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젊은이의 기상으로 대한민국을 알릴 겁니다"
<이 기사는 톱클래스 9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는 아니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민족이 누구인지 아세요? 유태인과 중국인입니다. 그럼 이 두 민족이 처음부터 지금 같은 힘을 가졌을까요? 아닙니다. 기나긴 시간, 끊임없이 자신들을 세상에 알리려는 노력이 지금의 영향력을 만들어 준 겁니다.”

정동극장에서 만난 서경덕(35) 씨가 꺼낸 말이다. 그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뉴욕 현대미술관, 워싱턴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 한글서비스를 시작하게 하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독도와 동해, 일본군 위안부 광고를 실으며 한국홍보전문가로 유명해졌다.

정부나 어떤 기관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개인적으로 할동하면서 ‘한국홍보전문가’란 이름을 얻은 것이다. 그는 “1996년 대학 때 떠난 첫 유럽 배낭여행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며 입을 열었다.

“여행에서 만난 유럽 사람 모두가 제게 ‘너, 중국인이니, 일본인이니?’라고 묻는 거예요. 우리나라가 88서울올림픽을 치른데다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이라 자랑스러워했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무관심하더군요.”

유럽을 돌다 8월 초 파리에 도착한 서경덕 씨는 ‘에펠탑 밑에서 8.15 광복절 행사를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월 15일은 우리에게 광복절이지만, 세계적으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날이잖아요. 전단지를 만들어 만나는 사람마다 ‘8월 15일 오후에 에펠탑 밑에서 공연이 있으니 꼭 와 달라’며 나눠 줬죠.

 그런데 놀랍게도 파리 시민과 외국의 배낭여행객까지 300여 명이 모인 거예요. 일이 커져 버렸어요.

마이크도 의자도 없는데, 사람들을 잔디밭에 앉게 하고는 혼자 ‘아리랑 목동’ ‘아파트’ 같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만세 삼창도 하고, 말 그대로 쇼를 했지요(웃음).”
그렇게 두 시간 동안 원맨쇼를 하고 나자 여기 저기서 “브라보!” “원더풀!”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후 파리 시민들로부터 ‘우리도 잊고 있던 평화란 메시지를 한국인을 통해 깨우치게 돼 고마웠다’는 메시지를 PC통신을 통해 많이 받았어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현대미술관의 한국어 설명 서비스 약속을 받아 낸 서경덕 씨.

그때 ‘나 같은 사람도 한국과 한국인의 이미지를 이렇게 바꿔 놓을 수 있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예요”

그 일 이후 에펠탑에서는 매년 시민이 주최하는 8.15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이후 그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잘못 알려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문제, 중국의 동북공정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10년 후, 2005년 7월 25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DOKDO IS KOREAN TERRITORY(독도는 한국의 땅입니다)’란 광고가 한국과 일본 정부는 물론 양국의 국민들까지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는 이 광고를 통해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미국인들에게까지 ‘문제 인물’이 됐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설치미술가 강익중(왼 쪽) 씨와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씨가 한글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05년 2월이었습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뉴욕 현대미술관에 한국어 서비스를 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 뉴욕에 있을 때였죠. 그런데 CNN을 통해 일본 시마네 현이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하고,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선포했다는 뉴스를 봤어요. 다음날 CNN을 보니 한국에서의 반응이 난리도 아닌 거예요.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치인들의 인형과 일장기 화형식을 하고, 할복자살을 기도하는 장면까지 나오는 거예요. 제3국에서 바라본 한일 관계는 마치 전쟁 직전의 분위기였죠.”

그는 CNN을 보며 격분했다.

“미국 친구와 함께 CNN에서 보도하는 독도 뉴스를 보다 ‘미국인인 너는 이 뉴스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드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친구의 말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독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생각해 봐라. 다른 나라 대사관 앞에서 그 나라의 정치지도자 인형과 국기를 불태우고, 돌을 던지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한일 관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저런 모습은 그저 감정적으로 보일 뿐이다. 한국인은 과격하고 무례하다란 생각만 들 뿐 오히려 일본이 당하고 있다는 동정심을 유발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그는 ‘외국인에게 한일 관계의 진실을 알릴 수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가 답을 얻은 곳은 지하철이었다. “지하철을 탄 사람들 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더군요.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었죠. 순간 ‘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욕에서 이슈가 되면 미국에서 이슈가 될 것이고, 미국의 이슈는 세계의 이슈가 될 것’이란 계산이었죠.”

NYT에 등장한 독도와 동해 광고 한국과 일본을 뒤흔들다

그는 무작정 <뉴욕타임스>를 찾아가 광고 담당자를 찾았다. 그러나 그들은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에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나타난 동양인을 처음에는 진지하게 대하지 않았다.
“그냥 배낭여행객이라 생각했나 봐요. 매일매일 찾아갔더니 신기했는지 2주 만에 광고 담당자와 연결해 주더군요. 그렇게 만난 광고 담당자에게‘독도란 섬 광고를 내고 싶다’고 하니 ‘여기 광고료가 얼마인지는 아느냐’며 지면이 없다는 겁니다. 그 후로도 며칠씩 계속 찾아가 한일 관계와 독도 문제에 대해 모든 지식을 동원해 설득했죠.”

결국 광고 담당자는 광고 시안을 가지고 와 보라고 했다. 그는 미국 친구와 함께 뉴욕 곳곳을 돌며 독도와 한국 이미지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고, 그 결과를 한국의 광고계 선후배들에게 보냈다. 그런 과정에서 광고 시안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광고료가 억대가 넘었다. 그는 그동안 홍보일을 하면서 번 돈을 모두 여기에 쏟아 부었다.

‘DOKDO IS KOREAN TERRITORY(독도는 한국의 땅입니다)’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반응을 묻자. 그가 웃는다.

“독도나 한일 관계를 모르던 미국인이 먼저 반응을 보였어요. 미국 통신사인 AP에서 이 광고에 대해 기사를 쓰자 다른 신문과 방송, 그리고 영국 BBC까지 독도와 한일 관계를 다룬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특히 중국인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죠. 일본과의 ‘조어도’ 분쟁 때문인지 독도 광고 노하우를 알려 달라는 요청이 많았어요(웃음). 개인적으론 아마‘Fuck you’가 들어간 이메일과 편지, 문자 메시지를세상에서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일 겁니다. 일본인들 반응이야 당연하 거 아니겠어요.”

일본 우익과 각종 단체에서 보낸 욕설이 든 항의 메일과 협박으로 그는 한동안 전화와 이메일을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안타까운 것이 있다며 그가 입을 연다.

한국 홍보 광고비를 후원하는 가수 김장훈 씨와.

“한국에 그렇게 친일파가 많다는 데 놀랐습니다. ‘니가 뭔데 일본을 욕하느냐, 니가 역사를 아느냐, 일본이 아니었으면 한국은 없다, 그런 식으로 하면 재미없어’ 같은 항의와 협박 전화, 메일을 한국인으로부터도 수없이 받았습니다. 마치 일본 극우파처럼 말하는 것이 충격적이었어요.”

그는 자신이 민족주의자도, 반일주의자도 아니라고 했다. 단지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

“저는 모든 광고에 이런 문구를 넣습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21세기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나아갈 친구입니다.’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관계가 아닌, 발전을 위해 서로를 보듬어 주는 사이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최근 설치미술가 강익중 씨와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을 찾아다니며 ‘세계 분쟁지역 평화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잖아요. 외국인이 볼 때 가장 위험한 나라죠. 그래서 지금 전쟁 중인 곳을 찾아가 마지막 희망인 그곳 아이들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이라크를 찾아가 그곳 아이들과 함께 그림도 그리고, 전시도 하고, 축구도 하며 지냈어요. 올해는 레바논에 갈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인 한국의 젊은이가 지구촌 전쟁터에 뛰어들어 평화와 희망을 외치는 것만으로도 세계인에게 한국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는 자신이 평화주의자도, 애국자도, NGO 활동가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저 한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면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젊은이만큼 넘치는 ‘끼’를 가진 이들은 없습니다. 우리가 가진 끼라면 세계 어디서도 주눅 들지 않고 한국을 알릴 수 있습니다. 좀 더 포용력을 가지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 보세요.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세상의 주인공이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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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교포들의 힘에 의한 홍보연발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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