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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가 들려주는 티베트 이야기
토머스 레어드 지음 | 황정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ㅣ 520쪽 | 1만8000원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지난달 13일 미국 시애틀의 기자회견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중국 정부는 제가 티베트를 '모국'에서 '분리'하려는 세력의 선동자라고 주장합니다. 제가 어떤 말을 하건, 심지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조차 맹렬한 비난을 퍼붓지요."(달라이 라마)

"중국은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요?"(저자 토머스 레어드)

"중국인들은 대부분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직 그들에게만 사실이지요. 오랫동안 그런 교육을 받아서 그렇게 믿게 된 것입니다."(달라이 라마)


저자는 30년 동안 네팔미국을 오가며 활동했던 저널리스트다. 그는 1997년부터 3년 동안 인도에서 티베트의 망명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18차례 찾아가 인터뷰했다. 그리고 그에게서 직접 티베트의 역사와 문화, 정신에 관한 말을 이끌어냈다. 수십 년 동안의 연구조사가 이 책의 바탕이 됐고, 집필 작업에는 6년이 걸렸다.
이 책에서 달라이 라마는 과거와 현재, 성(聖)과 속(俗)을 수시로 넘나들며 티베트의 역사를 담담하게 들려 준다. 원숭이가 등장하는 창조 신화에서부터 20세기 중국의 점령과 망명 이후까지다. 티베트가 원래 중국 역사의 일부였다고? 7세기에 첸리시(관세음) 보살의 화신으로 알려진 송센 감포 황제가 등장한 이후 티베트는 중국 당(唐)나라와 패권을 겨루는 강력한 제국으로 발돋움했다. "티베트는 당 왕조에 의해 한 번도 지배된 적이 없었으며, 오히려 620년부터 820년까지 200년 동안 당의 운명을 위협하던 이웃 나라였다."

달라이 라마의 역사관은 중국사 중심으로 정형화된 동양사와는 무척 다르다. "현재의 중화인민공화국은 과거의 중국 왕조들과 연속성이 없다"는 것이다. 원(元)은 몽골족 왕조였고 청(淸)은 만주족 왕조였으며, 이들은 모두 중국의 선조가 아니라 중국을 지배한 민족이었다. 근대 이전의 한족(漢族) 왕조들은 티베트에 별 관심조차 없었다. 자원과 지정학적 가치로 인해 티베트를 '재발견'한 것은 현대에 이르러서였다.

그런데 티베트에 대한 '종주국'을 자처했던 원·청 왕조 때조차 이들과 티베트의 관계는 '지배국과 속국'의 관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티베트와 이민족 왕조는 '성직자'와 '후원자'의 관계였으며, 세금을 낸 적도 국내 정치에 간섭 받은 적도 없다. '조공' 역시 관습적인 교류 형태였을 뿐이다.

이 책의 독자들이 이런 부분에서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임을 느꼈다면, 이제 '티베트' 문제가 남의 나라 얘기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차례다.

한국 고대사를 중국의 역사에 편입하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의 논리가 '조공·책봉제'를 중앙과 지방 정권의 관계로 왜곡하는 것이라든가, '동북공정'의 전 단계가 다름아닌 티베트의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하는 '서남공정'이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곧잘 잊어버린다.

여기에 1950년 10월 티베트를 침공하던 중국이 바로 그 주에 압록강을 건너 6·25 전쟁 참전을 시작했다는 사실까지 떠올린다면 전율을 느낄 만도 하다.

그 침공의 시기에 달라이 라마는 열 다섯 살이었다. 어두운 시절에 겪었던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면서 그는 인터뷰 도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평정심을 잃는다.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로서 자치권이 보장된다는 '17개조 협정'은 무력으로 강요된 것이었고, 협정서에 찍혀진 인장조차 위조된 것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열강들은 외교적 수사만 늘어왔을 뿐 도움을 주지 않았고, 중국의 자치권 약속은 영영 지켜지지 않았다. 1959년 티베트 민중들의 봉기가 실패로 돌아가자 그는 인도로 망명했다.

마지막 인터뷰에서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말한다. "총의 힘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입니다. 총이 있는 곳에는 대체로 거짓과 파괴가 있습니다. 그것으로 너무나 많은 국가 기밀을 지키고 있다면 아무리 군사력이 막강하더라도 나약하다는 증거입니다. … 진실의 힘은 가끔 약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습니다. 나는 미래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원제 The Story of Tibet

달라이 라마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인 '달라이 라마 르네상스'(2007)의 트레일러. 내레이터=해리슨 포드. /유석재 기자


고구려, 발해가 중국이 아닌 절대적인 이유..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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