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구공사 착공..누각 해체 시작

오늘 숭례문 복구공사에 들어간다는 뉴스를 들었다.
2년 전 미친놈 하나 때문에 국보 제 1호가 불에 타 싸그리 날아가 버렸는데, 그걸 이전과 같은 상태로 만들겠단다.

그런데, 나는 이 것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다.
불에 탄 숭례문을 복구한답시고 새로 지으면 그게 숭례문이 될까 싶은거다.
가끔 문화재를 땜빵한다고 할 땐 재료가 되는 나무도 가급적 같은 걸로 구해쓰고, 복구방식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고수하여 최대한 문화재 자체를 손상시키지 않기위해 극히 적은 부분만을 손보는 그러한 방향으로 복구한다고 들었다.
즉, 석굴암을 보수한답시고 대충 시멘트를 처발라 놓은 쪽발이들의 미친 짓으론 복구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렇다면 왜 그런 귀찮은 방법을 사용하는 걸까?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말처럼 여기 찔끔..저기 찔끔 손봐서 끊임없이 계속 보수하는 것보단 어차피 손대는 거 아예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 새삥으로 갈아버리면 될텐데 말이다..

그 이유는 바로 문화재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물건이나 하나의 건축물로써 그 의미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과거의 문화와 생활상같은 역사의 증거 그리고, 그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흘렸던 선조들의 피와 땀과 정성도 그 속에 함께 담겨져 있기 때문인 것이다.
즉, 숭례문같은 경우도 단지 덩그러니 놓여있는 옛날 건축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 몇백년 동안 그 문을 드나들며 스쳐갔던 몇수십, 수백, 수천만명의 선조들의 발자취까지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숭례문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보존하는 것이란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지키고 보존하는데 들어간 애정과 노력 또한 세월의 무게로 보태어져 후손들에게 전해지고, 그렇게 역사는 면면히 흐르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문화재란 그런거다.
그런데, 저렇게 싸그리 소실된 걸 새로 짓는다고 그게 숭례문이 되나?
아니, 그 이전에 세월의 무게가 싸그리 날아간 그걸 문화재라 부를 수나 있는 건가?
지금 지어 놓으면 그건 조선시대의 숭례문이 될까? 아니면 남북한 시대의 숭례문이 될까?
단지 모양만 똑같은 건축물을 새로 지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아..그래 좋다.
새로 짓는 게 아니라 저 들이 주장하는 대로 복구라고 치자..
그래서, 원형질은 그대로 유지되어 있는 상태에서 약간의? 손만 본 개보수 수준이라고 생각해 주자..
그럼 거기에 들어가는 재료는 뭘로 사용하는 건가?
500년 전의 나무? 400년 전의 아교?
설마 목재가 홀라당 다 타버려서 기준이 될 목재가 없으니 현대식에 맞춰서 베니아 합판으로 도배를 해버리는 건 아니겠지? ㅎㅎ
이러면 말이다.. '석굴암'에 시멘트 처바르는 것과 뭐가 다르다는 건가?
아니지.. 시멘트 바르는 것 보다 더 나빠..
도대체 이렇게 해서 복구한 숭례문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야? 도대체..

행여라도 꼬투리 잡아 '시멘트를 처발랐던 뭘 발랐던 간에 석굴암은 석굴암이다'..이따위론 주장하진 마라..
갈라진 곳에 시멘트를 처바른 보수와 완전 소실되어 신축공사를 방불케 하는 숭례문의 복구와는 아예 비교자체도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차라리 그냥 놔두라고..
조선왕조실록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당시 임금들의 잘한 일 뿐만 아니라 못한 일까지 감추지 않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빽 투더 퓨처' 의 과거에 벼락을 맞아 고장난 시계탑이 현재에도, 미래에도 여전히 고장난 채로 등장하는 것은 그 자체가 역사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그게 보기 추하든 어쨋든 말이다.

우리나라 국보 제1호가 불에 타 소실되어 버린 것은 분명 나라망신이고 원통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남보기 부끄럽다고.. 남보기 흉측하다고 있었던 일을 숨기고 사라진 문화재의 외형만을 세워 자위하겠다는 이 딴 짓거리는 조선왕조실록을 파기시키고 온통 자화자찬으로 새로 쓰거나, 고려청자를 깨버렸다고 다시 만들어 놓곤 문화재라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추잡한 짓일 뿐이다.

소실되었으면 소실된 대로 놔둬라..
그리고, 그것을 볼 때마다 공무원은 허술했던 문화재 관리에 반성하고, 시민들은 문화재의 소실을 뼈 아파하며, 후손들은 차후에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게 하는 반면교사의 표본이 되도록 하는 것이 차라리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p.s
청계천 고가 밑 보물창고, 누가 파괴했나? '국보'를 쓰레기 취급한 MB, 참 특이합니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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