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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카너준혁군, 6일-7일 부산시청 후문에서 엄마와 함께 피켓 들어

10살 난 초등학교 3학년이 부산시청 후문 현관 앞에서 '4대강정비사업 반대'를 외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근 영하권을 맴도는 추운 날씨 속에 어른도 바깥에 서 있기가 힘든데, 1시간 동안 그것도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이다.

 

윤카너준혁(부산 남성초등 3년)군이 주인공이다. 윤군은 어머니인 '습지와새들의친구' 국제협력담당인 윤선경씨와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버지는 미국인이다. 이들 모자는 지난 6일과 7일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1인시위를 벌였고, 오는 15일 오후에도 할 예정이다.

 

  
윤카너준혁군은 "고인물은 썪는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부산시청 후문 현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습지와새들의친구
4대강정비사업

윤군은 "삽질은 밭에서만"과 "고인물은 썪는다"고 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어머니는 "4대강사업 아웃(OUT). 4대강 삽질을 멈춰라. 홍수폭탄, 식수대란 외면하는 부산시 각성하라. …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 파괴 방관하는 부산시는 각성하라"고 쓴 피켓을 들었다.

 

습지와새들의친구는 '1인 희망행동'이란 제목으로 지난 5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시민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단체의 1인시위는 부산지하철 연산동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왜 1인시위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윤카너준혁군은 "4대강 정비사업을 막기 위해서 한다"고 말했다. 왜 4대강정비사업을 막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또렷하게 설명했다.

 

"이전에 낙동강 '원형 걷기'에 참여한 적이 있고, 자주 낙동강이 놀러도 갔어요. 철새도 보고 모래톱에서 뛰어 놀기도 했지요. 4대강정비사업을 하면 강에 댐을 놓게 되고, 준설작업을 한다며 강바닥을 깊게 파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물에 사는 식물이 없어지고 강도 오염되어 새들의 먹이도 사라질 것입니다. 결국 우리도 살 수 없게 된다고 봅니다."

 

어머니는 "지난 번에 아들이 낙동강 걷기를 하고 집에 와서는 '모래가 없어진다고 하니까 집에 갖고 오고 싶었다'고 말을 하대요.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하면서 왜 파괴하는지 모르겠다'며 화를 내며 말하기도 했어요"라고 들려주었다.

 

어머니는 "1인시위를 나가면서 아들한테 동참하겠느냐고 했더니, 첫날에는 뭣도 모르고 따라 나섰던 것 같고, 둘째날에는 자진해서 가겠다고 하더라구요"라며 "8일에도 가려고 했는데 다른 일이 있어 못했어요. 그랬더니 아들이 왜 1인시위에 안 가느냐고 물었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며칠 사이 부산 날씨가 영하 10도 가까이 내려갔다. 윤군은 첫날 1인시위에 나서 장갑도 없이 피켓을 들었다가 추위에 떨었다. 다음날에는 '완전무장'을 했다. 파카옷은 2겹, 바지는 3겹이나 입었고, 부츠를 신고 장갑도 끼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인 윤카너준혁군은 지난 6일과 7일 오후 부산시청 후문 현관에서 4대강정비사업 반대 1인시위를 벌였다.
ⓒ 습지와새들의친구
4대강정비사업

습지와새들의친구 관계자는 윤군의 1인시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무 큰 짐을 주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카너야, 이걸 왜 할까? 힘들고 추운데 말이야?'라고 물었더니 '하면 안 되니깐…'이라고 대답했다. 카너도 이미 알고 있었다. 강물은 고이면 썩는다는 것을. 강물은 흘러야 한다는 것을. 강물이니깐. 당연한 이치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행동과 생각이 이해하기 힘든가 보다. 낙동강의 보가 생길지라도 또 누군가는 원형을 그리워하며 생명들을 돌아오게 할 것이다. 그 몫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 줄 수 없다. 지금보다 더 많이 힘들 것이고 더 많이 아파해야 하니깐 말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1인 시위에 아랑곳 않고 그냥 지나쳤지만,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도 있었던 모양이다. 습지와새들의친구는 윤군이 둘쨋날 1인시위를 할 때 벌어진 상황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바쁜 걸음으로 많은 사람이 스쳐지나가고 관심과 무관심이 교차하고, 슬쩍,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인 분도 계셨다. 낯이 익은 시청 관계자 분들도 애써 고개를 돌리시더라. 그런데 천사를 만났다. 40여분 시간이 흘렀을까. 시청에서 쟁반을 들고 누군가 나왔다. 그리고 저희 쪽으로 와서 따뜻한 물을 전해 주셨다. '시청에 계시나요'라고 물었더니 '우체국에 근무합니다'고 대답했다. 무표정한 듯 안쓰러운 눈빛이 아직 생생하다. 참으로 감사했다. 카너군은 달콤한 사탕을 챙겼다. 아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서로 마음이 다르다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다르다 미워하지 말고, 보듬으려 노력하겠다."

 

윤카너준혁군은 "1인시위를 하는데 4대강정비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1인시위를 잘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반대로 4대강정비사업을 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윤군은 "1인 시위한 걸 일기에도 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날 1인시위에 나섰던 홍정욱씨는 "카너에게 미안하고, 또 한편 자랑스럽기도 하다. 세상의 아픔을 보듬는 아이, 더 큰 세상을 싸안아 갈 것이다"고 말했다.

 

  
습지와새들의친구 국제협력담당 윤선경씨는 아들인 윤카너준혁군과 부산시청 후문 현관에서 4대강정비사업 반대 1인시위를 벌였다.
ⓒ 습지와새들의친구
4대강정비사업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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