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19/2011061901077.html

[1] 에코프로
2차전지 원가의 40% 차지… 대기업이 포기한 기술, 끈질긴 연구 끝에 개발
국내 첫 제조 전공정 국산화, 현재 생산량 세계 3위… 내년 증설 땐 1위 오를 듯
"삼성 입사보다 낫다는 말 꼭 듣고싶어"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녹색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숨은 중소기업들이 있다. 세계 1위에 도전하는 녹색기술의 강소(强小)기업들을 알아본다.

2007년 3월 충북 청원에코프로 공장. 전 직원의 눈이 2차전지 양극 공정 통제실의 모니터를 향했다. 모니터에 떠오른 숫자는 '생산수율 79%'. '수율(收率)'이란 원료 투입을 100으로 치고 실제 상품가치가 있는 제품이 나오는 비율을 말한다. 클수록 생산성이 좋다는 뜻이다. 당연히 79%의 수치는 목표에 한참 미달된 낙제점 수준이었다. 투입 대비 생산 수율이 최소 90%는 돼야 세계 시장에 나갈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졌다. "역시 안 되는구만. 대기업도 포기하는데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되겠나."

충북 청원 에코프로 공장에서 이동채 사장(가운데)과 직원들이 2차전지의 원료가 만들어지고 있는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세계 두 번째로 니켈계 양극 원료물질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청원=신형종 기자 shin69@chosun.com
2차전지는 한 번 쓰고 버리는 1차전지와 달리 충전이 가능한 전지로, 휴대폰과 노트북 등에 들어간다. 안을 보면 양극과 음극,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전해질(전기가 통하는 액체) 등이 있다. 이 중 양극은 2차전지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다.

그로부터 2년 가까운 '사투(死鬪)'가 시작됐다. 에코프로가 만드는 양극은 니켈과 코발트, 망간 금속으로 이뤄진다. 이것을 물에 녹여 복잡한 화학반응을 거치면 지름이 100만분의 1m 단위인 미세 입자가 나온다.

세계에서 이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일본다나카가 유일했다. 다나카는 기술 공개를 우려해 특허도 출원하지 않았다. 개발진은 니켈, 코발트, 망간의 합성조건을 수천 번 바꿔가면서 하나하나 오류를 잡아나갔다.

마침내 2008년 12월, 같은 모니터에 '생산수율 95%'란 수치가 떴다. 니켈계 양극 원료물질의 제조기술을 세계 두 번째로 확보한 것이다. 에코프로가 만든 3가지 금속 결합 입자에 리튬을 섞어 구우면 양극이 된다. 에코프로는 현재 니켈계 양극 생산량에서 벨기에 유미코아, 일본 니치아화학공업에 이은 세계 3위이며, 공장 증설이 완료되는 내년에는 1위로 올라선다. 다른 두 업체는 양극 원료물질 제조기술이 없어 일본 다나카에서 원료물질을 사다 쓰고 있다.

에코프로의 도전은 2004년 2차전지 연구개발 정부과제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제일모직이 주도한 니켈·코발트·망간 양극 개발에 하부 개발업체로 참여했다. 에코프로 이동채 사장은 "당시 2차전지는 대부분 안전성이 좋은 코발트 양극 원료를 썼는데, 가격이 비싸 전기자동차에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 대안이 값이 싸면서 출력이 높은 니켈계 양극이었다.

하지만 2차전지 업체는 니켈계 양극을 도입하기를 꺼렸다. 결국 제일모직은 니켈계 양극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개발을 중도 포기했다. 하부 개발자로 참여한 에코프로는 포기하지 않았다. 35억원을 주고 제일모직으로부터 그때까지 개발한 기술을 모두 사들였다.

에코프로 박석준 상무는 "내부에서 '오지도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것 아니냐'고 사업을 포기하자는 목소리가 높았을 때 우리는 오히려 모험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요지부동이던 전지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에 개발붐이 일면서 코발트와 같은 값비싼 금속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배 정도이던 니켈과 코발트의 가격 차이가 4~5배로 벌어지자, 전지회사들이 하나 둘씩 니켈계 양극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난관은 납품이었다. 2007년 시제품을 들고 대기업의 문을 두드렸으나, "일본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문제는 공정 도중에 들어온 쇳가루였다. 에코프로는 전 공정에 자석을 도배하듯 붙여 철 불순물을 철저히 골라냈다.

드디어 2008년 12월 까다로운 품질규격을 맞추고 납품승인을 얻었다. 에코프로의 양극 원료는 삼성SDI, LG화학 등 전 세계 2차전지 업체에 납품되고 있다. 공동연구 제안도 잇따랐다.

하반기에는 중국에 현지 기업과 함께 전기자동차용 양극 물질 제조공장도 세운다. 국내에선 올해 양극 제조공장을 추가로 착공한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생산능력이 지금의 두 배인 연 1만t 규모로 늘어난다. 이 사장은 "5000명은 먹여 살릴 회사를 만들겠다는 게 목표"라며 "'에코프로에 입사하는 게 삼성 입사하는 것보다 낫다'는 말을 꼭 듣고 싶다"고 말했다.

충북 청원 에코프로 공장에서 이동채 사장이 2차전지의 원료가 만들어지고 있는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세계 두 번째로 니켈계 양극 원료물질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신현종 기자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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