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확정된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한국사' 과목이 선택 과목으로 지정된 것에 대해 역사학계에서는 "학교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르치지 않겠다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은 고1 때 배우는 역사 과목이 필수로 지정돼 있지만 새 교육과정에서는 한국사가 동아시아사·세계사 등과 함께 선택 과목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진한 고려대학교 교수(한국사)는 "역사 교육은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국제화·세계화시대인 요즘 더욱 필요해졌다"며 "전문 지식보다는 사람을 기르는 게 목적인 고등학교에서 역사 과목을 이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참으로 근심스럽다"고 했다.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인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사학)도 "21세기 핵심 화두 중의 하나가 동북아 평화 공동체 구성인데, 역사를 배우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만 뒤처지는 것"이라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고교 교육과정이 모두 선택 과목으로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정부에서 고교 교육과정 중 '한국사'는 모든 학생이 이수하도록 일선 학교에 권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윤종배 회장(서울 온곡중)은 "한국사는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과목이어서 필수 교과가 아니라면 한국사를 배우지 않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역사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원 단체들과 교사들 역시 이날 발표한 교육과정 개편안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교총은 논평을 발표, "개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음악·미술 등의 집중이 수제처럼 교육적으로 실효성이 우려되는 부분에 재검토와 개선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또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 뿌리내리려면 제반 조건을 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보완사항으로 ▲교원 증원 ▲학교시설 개선 ▲교수 학습 프로그램 개발 지원 ▲학교 교육 과정 운영 기반 조성 등을 제시했다.
전교조는 "새 교육과정이 도입되면 국·영·수 교과를 편식하는 불균형 학생만 기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선 학교의 교사들은 교육과정 편성권 부여나 집중이수제 등 세부 방안이 교육적으로 효과적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서울 대치초등학교 류덕엽 교감은 "교과 과정에 대한 자율성이 학교에 부여됐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다른 학교 교과 과정 베끼기에 급급한 경우도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지역의 한 25년차 고교 교사는 "집중이수제가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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