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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이 타마린 원숭이들을 놓고 실험을 했다. 칸막이 양쪽에 있는 원숭이들이 서로 레버를 당기면 상대방에게 먹이를 주는 게임이었다. 레버를 당기는 건 수고스럽다. 하지만 맞은편 상대가 수고를 해야만 내가 바나나를 먹을 수 있다. 따라서 최선의 전략은 나는 가만있고 상대만 당기게 유도하는 것이다.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다. 하지만 게임이 여러 번 계속되면 그건 더 이상 최선이 아니다. 내가 먹기만 하고 당기지 않으면 상대도 날 위해 수고하지 않을 게 분명한 까닭이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눈에는 눈(tit for tat)’ 대응이다. 처음엔 레버를 당겨 호의를 베풀지만 다음부턴 상대의 태도에 따라 똑같이 대응하는 것이다. 상대도 먹으려면 내게 호의를 베풀어야 하는 것이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비도 벼락도 없었는데 별안간 강물이 불어 소중한 목숨 여섯이 떠내려가는 사고를 보면서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린 것은 원숭이만도 못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너무도 한심해서다. 원숭이들은 게임 몇 번 만에 ‘팃포탯’ 전략을 터득해 냈다. 보복으로 협조를 이끌어내고, 협조로 보복을 피하는 지혜를 얻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북한의 사전통보 없는 댐 방류로 네 번이나 물바가지를 뒤집어쓰고도 가만있다가 급기야 인명피해를 보고 말았다. 사고 나고 하루가 지날 때까지 묵묵부답이었던 북한에 한마디 항의할 생각도 못하고 “경위 파악이 먼저”라고 중얼거렸다. 통일부 관계자라는 사람이 “엄밀히 말해 북한이 사전 통보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는 믿지 못할 보도도 있다. 이렇듯 월세 밀린 세입자 집주인 대하듯 하니 이틀 만에 들은 북한의 해명이라는 게 그리 오만하고 방자할 수밖에 더 있겠나 말이다.

언제까지 바나나 하나 얻어먹지 못하면서 계속 레버를 당기기만 할 건가. 당장 ‘눈에는 눈’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엄격한 팃포탯 전략은 자칫 보복의 악순환을 낳는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에 그런 악순환의 결과가 나온다. 대대로 내려오던 그랜저포드가와 셰퍼드슨가의 구원(舊怨) 얘기다. “문제가 뭐였어?” “나도 몰라.” “어느 쪽이 먼저 쏜 거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럼 아무도 모르는 거야?” “집안 어른들 중엔 아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그들도 이젠 처음에 어떻게 시작된 건지 따위는 관심도 없어.”

관광객을 쏴 죽이고도 일언반구 사과 없고, 근로자를 몇 달씩 가둬놓고 날짜 따져 숙박비·식대까지 받아 챙기는 북한 행태로 봐서는 비슷한 결말이 날 수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원숭이들이 방법을 알려준다. 타마린 원숭이들은 상대가 한 번 배신하는 건 용서할 줄 알았다. 대신 두 번 연속 배신할 경우 가차없이 보복했다. ‘팃포투탯(tit for two tat)’ 전략이다. 학자들은 이를 ‘관용적 팃포탯’이라 부른다. 도발에는 확실히 보복하되 실수도 할 수 있으니 한두 번쯤 봐준다는 얘기다. 보복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것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승률 높은 전략이다.

원숭이도 두 번이면 아는데 다섯 번째가 되도록 모를 순 없다. 물론 점잖은 체면에 천둥벌거숭이 북한이 하는 대로 따라 보복할 순 없는 일이다. 하지만 도발에는 반드시 불이익이 따른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협력하면 보상받고 배신하면 처벌받는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눈치보다 뒤늦게 맥 빠진 사과요구나 하는 모습으론 곤란하다. 카이사르는 『갈리아 전기』에 썼다. “무력이 아닌 정당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런 희망이 있는 한 어떤 일도 하겠다고 결심했다.” 무력을 각오해야 무력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하긴 원숭이도 따르지 못하는데 카이사르를 말하는 게 무리인지 모르겠다.

이훈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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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사흘 지나도록 회의도 하지않는 ‘이상한 국방위’
국방부로부터 브리핑도 안받아

북한의 황강댐 방류로 인한 ‘9·6 임진강 참사’가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나도록 국회 국방위원회(위원장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가 소집되지 않고 있다.

북한측의 수공(水攻)이라는 일부 분석도 있고, 인공위성의 사진분석에 따르면 황강댐에 이상징후가 없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관련 상임위인 국방위는 9일까지 회의일정도 잡지 않고 있다. 국방부로부터 브리핑을 받지도 않았다.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들이 8일 사고현장을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하고 진상조사와 후속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과 대조된다.

이상희 국방장관이 지난번 개각때 김태영 합참의장으로 교체됐고, 김 신임 장관 후보자는 오는 18일 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는 등 신·구장관 교체기의 공백 때문이라는 정황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다고 상임위를 열지못할 이유는 못된다는 지적이 많다.

김학송 국방위원장측은 “북한이 총을 쏘거나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아니고, 원인이 아직 명확히 규명된 것도 아닌 상황이라 결과를 좀더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유승민 의원은 “1차로 서면보고를 받았고, 국방부 관계자들이 오늘부터 국방위원실을 개별 방문해 대면보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간사인 안규백 의원은 “18일에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있지 않으냐”면서 “거기서 문제점들을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서종표 의원은 “임진강 방류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 아니고 이미 종료됐다”며 “현재 관계 당국에서 조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여당의원은 “나도 국방위원이지만 국방위가 너무 소극적이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이 물놀이하다 참변을 당했는데도 아직까지 상임위를 열지 않는 국방위나, 국방위에 브리핑도 하지않는 국방부 둘다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9-09-09



북한 '대남 사과' 사례 어떤 게 있나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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