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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출장비 우려먹고
초과근무수당도 주지 않아
종교 퀴즈 안풀면 퇴근 안시켜

"우리끼리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교육부에 투서를 낼까, 청와대에 글을 올릴까?' 수업 끝나면 선생들끼리 교장 성토하는 게 일이에요. 애들한테 스트레스 풀 수밖에 없다는 소리도 나오고…."

지방 사립초등학교의 한 담임교사는 울음부터 터트렸다. 세운 지 50년이 넘은 이 학교는 한 종교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도내에서도 알아주는 일류 사립초등학교다. 영어몰입 교육 부분에서 선두주자다.

한 학년에 2∼3학급으로 정원도 적고 원어민 담임교사가 따로 있을 정도다. 1년 학비만 700만∼800만원 이상으로 학생들의 부모도 의사나 법조인인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과외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속사정은 달랐다. 제왕(帝王) 같은 교장 밑에서 교사들은 허덕였다. 교사들은 "그전 학교에서는 더 큰 문제도 많았다는데 아무 문제 없지 않느냐"며 "누군가 터트려 주길 바라지만 그 누군가가 나는 아니었으면 한다"고 했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교장은 학부모들의 재력을 믿어 돈을 요구했다. "회장이 됐으니 학교에 돈을 내라" "체육대회를 하니 선생들 목욕값이나 달라"고 요구했다. 담임교사가 거부하면 학부모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학생들이 전국 영어 웅변대회와 미술대회에서 상을 타자 학부모에게 전체 회식비를 요구했다. 내부 반발에 부딪혀 돈을 돌려주긴 했지만 학부모들은 "담임도 아니고 교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오는 게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교장은 특정 부모를 찍어 교내 행사에 지원금을 요구했다. 거부하는 담임교사에게는 "아빠가 의사고 엄마가 약사인데 30만원도 못 주겠느냐"며 오히려 나무랐다. 학교 내부에서는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학교 교사들은 초과 근무수당을 거의 받지 않는다. 종교적 이유로 10%의 월급을 떼고 나면 공립학교보다 보수가 못하다. "교사가 학교 위해 근무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 때문에 누구도 수당 이야기를 못 꺼낸다.

교사들은 무감각해져 있었다. 당연히 받아야 할 수당을 받지 못해도 "아예 안 주지는 않는다"는 식이었다. 방학 동안 부진아 지도를 하거나 1급 정교사 연수를 받아 교육청에서 나온 지원금을 회식비로 요구해도 무기력했다.

한 교사는 "못 참겠으면 본인이 나가라는 식의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라며 "교사들 스스로가 다들 그만둘 거라고 말하면서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교사들은 출장 갈 때 교장이 운전하는 차를 타야 한다. 교장은 따로 본인 출장비를 챙기고 교사들에게도 기름값과 식사비를 받아냈다. 교사들이 거부하면 이메일과 쪽지, 교실 인터폰 등으로 재차 요구했다. 행정실에서는 "교장에게 돈을 주지 말라"고 교사들을 타이를 뿐이었다.

20∼30대 여교사들의 복장 지적도 교장 몫이다. 한 교사는 교장이 두고 간 '○교사 면담'이라는 쪽지를 보고 교장실에 들어갔다. 교장은 복장이 불량하다고 손짓하며 "겉옷을 벗어봐라" "치마를 올려보라"는 요구를 했다. 교사가 당황해하면 "속에 아무것도 안 입었느냐" "속옷 입었으면 괜찮지 않으냐"고 하는 식이었다.

그 교사는 "비슷한 일을 겪은 다른 교사끼리는 신고라도 해야 된다고 말하지만 '선생을 여자로 생각하나 보다''어려서 딸처럼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교장은 또 종교활동에 부실하다는 이유로 한 교사를 교장실로 불러서는 성경의 한 구절을 소리 내 읽게 했다. 창녀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교장은 "○씨가 지금 하는 행동이 여기 창녀 행동이랑 똑같은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교장은 종교와 관련된 퀴즈를 내기도 했다. "풀지 않으면 퇴근 안 시키겠다"고 하는 통에 교사들은 수업 연구할 시간에 우르르 몰려 서로 답을 베껴 제출하거나 학생들을 자습시킨 후 교장의 과제를 해야 했다.

"스스로 그만두길 바란다"는 임원회의 결과를 끝으로 해직됐다는 한 기간제 교사는 "공개할 수 없는 더 큰 사건들도 있지만 발버둥쳐봤자 바위에 계란 치기일 것 같다"고 했다.

교장은 "나는 떳떳하며 부끄러운 것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무 교사는 "돌아보면 교사들 스스로가 부족한 면도 많다"며 "학교가 다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고 했다. 교내 감사는 "재단측에 보고해 이 사실을 공론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는 임기에 따라 교장이 바뀌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교장이 여교사 성희롱, 학부모까지 성추행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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