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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수공이 하천 주변 직접 개발케 법개정 추진
ㆍ재정악화 우려 이익보전책… “투기·특혜 문제”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왜곡·변질되고 있다.

애초의 대운하가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바뀌었지만 이번에는 다시 4대강 ‘개발사업’으로 탈바꿈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강 살리기가 아닌 강 투기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사업에 소요되는 국토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수자원공사(이후 수공)가 부담키로 함에 따라 수공이 사업 시행자로 참여해 4대강 하천 주변을 직접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개발 우선권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수공의 투자와 역할이 큰 사업인 만큼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4대강 본예산 15조4000억원 중 정부가 7조4000억원, 수공이 8조원을 충당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수공의 4대강 사업 참여 및 하천 개발권 부여 등은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는 없던 내용이다.

국토부는 또 하천법이나 택지개발촉진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수공은 토지공사나 주택공사와 달리 택지개발촉진법 등에 따른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없어 개발이익 환수가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수공이 직접 4대강 인근을 관광단지로 개발하거나 수변도시로 조성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수공 관계자는 개발사업과 관련, “4대강 사업을 위해서는 사토장(강 밑바닥을 준설해 퍼낸 흙을 버리는 곳)이 필요하다”며 “낙동강의 경우 강정보 인근에 105만평의 사토장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사토장에 의료관광객들을 겨냥한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구·경북도는 현재 의료복합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수공은 구미, 창원 등 국가 산업단지나 공업단지 등 종합도시개발을 해왔기 때문에 4대강과 연관지어진 사업을 위한 기술적 능력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수자원 확보와 수질 개선, 하천정비를 내세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종국적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하천변 개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수도권이나 대도시 주변 등에 한정되어 있다”며 “팔당 상수원 일대의 난개발과 이로 인한 수질오염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실련 윤순철 시민감시국장은 “정부가 대규모 개발사업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개발이익을 독점하는 것은 토건국가식 경기부양 정책의 한계에 갇혀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개발)는 “기존 정부가 발표한 제도나 절차로 4대강 사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업 추진이 왜곡되고 있다”면서 “수조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개발사업은 대규모일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땅값 상승 등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이주영기자 parkjh@kyunghyang.com>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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