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변신과 파격을 요구하다

위 기사는 '변신과 파격' 때문에 반전이 일어났으며, 청중들이 원하는 바도 바로 그것이다..라는 식으로 언급이 되어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물론 변신과 파격이 맞긴하지만, 그 것은 결과가 그러하고 표면이 그러할 뿐, 그렇게 된 원인, 근원적인 이유는 약간 다르다고 느꼈던 것이다.

여기에 대한 당시 내 생각을 하나하나 적어나가 보자면..
우선 1위를 한 박정현의 경우는 미국 여가수가 드레스를 입고나와 뮤지컬에서 공연하는 듯한 연기력이 느껴졌었다.
한마디로 그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모든 것들에서 멋이라는 게 느껴졌었다.
그게 어느 정도냐면 마치 동양의 셀린 디온 급이 오스카 시상식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낭낭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빛이 나면서도 예전에 항상 고질병처럼 여겨졌던 손 휘적휘적대는 식의 산만함은 거의 사라져 버려 거슬리는 점은 찾아볼 수가 없었으니 어찌 1위를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2위인 이소라도 예상했었다.
처음에 보아의 넘버원을 편곡한다고 했을 때 나는 사실 이소라가 꼴찌는 안하겠지만, 5,6위 정도는 하지 않을까 예상했었었다. 왜냐하면 보아의 넘버원은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곡이기 때문이다.
그 노래를 편곡한다해도 보아의 넘버원 이상 가는 곡으로는 아예 편곡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은 곡처럼 느껴졌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소라의 편곡은 그런 나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한마디로 어느 쪽이 더 나은 곡이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또 하나의 완벽한 넘버원을 창조해 낸 것이다.
느낌을 비교하자면 보아의 넘버원은 눈에선 슬픔의 눈물이 흐르지만, 빛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으려는 다짐이랄까 의욕이 느껴지는 반면, 이소라의 넘버원은 그냥 한없는 우울함과 절망만이 느껴질 정도로 완전히 성격을 달리했다.
때문에 솔직히 말해서 이소라의 앵앵거리는 목소리나 찡그린 얼굴만 아니었으면 난 박정현보다 이소라를 1위에 올렸을 것이다.
그만큼 편곡된 그 노래는 소름끼쳤었으니까..
노래를 듣고 있자면 마치 러시아나 독일 쪽 음산하면서도 삭막한 느낌의 오페라를 듣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얼마 전에 엠블랙이라는 아이돌 그룹의 컨셉이 뱀파이어라고 하던데, 이소라의 편곡이 바로 그 뱀파이어 같은 느낌이었다. 장중하면서도 소름끼치는 맛이 있는 ...
다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낮은 음에서 앵앵거리는 약간은 거슬리는 목소리와 표정에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느낌이었기에 2등에 놓았던 것이다.


3위인 김범수도 예상했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내지르는 창법.. 그러면서도 어디 한군데 흐트러진다거나 호흡이 어긋난다거나 하는 것없이 완벽한 노래의 물결같은 흐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출렁이는 파도처럼, 떨어지는 폭포처럼.. 그러면서 노래 뿐만이 아니라 여유있게 퍼포먼스까지 동원하는 등의 화려한 무대매너를 보여주었기에 그는 그 시간만큼은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있었다.
즉, 소름끼칠 정도의 차원이 다른 수준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대신 어디 한군데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함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의 예지력 상승은 바로 여기까지 였다..
1위부터 3위까지는 문제없이 맞췄었는데, 이후 4위부터는 다 틀리기 시작했다..ㅋㅋ
그 이유는 아직까지 나도 잘 모르겠으니, 내가 느꼈던 점 위주로 하나하나 짚어가 보도록 하자.


우선 4위는 난 BMK를 꼽았었다.
큰 울림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량은 오페라 가수의 그것이라 할 만큼 우렁찼고, 또 그 목소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번도 힘 빠지거나 어디 세는 곳 없이 울려퍼져 나왔다. 그러면서도 감미로운 곳은 감미롭게, 또 뿜어져 나와야 할 곳은 해일이 밀어닥치듯 줄기차게 밀어붙이는 게 '정말 파워하나는 작살이구나' 라는 생각을 절로 갖게 만들었었다.
단, 하나 아쉬움이 남는다면 고음으로 올라갈 때에 시원하게 질러지지 않고 안으로 가두는 식으로 끌어올려졌었고, 또 그런 식으로 들렸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그게 좀 답답함을 느끼게 만들었기에 4등으로 놓았었다.


5위는 임재범을 놓았었다
그의 문제는 편곡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목소리의 문제도 아니었다.
오히려 전설의 고향같은 차지연의 피처링과 후반 클라이막스의 연주와 절규의 하모니는 신들린 무대를 보는 듯 했고, 또 목소리도 김현식이 연상될 정도로 상당히 듣기 좋았었으니까..
제대로만 불렀다면 충분히 박정현, 이소라와 함께 삼파전을 벌일 수도 있었겠지.
그런데, 뭐가 문제였냐 하면.. 간단히 말해 자신의 역량을 오버하는 노래를 부른다는 느낌.. 버겁다는 느낌.. 우리가 노래방에 가서 힘들고 어려운 노래를 부를 때의 그 꺽꺽거리며 힘들어 하는 느낌을 그가 보여주며 불렀다는 것이다.
뒷부분에 가선 힘이 빠져서인지 가성 삑살이가 자주 나오고, 막판엔 절규가 악으로 변할 정도였었다.
그걸 간신히 무마시켜 주고 가려줬던 것이 차지연의 피처링.. 한마디로 이번 노래에서 임재범은 훌륭한 조건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스스로가 그걸 감당하지 못해 무너졌다 봐야 할 그런 상태였던 것.
그게 거슬려 그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와 처절한 절규에도 불구하고 김범수와 BMK 보다 밑에 놓을 수 밖에 없었으며, 그래도 낮은 음 부분에선 임재범의 실력이 고스란히 뿜어져 나왔었고, 또 차지연을 비롯하여 편곡에 포함된 여러 요소들이 상당히 좋은 느낌으로 남은 탓에.. 그리고, 결정적으로 임재범보다 더 감흥이 없었던 두명이 존재했기 때문에 그나마 5위에 놓았던 것이었다.


6위는 김연우를 놓았었다.
사실 김연우나 윤도현이나 공동 7위에 놓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빵상빵상했었지만, 결정적으로 윤도현의 마법의 성은 원곡에 비해 너무 떨어졌다는 약점이 있었기에 꼴등으로 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김연우는 노래를 못 부르는 게 아닌데도 워낙에 다른 출전자들의 성향이 지르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고 편하게 부르는 듯한 김연우가.. 나쁘게 말하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져 듣고 보는 사람들의 가슴에 별달리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게 아닌가 생각되고 있다.
게다가 편하게 부르는 그의 스타일 때문인지 아니면 전력으로 부르지 않기 위해서인진 모르겠으나, 낮은 음에선 상당히 감미롭고 적절하게 떨리는 아름다운 미성을, 또 절정으로 올라갈 땐 약간 허스키해지면서 눌리는 듯한 끈적거리는 상당히 매력적인 음색을 들려주지만, 그 외에 부분은 좀 뭐랄까.. 까랑까랑하게 들린다고 해야하나..변조된 목소리처럼 들린다고 해야하나.. 그런 음색이라 여기서도 약간 호불호가 갈린다고 할 수 있겠다.
때문에 난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김연우의 노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눈으로 보지말고 귀로만 들어야 할 거라고..
또, 매니저 고영욱이가 만약 생각이 좀 있는 녀석이라면 김연우에게 '노래 부를 땐 실제론 어떻든 눈을 질끈 감고 혼신의 힘을 다해 지르고 감정을 싣는 것처럼 연기하라' 는 충고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김연우는 그 실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될 정도로 약점을 가진 노래 스타일이라는 게 그를 6위에 놓은 이유였다.  


마지막 7위.. 윤도현
앞서도 말했지만, 윤도현이 꼴찌를 할거라고 예상한 가장 큰 이유는 원곡인 마법의 성보다 너무 못하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윤도현의 마법의 성은 내가 노래방에 가서 코러스를 가미하고, 디스코 변주곡으로 바꾼다음 템포를 한 2,3 정도 올려놓고 락스타일로 부르면 딱 저 노래가 나오겠다 싶은 정도의 대단히 수준낮은 노래였다는 거다.
아니,아니다.. 그렇게 부르는 것이 수준 낮다고 표현하는 건 좀 이상하고, 그 것보단 그렇게 불러선 원곡의 수준을 절대 넘어서지 못하고 그냥 묻혀버릴 뿐이라고 표현해야 더 정확하겠지..
원곡인 마법의 성은 그 자체로 대단히 훌륭한 노래이며, 독특한 개성을 함부로 범접키 어려운 노래이다.
맑고 깨끗한 음성과 동화같은 이미지가 쉽게 눈에 보일만큼 상당히 부드럽고도 아름다워 이미 어떤 독자적인 영역에 들어가 있다고 봐도 무방한 노래가 바로 마법의 성이라 할 수 있다.
이소라가 부른 넘버원도 그런 노래였지만, 이소라는 이 노래를 또 하나의 완벽한 전혀 다른 곡으로 창조해내었기에 넘버원이라는 노래에 묻혀버리지 않을 수 있었고, 어떤 면에서는 더욱 뛰어난 면모까지 보여줄 수 있었지만, 그에 반해 윤도현은 원곡을 그대로 답습하였으면서도 마법의 성의 장점들을 능가하는 무엇하나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한마디로 원곡과 비교당해서 처절하게 나가떨어진 그런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이상이 내가 본방사수하면서 듣고보고 느꼈던 나의 느낌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난 이번 순위가 단순히 편곡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 보다 더 근원적인.. 즉, 원곡과의 비교에서 어느 가수의 곡이 묻혀버렸고 묻혀버리지 않았는가가 이번 순위를 좌우하지 않았나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다음 번 과제곡들이 무슨 곡으로 주어질 진 모르겠지만, 이번처럼 원곡들의 수준이 특출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편곡이 그 가수의 발목을 잡아버리게 되는 경우도 없지않을 것이라 그렇게 예상하고 있다.

아무튼 난 이렇게 보았었는데, 실제로는 4등부터 틀려버렸지. ㅋㅋㅋ 
4등은 임재범.. 5등은 윤도현..6위는 김연우..마지막 꼴등이 BMK로 말이다.
임재범의 경우는 아마도 그 곳에서 실제로 듣는 임재범의 빈잔과 여기 tv로 듣는 빈잔 사이엔 엄청난 차이가 있었던 때문이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
임재범의 절규와 폭풍같은 카리스마는 소리와 분위기가 함께해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일테고, 그만큼 현장에서 직접 듣는 빈잔 도중에 새어나온 몇 차례의 삑살이나 악다구니 따윈 청중이 받은 감동에 비하면 너무나도 사소한 애교에 불과했을 테니 말이다.
임재범의 빈잔은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가 있다만, BMK의 꼴지는 도대체...

BMK의 꼴찌는 솔직히 지금도 놀랍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도대체 왜 꼴찌를 한 건지 난 지금도 이해가 안된다만, 전례를 생각해 볼 때 한가지 짐작가는 게 있긴하다..
바로 재즈 풍이라는 점..
그렇게 생각해 보면 정엽이 먼저 탈락한 것도 재즈풍의 노래에 익숙치 못하다거나 또는 들어도 별 감흥을 못받는 노래 스타일이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가정을 세워볼 순 있겠다는 거지..
 
'나는 가수다' Into the real K-pop Singers (JP)
"나는 가수다" 세계 네티즌들 반응 (WD)
 


p.s
어디 보니까 누군가가 이소라는 마녀, 임재범은 몬스터에 비유할 수 있다 하던데, 진짜 그런 듯..
절망, 통곡의 마녀..이소라
분노, 절규의 괴수..임재범

그럼 박정현은 빛과 치유의 요정, 김연우와 김범수는 성격다른 음유시인 정도 될려나..ㅋ

뭐..그건 그렇고, 지금 큰일이다.
이소라의 넘버원만 무한재생해서 듣고있다.
다른 노래는 안듣고 이 것만 계속 듣게 되는게 도저히 멈출 수가 없네..
어제까지만 해도 이렇게 중독될 줄 몰랐는데, 후폭풍이 대단한 노래인 것 같다.
게다가 계속 들으니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져버려 어제 처음 들을 때 느꼈던 맹맹한 목소리와 찡그린 얼굴이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어제의 단점이 전혀 단점이 아니게 되었다는 말..

이런 점까지 고려한다면 이소라의 넘버원은 단연 1등이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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