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ㅣ김지혜기자] "오빠의 잘못은 괜찮아. 오빠니까!"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잣대. 아이돌 그룹에 대한 팬들의 시선도 그렇다. '오빠'가 하면 이해가 되고, '남'이 하면 죽을 죄나 다름없다.

표절논란과 비하발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의 리더들이 동시에 구설에 올랐다. '빅뱅'의 지드래곤이 솔로앨범을 내면서 표절논란에 휩싸였고, '2PM'의 리더 박재범이 한국 비하발언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유독 그들의 소녀팬은 다르다. 무엇이 표절이고, 무엇이 비하냐고 반문한다. '오빠'에 대한 관대함은 둘째치고, 잘못을 지적하면 되레 집단적인 실력행사에 나선다.

문제적 아이돌과 이중적 팬덤, 2009년 가요계는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 "바람 잘 날 없는 아이돌"

표절논란, 비하논란, 의상논란, 욕설논란, 사생활논란…. 한마디로 바람 잘 날 없는 아이돌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 그 중 일부는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지만 표절논란이나 비하논란처럼 도덕성과 관계된 것도 있다.

우선 지드래곤의 표절논란. 솔로앨범 타이틀곡인 '하트브레이커'가 힙합그룹 플로라이다의 '라이트 라운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수록곡 '버터플라이' 역시 오아시스의 '쉬즈 일렉트릭'과 멜로디가 유사하다는 의혹도 나왔다.

다음으로 비하논란. 박재범이 지난 2005년 JYP연습생 시절 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려 놓은 글들이 문제가 됐다. 당시 박재범은 "한국이 정말 싫다, 한국인을 경멸한다, 돌아가고 싶다" 등의 문제성 발언을 생각없이 내뱉아 구설에 올랐다.

이 외에도 최근 아이돌 그룹 '2NE1'이 민망한 그림이 그려진 옷을 입고 나와 의상논란에 휘말렸다. 의상논란은 튀는 감각의 아이돌 그룹이라면 한 번쯤 겪는 통과의례. 앞선 두 논란에 비하면 그야말로 해프닝에 가깝다.

◆ "○○논란? 그까이꺼, 대충"

물론 아이돌이 10대들의 우상이기 때문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가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팬들의 이해(?)는 너무 쉽다. 오히려 논란이 불거지면 보란듯이 곱절의 지지를 보낸다. 때로는 사회적 기준이 무안할 정도다.

실제로 지드래곤의 열혈팬은 "왜 이정도 가지고 트집을 잡냐"는 식이다. 게다가 이들은 비판 자체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배철수는 지난달 31일 표절에 무감각해진 가요계를 비판했다 게시판 테러를 당해야 했다.

무작정 감싸기라면 2PM의 열혈팬도 만만치 않다. 오빠들의 '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해 싸우고 있다. 대부분의 열혈팬들은 "4년전 한 실수를 갖고 왜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일기장에 하고 싶은 말도 마음대로 못쓰냐"고 반박중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일부 아이돌의 도덕적인 결함이 오히려 팬덤을 단합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비난했다. 그는 "맹목적인 사랑이 눈과 귀를 멀게 했다"며 "팬덤의 이중성이 가요계의 비판기능을 마비시켰다"고 꼬집었다.

◆ "아이돌, 모랄 해저드 우려돼"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가수에게 표절은 범죄였다. 1995년 그룹 '룰라'는 3집 '천상유애'가 표절논란에 휩싸이며 해체위기에 직면했다. 아니 3년 전만 해도 표절은 치명타나 다름없었다. 2006년 2집을 들고 나온 이효리는 표절논란에 휘말림과 동시에 앨범활동을 접었다.

비단 표절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아니다. 비하발언도 용서받기 힘든 대상 중 하나다. 특히 비하의 내용이 한국일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얼마전 권상우가 당한 융단폭격이 그랬다. 행간의 의미와 상관없이 보이는 한 문장으로 마녀사냥을 당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잘못된 팬덤은 유독 아이돌에게 관대한 시선을 보낸다. '오빠의 실수는 실수일 뿐, 이해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팬덤의 이중적 시선이 자칫 도덕 불감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논란'을 '이슈'로 악용하는 사례도 우려된다.

또 하나, 열혈팬의 무작정 감싸기는 아이돌의 책임감 형성에도 '독'이다. 한 가요계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잘못도 감싸주는 팬덤이 아이돌의 도덕성을 무뎌지게 만들었다"면서 "심각한 문제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되니 잘못도 잘못이 아니게 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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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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