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6102104575&code=990000
한국 대중가요계를 아이돌 가수들의 무대로 전복시킨 SM엔터테인먼트가 소속 아이돌 그룹의 합동콘서트를 파리 제니트(대중가수 전용콘서트홀)에서 갖는다. 15분 만에 표가 매진되고, 팬들이 드골 공항에서 열렬하게 스타들을 맞이했으며, 르몽드와 르피가로지가 이들의 콘서트를 비중있는 기사로 다뤘다는데 흥분한 한국언론들은 일제히 ‘한류의 유럽시장 정복’을 알렸다.

프랑스에서 7년반 동안 만난, 한국문화에 눈을 반짝이는 프랑스 사람들은 하나같이 한국영화를 보고 매혹된 사람들이었다. 미국영화에 주도되어온 전 세계 영화시장에 역동적이고 강렬한 생명력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한국영화의 등장은 전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특히 칸영화제와의 인연은 각별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영화인들이 미국식 문화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연대감을 조성하면서 끈끈해졌고, 칸영화제에 한국영화는 변함없이 초대되는 필수 아이템이 된다. 이렇게 한국영화는 영화전문인들의 눈으로 선별된 최상의 작품들이 프랑스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프랑스인들에게 다가간 한국영화들은 잘 알지 못하는 한국, 그러나 묵직한 문화적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한국을 심어놓는다.

반면에 K팝(pop)은 일반은 물론 음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들어본 적도 없다고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까진 극소수의 청소년층에 국한한 그러나 매우 열정적인 열기로 짐작할 수밖에 없다. 한국영화가 주류 영화계에서 비중 있는 작품으로 자리를 차지한다면, K팝은 흥미로운 현상으로 다뤄진다. SM의 창업자 이수만씨와 그 회사가 끼가 있는 청소년들을 발굴해 3~5년간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도록 조련하는 과정을 서술하는 기사들은 지구 저편, 알 수 없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일처럼 묘사된다. 연초, 프랑스 국영방송 France2에서 한국 특집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삼성 공화국, 한국의 광적인 종교열기, 그리고 한류. 혹은 한류를 만들어 내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에 대해 “세상에 이런 일이” 식의 호기심 가득한 시각, 그리고 다소 비판적인 관점이 비춰졌지만, 한국언론은 이를 한국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찬사라는 식으로만 편리하게 요약했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전적으로 확산된 K팝의 팬들은 대부분 망가(일본만화)의 팬들이고, 일본 대중문화에 익숙하던 이들이 일본 드라마를 보다가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가수들을 접하게 되는 것이 수순이라고 프랑스 언론들은 분석한다. 이들이 일본 대중문화에서 한국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 이유를 한국 가수들의 무대가 훨씬 더 다이내믹하며, 훨씬 더 ‘미국적’이라는 데 있다고 르몽드지는 분석한다. 이 점에서는 K팝이 “2000년대 초반 이후 서구에서 사라진 보이밴드·걸그룹의 공백을 채우고 있다”고 분석하는 홍석경 보르도 대학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프랑스에서 K팝을 다루는 FM방송이 가장 먼저 생긴 곳이 항구도시 마르세유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이민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우리나라의 부산에 해당하는 이 도시는 다문화적 정서가 풍부하고, 이에 대한 열망과 호감도도 높다. 고급 문화에 대한 취향보다 열광할 엔터테인먼트 대상을 찾는 청소년들이 바로 그 열광을 위해 제조된 한국의 아이돌 그룹을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만나게 된 것. 그 열광을 제조해 내는 회사가 한국일지언정, 이들이 한국문화를 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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