코인들을 비롯한 남미분들이 한국의 정통사극을 열렬하게 시청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였습니다. '대장금' 처럼 중동이나 이집트까지 뻗어나간 온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 타당한 주제의 사극이라면 이해가 갈만 하지만 '불멸의 영웅 이순신', '왕건' 혹은 '대조영'과 같은 한국 역사나 주변 배경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어야만 더 흥미를 느낄 것 같은 정통 사극에 남미분들이 열광한다는 사실은 저에게는 정말이지 문화 충격에 가까웠습니다.
미국에 살고 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히스패닉이라고 불리는 남미인들이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일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2010년 미국 인구 센서스 조사를 보면 미국 전체인구의 16.3% 가 히스패닉인데요, 비율로 따져도 그리 적지 않은데 이를 숫자로 옮겨 놓으면 무려 5050만명이나 됩니다. 제가 알기로 대한민국의 인구가 오천만이 약간 넘으니 미국에 있는 히스패닉의 숫자가 대한민국 전체 인구와 맞먹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더구나 미국 남서부쪽으로 가면 이 비율은 확연히 증가해서 2010년 미국 인구 센서스 결과를 보면 뉴멕시코주의 44.7%, 캘리포니아주는 35.9%, 텍사스 주도 35.6% 입니다. 거기다가 상당한 수의 히스패닉들이 불법체류자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인구는 훨씬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미국에서 캘리포니아주가 경제적으로 차지하는 위치가 대단하며 (미국 전체 13% 경제규모) 캘리포니아주 경제력만 따로 떼어도 전세계 랭킹 6위 혹은 7위를 달리는 막강한 주인데 이의 약 36% 혹은 그 이상이 히스패닉이라는 얘기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히스패닉분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한국식당들입니다. 제가 있는 곳이나 인근의 대도시들 한국 식당 주방은 거의 다라고 할 수 있을만큼 히스패닉분들이 주방에서 한국 요리 및 각종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주인은 기본적인 간을 맞추고 재료 구입을 한다면 주방에서는 히스패닉 분들이 한국 요리를 하는 거죠. 그리고 각종 빌딩 청소, 예를 들어 제가 근무하는 회사나 다녔던 학교에서도 일과후 청소는 모두 히스패닉 분들이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서적으로 남미분들이 정말 한국 분들하고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미국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백인 분들에게 가끔씩 느껴지는 쓸데없는 오만함이 없이 정이 많고 놀기 좋아하며 겸손하면서 음주가무를 좋아하고 순식간에 손뼉을 치면서 친구가 될 수 있는 점이 딱 한국 분들 같습니다.
미국의 대도시의 경우 한국 방송이 공중파 방송으로 나오는 탓에 많은 히스패닉 분들이 이를 통해 한국의 사극을 본다고 하는데요 (저희도 대도시에 사는 한국인들은 가끔 남미 방송을 통해 축구중계를 보기도 합니다 ^^) 한번은 멕시코 분중에 왕건을 좋아하는 분에게 직접 질문을 드려본 적도 있습니다. 한국의 역사나 의상에 친숙하지 않아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텐데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말을 타고 멋진 갑옷을 입고 벌이는 호쾌한 전쟁씬에 일단 눈을 뺏기고 이제는 자국의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충성, 의리 그리고 희생정신등이 그려진 스토리가 재미있고 배신, 음모로 이어지는 내용들이 너무 흥미진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코드가 맞는다는 것이지요. 이러니 한국 문화가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지요. 많은 한류 관련 방송에서 지적하다시피 남미의 한류는 댄스게임 기계인 펌프에서 시작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동안 한국에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음에도 남미의 한류는 자생적으로 발전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하는 평가들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여러 영상자료등을 통해서 보면 페루, 칠레, 볼리비아, 브라질 등이 심각한(^^) 한류 영향권에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마치 뒷동산을 돌아가보니 인삼들이 혼자서 비옥히 자라서 거대한 인삼밭을 이루고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남미의 한류는 그런 점에서 1970년대 후반, 80년대의 한국의 팝 문화 열풍과 많이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다할 미국 가수들의 공연없이도 한국에서 팝뮤직의 열풍은 정말 대단했지요. 길거리 리어카에서는 미국 빌보드 차트의 1위부터 10위까지 팝송을 담은 불법 카셋트 테이프가 널리 팔리고 있었으며 미국이나 영국등의 본토에서는 엄청난 지명도를 가지지 않았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전국민이 좋아하는 슈퍼스타가 된 스모키 (Smokie) 와 같은 밴드가 탄생하기도 했지요. 한마디로 본토에서는 신경도 안 쓰는 시장에서 우리끼리 발전시켜 나가는 팝문화가 있었던 거지요. 그 틈을 타고 미국/영국등에서는 다소 지명도가 떨어지지만 단 한곡의 힛트곡으로 컨서트 형태도 아닌 방송국 출연 형태로 내한을 하여 슈퍼스타가 된 놀란스(Nolans) 라든지 둘리스(Dooleys) 같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남미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엄청난 힘으로 한류가 기세를 스스로 확장해 나가리라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한류 가수들의 방문과 공연으로 이어진다면 그 위세는 더욱 대단하리라 생각을 합니다. 69년의 클리프 리처드(Cliff Richard) 와 80년의 레이프 가렛(Leif Garrett) 내한 공연과 같은 어쩌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우연에 가까운 공연에서도 팝뮤직의 광풍은 대한민국을 휩쓸었고 89년과 92년에는 특A급 밴드라고 할 수 있는 듀란듀란(Duran Duran) 과 뉴키즈온더블락(New Kids On The Block)의 내한공연이 이어지면서 거의 사회적인 신드롬이라고할만한 파급효과를 누렸었습니다. 한류 가수들 중에 A 급들이 남미공연을 이어서 한다면 이에 못지 않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획사의 의지와 희생입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아이돌들은 서구의 아티스트들과는 차별화 되는 그들만의 행보가 있습니다. 바로 행사를 뛰는 거죠. 일급 아이돌 그룹의 경우 행사 하나에서 2-3곡을 부르는데 3천만원이 넘는 행사비를 받는 다는 얘기도 들어보았고 하루에 3개를 뛴다면 단 하루에 거의 1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는데 가는데만 30시간 이상, 다녀오는데 최소한 일주일의 시간 그리고 아이돌들에 따라붙는 댄서들과 코디네이터들에 소요되는 경비를 감안한다면 한류 아이돌들의 남미 공연은 전혀 남는게 없는 장사가 됩니다. 더구나 아직 남미에서 정식으로 한국 음반이 유통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공연과 일부 기념품 (흔히 '굿즈' 라고 부르는데 이는 Goods 를 일본에서 받아들여 사용하는 표현으로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표현입니다) 수입이 전부인데 이를 기획사가 수용하기에는 너무 희생이 큽니다. 더구나 한국에서 열리는 단독컨서트의 수준으로 하기 위해서는 운반해야할 무대장비나 음향기기들이 너무 많고 결국에는 이로 인해 한국보다 한단계 낮은 품질의 컨서트를 해야할텐데 이는 너무나 위험부담이 큰 비지니스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의미에서 얼마전에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브랜드 컨서트인 '유나이티드 큐브'가 브라질에서 열린 것은 기획사의 상당한 자기 출혈을 감수해야 했음이 예상되는 것이었고 반복해서 열리기에는 여러모로 여건이 어렵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정식 음반이 유통되고 대규모의 컨서트를 열 수 있는 현지 기획사와 연계가 되어 수익 모델이 확고히 구축되지 않는한 당분간은 남미에서의 한류는 자생적 확장에 기반을 둔 형태가 되리라고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한류의 불을 꺼트리고 싶지 않은 자본이 넉넉한 대형 기획사의 자선에 가까운 공연 형태가 현재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정적으로야 이렇게 불붙은 남미에 우리 가수들이 훨훨 날아가서 대형사고를 치고 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지만 가수들이나 기획사 모두에게 아직은 무리한 부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목에도 '거저먹기'라고 표현한 것처럼 남미의 한류는 특별히 씨를 뿌리지 않고 가꾸지 않아도 앞으로 쭉쭉 뻗어나리라고 봅니다. 앞서 장황하게 설명한 것처럼 우리와 코드가 맞는 감성과 정서를 가진 이들에게는 노래뿐만 아니라 드라마 심지어는 영화까지 제법 어필할거라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까요. 제가 만나서 겪어본 미국인들처럼 좋은 것이 있어도 혼자 조용히 알고 지내는게 아니라 마치 한국사람들처럼 조금이라도 좋은 것이 있으면 기어이 주변사람들에게 알려주면서 나누는 화끈한 성격을 가진 남미인들이라면 한류의 전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미를 지배하는 육덕진 섹시함 못지 않은 한국 걸그룹 특유의 보호해 주고 싶은 갸날프고 정제된 섹시함도 전 크게 어필을 하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남미는 크기나 인구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설사 여러 이유로 인해서 직접 남미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남미인들에게 퍼지는 한류만으로도 그 영향은 어마어마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국에서 20% 가 넘는 남미인들과 5% 정도 되는 아시안 계통만 휩쓸어도 전 미국의 4분의 1을 한류의 영향권안에 두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입니다.
빠른 시일안에 '소녀시대 in Rio' 혹은 '빅뱅 in Buenos Aires' 와 같은 공연 DVD 를 보게 될 날을 소망해 봅니다. 남미 혹은 남미인들에게 퍼진 한류는 저절로 익을테니 거두기만 하면 됩니다. ^^;;
언제나 그렇듯이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 : 남미는 한국과 같은 스타일의 보이그룹을 만들어 미국에 성공시킨 전력이 있습니다. 연식이 있는 분이라면 기억하실 메누도(Menudo) 라는 그룹인데요, 푸에르토리코에서 시작해서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거쳐 미국 본토까지 성공적으로 진출한 보이그룹입니다. 메누도를 모르시는 분들이라도 이 그룹 출신의 슈퍼스타 릭키 마틴(Ricky Martin)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많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2PM 과 같은 스타일리쉬한 보이그룹이나 선이 굵고 강한 동방신기/샤이니 혹은 슈퍼주니어가 인기를 얻는 토양이 마련이 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밖의 인피니트나 비스트 혹은 다른 보이그룹들 모두 남미에서 인기를 고루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걸그룹의 경우 남미의 구미에 잘 맞는 그룹들이 차별화된 성공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포미닛(4minute)이 선두에 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퇴폐적이라고까지 묘사되는 현아양의 동양적 섹시함과 그루브가 넘치는 음악이 남미의 리듬에 잘 맞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그닥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햇던 라니아 같은 걸그룹도 남미에 특화되어 성공될 가능성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초신성이나 대국남아 같은 그룹들이 일본에 특화된 성공을 거두었듯이 말입니다.
출처: 샴페인의 미국생활기
이를테면 아시아에서는 동남아, 아메리카에서는 남미가 한류의 씨앗을 심기에 좋다는 것 같다.
그리고, 돈수만과 머저리 광수를 비롯한 몇몇 연예 기획사들이 더 이상 돈만 밝히지 않고 다같이 힘을 모아 대한민국의 위치상승을 위해 노력하겠다 마음 먹는다면 가장 좋은 스타트 지점이 바로 저 두곳이라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이 주체가 되는 연예종사자 놈들이 안할려고 한다는 것인데, 이건 그들이 생각만 좀 달리하면 얼마든지 해결볼 수 있는 문제다. 요컨대, 돈은 돈대로 벌면서 우리나라 알리기에도 유용하면 서로 좋은 게 아니겠냔 말이지.
바로 위에서 보는 영상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GTO의 한 장면이다.
보면 알겠지만, 자신의 제자 마코토의 인기몰이를 위해 주인공 오니즈카가 이용한 방법은 기발하다.
바로 핵심을 찌르지 않고 일단 주변부터 야금야금 공략해 들어가면서 약한 전력을 상승시킨다음, 가장 힘들고 어려운 난관은 제일 마지막으로 미루든지 또는 그에 못지않을 정도의 위세를 주변 귀로부터 얻겠다는 전략이다.
바둑으로 치면 대마를 잡기보단 4귀를 야금야금 먹어 집의 우위로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자. 그럼 이걸 다시 케이팝 시장으로 돌려보자.
현재 가장 돈이 잘 되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래서, 연예 기획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조리 일본으로 진출한다.
그런데, 이건 기획사 입장에서 보면 노다지 땅일지 몰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보면 계륵과도 같은 존재다.
돈을 벌어도 기획사가 벌지, 우리나라가 버는 것이 아니며, 인기몰이를 해도 아이돌이 얻지 우리나라가 얻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나마 본전치기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오히려 죽어가는 일본의 시장을 살려주고, 일본에게 돈을 받는 대신 일본을 대신 홍보해 주는 광고대행사의 역활까지 도맡아 하며, 그러면서 우리나라 엔터테이먼트 산업의 수준은 수준대로 일본식에 맞춰 떨어져 버렸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기획사들의 돈만 불려줄 뿐,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전무할 것이다만, 정작 연예 기획사들은 그런 실정에는 아랑 곳 없이 오매불망 성원을 보내고 있는 다른 나라는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적선이나 간간히 던져줄 뿐, 오로지 일본시장에만 매진하고 있으니 이 어찌 답답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위의 본문글과 영상에서도 봤듯이 기획사가 약간만 수입을 포기하면 얻을 수 있는 국가적인 이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가능성의 땅이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이를 절대로 무시해선 안된다.
모두가 사명감을 갖고 돈도 벌면서 국가에도 이바지 하겠다는 마인드로 이제까지 진지하게 들여다 보지 않았던 미개척시장을 뚫어야 한다.
그렇게 각 대륙마다 우리 문화의 전초기지를 하나씩 세우고 이를 기점으로 하여 대륙전체를 향해 야금야금 먹어들어 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세계 제 1등 국가라는 위상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 난 그렇게 생각한다.
진정한 한류의 길은 K팝이 아닌 전통문화에 있다.
이제 슬슬 한리우드가 될 수 있도록 쐐기를 박도록 하자.
내가 만약 정치가가 된다면, 그래서 선거유세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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