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 <십지신마록> 3부작

             무협소설 <십전제> 전10권(완)            무협소설 <환영무인> 전12권(완)           무협소설 <파멸왕> 전10권(완)


십지신마록은 우각이라는 작가의 작품이다.
십지신마록이라고 되어있지만, 그건 작가의 말이고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뭐가 십지고 뭐가 신마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냥 같은 세계관을 가진 후속편 내지는 외전 정도로만 인식하면 되겠다.
이 3부작은 각각 1부: 십전제(10권완), 2부: 환영무인(12권완), 3부:파멸왕(10권완) 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권 모두 합쳐 총 32권에 달한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시간 상으로는 2부의 환영무인이 1부인 십전제보다 약 700년 가량 앞서있는 것으로 되어있으며, 캐릭터의 느낌은 환영무인의 경우 무예가, 십전제는 흑마법사, 파멸왕은 염동력자 와 비슷했고, 내가 읽어봤을 때 가장 재미있는 건 환영무인, 그 다음이 십전제, 마지막으로 파멸왕 순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축에 속하며, 어떻게 보면 고무협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소재와 캐릭터나 전개방식과 신무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실적인 묘사와 줄거리, 흐름 등의 정점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환영무인은 세상을 피로 물들이려는 천마 소운천과 그를 따르는 구유마전단에 대항하는 환영류 환사영과 십대초인,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원흉이 되는 남황에 대한 이야기를 기본골자로 하고있고, 다음의 십전제는 환영무인에서 등장한 십대초인 중 뇌검 천화윤의 버려진 후예인 천우진이 구주천가를 무너뜨리고 천마 소운천의 부활시키려는 마해의 계획을 하나하나 분쇄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며, 마지막 파멸왕은 전편에서 그렇게나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살아남은 불사지체 천마 소운천을 끝장내기 위해, 그리고 잠깐씩 언급되었던 매력적인 소재나 끝내지 못했던 내용들을 싸그리 주워담아 완벽하게 끝내기 위해 환영무인의 주인공에게 배우고 십전제에게 단련된 멸제 철군패가 주인공이 되어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우선 십전제를 보면 환영무인보다 먼저 나온 책인만큼 다소 문맥에 맞지않게 이야기나, 어법에 맞지 않는 고문체 등 다듬어지지 않고 거친흐름이 가끔씩 엿보이곤 했었고, 마지막 클라이막스인 천마부활부터의 재미에 비하면 하늘과 땅차이가 날 만큼 초반부터 후반까지 대부분의 설정들이 '천우진 몰아주기' 식으로 상당히 어설프게 전개된 면이 없잖아 많았었다. 점수로 따지면 대충 6,70점 정도..?
그랬던 것이 천마부활부터 갑자기 확 달아오르기 시작하더니 거기서 부터 마지막 차 마시는 데 까지는 평균점수 8,90점을 넘어섰다고 느껴질 만큼 엄청난 전개와 이미지 묘사로 나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었다. 갑자기 이 작가가 뽕이라도 맞았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그런 느낌이 십전제 마지막을 넘어 환영무인으로 넘어가자 더욱 더 배가되었었다.
십전제와는 반대로 처음부터 끝까지가 평균 80점을 넘어설 정도로 매끄러운 전개를 보여주더란 말이지.
특히 북해지역으로 넘어가면서 부터는 책을 읽는 내내 내 눈앞엔 '파이널판타지 6편' 의 오프닝 화면이 펼쳐질 정도로 기가 막힌 묘사력과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마치 십전제의 작가와 환영무인의 작가가 서로 다른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정도로 환영무인은 십전제에서 보여주던 획일적인 캐릭터 위주의 단순한 전개에서 벗어나 복잡하면서도 완성된 사건사고 위주의 이야기 전개와 이미지 묘사로 내 눈을 사로잡았었다.

다만, 한가지 안타까운 게 있다면 그렇게나 욱일승천하고 있다 싶을정도로 끝발 날리던 작가의 필력이 파멸왕에 가서는 상당히 흐지부지해졌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뭔가 괜찮은 흐름이나 줄거리를 못찾은 상태에서 전편의 소재만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려다보니 어거지 식이 된게 아닌가 싶긴한데.. 아무튼 그렇게 심상이 제대로 안따라줬기 때문인지, 아니면 잠깐 내려왔던 신이 다시 올라가 버렸기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이 파멸왕의 수준은 십전제의 초중반보다 좀 더 못한 수준이었다. 점수로 따지면 4,50점 수준 정도..?

이처럼 각각의 이야기로만 본다면 다소 편차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글을 상당히 매끄럽게 쓰는 편이기 때문에 작가의 브랜드만으로도 선택해서 골라보는 데에는 크게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차후 각 부에서 다루도록 하겠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십지신마록 3부작은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소설이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