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view.html?cateid=1041&newsid=20110615030633616&p=chosunbiz
싱가포르 마리나 해안 고속화도로(Marina Coastal Expressway) 공사 현장.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마리나베이 주변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해안을 따라 총길이 5㎞의 지하 10차로 도로를 만드는 '작은 공사'다. 하지만 총길이 5㎞에 불과한 이 도로공사에 각국의 쟁쟁한 건설사 6곳이 달라붙어 있다. 이 고속화도로 건설에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어느 건설 현장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최첨단 공법이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쌍용건설은 그중에서도 난도(難度)가 높은 지하도로 구간 1㎞를 맡아서 공사를 하고 있다. 



↑ 쌍용건설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남단에 짓고 있는 지하 고속화도로 건설 현장 모습. 복잡하고 연약한 지질 구조에 지하 10차로 도로를 짓는 고난도 공사인 만큼 공사비가 도로 1m당 약 8억2000만원에 달한다. /싱가포르=홍원상 기자 wshong@chosun.com

 

 ◆지하 45m 파고 들어가야 나오는 퇴적층  

지난달 27일 마리나 해안 고속화도로 공사에서 쌍용건설이 맡은 MCE482 현장에는 대형 굴착기 4~5대가 굉음을 내며 땅을 파고 있었다. 대부분의 지하 도로 공사는 착공 후 흙막이 공사만 끝나면 곧바로 굴착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 현장은 달랐다. 2008년 11월 공사에 들어간 지 2년 6개월 만이다. 쌍용건설 김동진 현장소장은 "지하 15m 아래 점토층에 왕복 10차로 도로를 짓기 위해 진흙을 두꺼운 시멘트층으로 바꾸는 지반 보강 작업을 2년 넘게 벌였다"고 말했다.

이 도로공사가 유별난 것은 마리나베이가 1970~80년대 바다를 두 차례 메워 만든 지역이라 지층이 연약하고 다층적인 지질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표면에서 15m까지 매립층이 있고 그 아래 뻘밭과 같은 점토층이 30m 가까이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건축물의 지지층 역할을 하는 오래된 퇴적층은 지하 45m에서야 만날 수 있다.

이런 지층에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선 연약한 해상 점토층을 돌덩이처럼 단단한 지반으로 바꿔야 한다. 쌍용건설은 우선 지하 15~30m 사이의 점토층을 두꺼운 시멘트층으로 바꾸는 작업부터 했다. 이를 위해 긴 회전축에 달린 대형 스크루(screw)로 점토층까지 지름 1m의 구멍을 2개씩 뚫은 뒤 시멘트와 점토와 섞어주는 DCM(Deep Cement Mixing) 공법을 적용했다. 또 대형 스크루가 들어가기 어려운 작은 틈새에는 지름 5㎝의 파이프로 시멘트와 물을 고압 분사해 70㎝ 두께의 시멘트 기둥을 만드는 JGP(Jet Grouting Pile) 기술을 사용했다. 여기에 쏟아부은 시멘트량은 약 27만t. 강종용 공사1부장은 "상암월드컵축구장 90여개를 1m 높이로 채울 수 있는 초대형 시멘트 덩어리를 지상에서 15m 아래에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속도로 받치는 1300여개 콘크리트 기둥  

공사 현장에는 성인 남자의 엄지손가락보다 굵은 철근이 박혀 있는 지름 2m의 콘크리트 기둥이 1m 정도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땅 위에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 철근 콘크리트 기둥은 지하 80m 아래까지 깊숙이 박혀 있었다. "이것이 보어드 파일(Bored Pile)입니다. 점토 위에 대형 구조물을 받쳐주는 기둥인 셈이죠."(김해준 공사2부장) 보어드 파일 작업은 직경 1.5~2m의 구멍을 퇴적 암반층 아래까지 파낸 뒤 그 안에 철근망을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부어 거대 기둥을 만드는 것이다. 고속도로 1㎞를 건설하는 데 설치한 보어드 파일만 총 1300여개이다.

 현장의 양옆에는 지름 1.4m의 초대형 철제 파이프 1200여개가 지하 54m까지 박혀 있다. 연약 지반을 지하 30m 가까이 파낼 때 주변 토사가 무너져 내리거나 바로 옆 바닷가에서 해수가 스며드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서다. 이상순 공무담당 대리는 "국내 건설현장에서는 H빔 사이에 원목을 끼워넣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곳은 지반이 너무 약하고 바다와 10여m밖에 안 떨어져 있어 대형 철제파이프 공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고난도 기술에 글로벌 건설사 6곳 포기  

거대한 시멘트층과 기둥으로 지지 기반이 만들어지면 이번엔 다시 기존 매립층과 시멘트층을 깎아낸다. 고속도로와 지하철 연결 구간과 같은 지하 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해서다. 쌍용건설은 지하 도로를 설치할 뿐 아니라 그 아래 4m 지점에 지하철 구간(2015년 개통 예정)도 만들기 위해 지하 27m까지 땅과 시멘트층을 파낸 뒤 길이 285m의 박스형 터널(폭 22m×높이 9m)을 설치한다. 그리고 그 위에 4m 높이로 시멘트를 덮은 뒤 1.5m 두께의 콘크리트 바닥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폭 55m×높이 10m의 지하 고속도로를 만든다.  

2008년 입찰 당시 세계적인 건설사 8곳 가운데 6개 업체가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자신이 없다"며 중도 포기했다.

 1㎞ 구간의 공사비만 7억6000만달러(약 8200억원). 신공법과 고난도의 기술들이 요구되다 보니 도로 1m를 만드는 데 드는 공사비(약 8억2000만원)가 국내 고속도로 평균 공사비(1500만원)보다 50배 이상 비쌀 정도다.

 신공법과 고난도 기술의 복합체인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는 2013년 6월 개통될 예정이다. 현재 공정률은 54%. 김동진 현장소장은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 한 치의 오차 없이 공사를 수행하는 것만이 세계적인 건설사로 자리매김하는 방법"이라며 "한국 건설사 특유의 기술력과 인내심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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