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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日 시장 급속 잠식… 日업체 "주류시장 지키겠다"
서울탁주 등 방문 탐색전
한국정부·막걸리 업체도 "기무치처럼 안당하겠다"
통합 브랜드 'Sool'개발

지난 4월 장수막걸리를 만드는 서울탁주의 시흥동 막걸리연구소에 10여명의 일본인 견학단이 찾아왔다. 성기욱 전무는 일본 관광객들의 공장 견학이 몇 년 전부터 가끔 있었던 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따라 사람들의 질문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관광객 차림으로 온 일본인들이 시음(試飮)은 뒷전이고, 술을 거르고 고두밥을 만드는 기계 앞에서 기계 내부 구조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기 때문이다.

막걸리를 36년 동안 만들어 온 성 전무는 "일본 사람들이 기계 속까지 뜯고 들여다볼 태세로 공장을 둘러보며 질문을 쏟아냈다"며 "일본 주류업체 사람들이라는 의심이 들어 막걸리 만드는 공정만 간단하게 설명해 주고 돌려 보냈다"고 말했다.

일본 업계의 막걸리 베끼기 노력

일본 주류업계에서 한국식 막걸리를 베끼려 할 만큼 우리 막걸리의 인기가 높아졌다. 지난 3일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막걸리 트랜스포머(변신)’행사에 출품된 다양한 막걸리들./뉴시스
서울탁주 공장만 일본인이 찾는 것은 아니다. 부산 산성막걸리를 만드는 ㈜금정산성토산주에는 몇 년 전부터 일본 발효전문가들이 기술을 배우고 싶다며 '러브콜'을 계속 해 온다. 그들의 목표는 100㎡ 남짓 되는 공장 내부 누룩방(막걸리의 원료인 누룩을 발효시키는 방)이다. 유청길 대표는 "싫다고 해도 누룩방이라도 보여 달라며 후쿠오카나 오사카의 양조장에서 일본인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도 막걸리와 비슷한 탁주가 있다. 알코올 도수가 14~16도 정도로 독한 니고리자케가 그것이다. 하지만 알코올 도수 6~8도 정도로 부드러운 우리 막걸리가 '맛코리(막걸리의 일본식 발음)'라고 불리며 일본에서 인기몰이를 하자, 일본 업계가 한국 막걸리를 베끼려는 시도를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막걸리 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김계원 국순당 연구소장은 "일본 주류업체들이 한국식으로 순한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하면 우리보다 품질이 균일하고 깔끔한 막걸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정부 또한 이달 초 한바탕 '막걸리 소동'을 겪었다. 한 일본 대형 주류업체가 한국식 막걸리를 생산할 움직임이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기 때문이다. 일본에 파견된 농무관과 관련 부서가 공동으로 확인한 결과 일본 대형 업체 진출설은 아직까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당국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막걸리 수출 급증 추세

15일 일본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라쿠텐'의 검색란에 '맛코리(マッコリ)'를 일본어로 입력했더니 1504건이 검색됐다. 녹차막걸리, 검은콩막걸리, 누룽지막걸리 등 한국에서 수출된 형형색색 막걸리와 술 관련 식품이 검색창을 장식했다. 하이트맥주와는 아무 관계가 없지만, '한국여성에 대(大)인기, 넘버원'이라고 광고하는 한국산(産) 하이트막걸리도 눈에 띄었다. 동동주 항아리에서 막걸리를 퍼 마시는 일본식 음주법을 반영해, 항아리·표주박·잔 세트도 팔리고 있었다.

올 들어 7월까지 일본으로 수출된 막걸리의 양은 2909t. 750mL짜리 막걸리로 치면 388만통이 일본에 나간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403t)보다 수출량이 21% 늘었다. 수출액(241만달러)도 지난해보다 40만달러 더 늘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20.1% 줄어든 것에 비교하면 눈부신 약진이다.

하지만 '막걸리 찬가'를 부르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들어 7월까지 일본에서 수입된 청주는 490만달러어치다. 우리 막걸리 대일(對日) 수출의 2배를 넘는다. 2005년만 해도 일본 청주의 연간 수입액은 163만달러로, 같은 기간 막걸리 일본 수출액(199만달러)보다 적었다. 2005~2008년 4년 동안 일본 청주 수입은 3.8배 늘었는데, 같은 기간 막걸리 일본 수출은 2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몇 년 사이에 일본 청주가 '고급 술'이라는 인식과 함께 한국 애주가들을 취하게 만든 것이다.

"막걸리 통합 브랜드를 'Sool'로"

일본 대기업의 막걸리 제조업 진출 소식에 놀란 정부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한국의 김치가 '기무치'라는 일본말로 외국으로 퍼져 나가는 것처럼, 한국 막걸리가 '맛코리'라는 일본말로 외국시장에 소개되는 것을 미리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전략은 일본 술 사케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선제공격이다.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우리 술 산업 진흥법'에 따라 막걸리에 품질 인증을 부여하고, '술(Sool)'이라는 통합 브랜드 마크를 붙여 수출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산 오렌지가 '선키스트'라는 통합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나가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일본 술이 '사케'라는 쉬운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것처럼, 막걸리 등 우리 술을 '술(Sool)'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에 보다 쉽게 알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우리 술 체인을 만들어 일본에 진출한다는 계획 하에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갖춘 CJ·진로 등 몇몇 기업에 의사 타진을 하고 있다. 고급 막걸리와 떡갈비 등 고급 안주를 파는 '프리미엄 술 바(bar)'와, 대중 막걸리와 두부김치·파전 등을 파는 '서민 술 바'를 만들어 일본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사케 바'와 비슷한 방식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술 수출을 넘어, 부가가치가 더 높은 우리 '술 문화'를 팔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기무치'에 이어 일본 '맛코리'의 도전이 간단치 않을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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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 못 베끼게 막는다고 해서 못베끼는 게 아니니까 차라리 베낌을 당하기 전에 전 세계에 널리 전파해서 '막걸리 = 한국' 이라는 공식을 세계인의 머릿속에 주입시켜버리는 게 훨씬 빠르고 더 간편하며, 뒷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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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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