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어디선가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우리나라에 고스톱, 화투가 퍼진 이유가 일제치하 때 쪽발이들이 퍼뜨렸기 때문이라는 얘기..
뭐라더라..쪽발이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도박, 노름만 하면서 정신적으로 나태해지게 만들기 위해 들여온 게 이 화투라고 하던데..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아무튼 중요한 건 도박과 노름이 퍼지면 퍼질수록 좋은 일은 하나 없이 나쁜 일만 수두룩하기 마련인데..
그런데, 그 몹쓸 도박을 아주 대놓고 해라고 권장을 하고있다는 거다.. 그것도 정부가..
게다가 그 이유도 웃긴 것이 지들이 대놓고 돈을 끌어다 쓰고, 그러고도 모자란 돈을 더 충당하기 위해서라니..
이놈들 혹시 쪽발인가? 아니면 왜구 스파인가? 뭐가 이리 당당해? 이 개자식들은..?

그렇게 한참 씩씩거리다 보니 불연듯 이런 생각도 들더라..
다른 사람들과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면 신라시대, 조선시대에 대해 상당히 안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그 이유가 신라는 중국과 손을 잡고 당시 잘 나가던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켰다는 이유로, 또 조선은 위정자들이 멍청하고 유교에만 목을 매고 사는 바람에 쪽발이와 짱깨들에게 만날천날 두들겨 맞다 볼짱 다 보고 살았다는 실망감 때문이더란 말이지.

뭐..일설에 의하면 우리가 그렇게 과거를, 특히 조선시대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게 된 것도 사실은 일제치하 때 쪽발이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긍지를 뺏고 통치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 저질역사로 조작한 탓이라고 그러던데..
이유야 어찌됐든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 중 역사를 말하는 이 치고 조선시대와 신라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말하는 이가 별로 없다는 게 중요한 건데, 문제는 이런 이유로 욕을하고 비난을 하더라도 잘못한 사람 누구하나를 콕 찝어서 욕하지 않는다는 거다.
신라면 신라 전부.. 조선이면 조선 전부..
물론 그 중에 진짜 원흉이 되는 왕이나 상황을 악화시킨 지휘관 같은 이들은 더 많이 욕을 먹고, 또 성웅 이순신 장군이나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 같은 분은 반대로 칭송이 자자하긴 하지만, 이렇게 극과 극을 제외한 그 중간치는 모두 싸잡혀 욕을 먹는게 다반사인데, 내가 걸렸던 부분도 바로 이런 점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래의 우리 후손들이 역사를 배울 때 지금의 우리를 보고 과연 뭐라고 할까?' 라는 데 생각이 미쳤던 것이다.
우리가 조선시대 위정자들을 병신취급하는 것처럼 후손들도 정치인들을 보며 병신취급할까?
아니면 과거의 신라나 조선과는 달리 현재의 대한민국은 엄연히 민주주의 국가니 만큼 뭐가 잘못되면 그걸 주도한 정치꾼보다는 지금 이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국민들을 더 병신취급할려나..?
아마 모르긴 몰라도 후자가 맞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미래의 역사책 어느 한 페이지에 이런 식의 구절도 명시되어 있을지도..

'... 2010년을 기준으로 그 시대를 살았던 한국인 세대를 우리는 통칭 '병신세대' 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당시 온 나라가 상당히 혼란스럽고 시끄러웠는데도, 국민들 대다수가 이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정치는 난잡했으며, 사회는 혼란스러웠고, 재벌들은 법위에 존재하는 등 당시 국가 분위기는 어지러울 대로 어지러웠었다.
위로는 부정부패비리에 찌들었고, 아래로는 도덕과 인륜이 무너졌으며, 사회 전반적으로 개인주의가 만연하였기에 온 나라엔 항시 범죄가 끊이질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감시하고 지적하며 개선 해 나가야 할 국민들 스스로가 그 책임을 망각하고 저버리며 살던 때였다.
몇몇 뜻 있는 사람들- 안철수, 김장훈 등 -은 어떻게든 흔들리던 나라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었지만, 그 외 대부분의 사람들은 희망이 없는 미래에 절망하며 하루하루를 섹스와 향락에 찌들어 살 뿐이었고, 정치와 사회문제에는 모두 관심을 끊고 모른 체 하며 살 뿐이었다.
그렇게 사회의 자정작용이 사라진 덕분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데 거리낄게 없었던 정부와 재벌기업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사명감보다는 어떻게든 그 자리를 이용하고 권력을 팔아 자신들의 배 불리기에 더 매진하며 국가와 국민, 민족과 문화를 팔아 잇속을 챙기던 그런 어지러운 시기였었다.

그래서, 오늘날의 우리는 과거 2010년 당시의 그 시기를 '절망의 시대' 또는 '암흑세기' 라고 부른다....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대놓고 까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역사책에 오르내릴 거라 생각하니,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참을 수가 없더라. 부끄러워서..에휴

가면전사 아쿠메츠 (전18권)
쿠니미츠의 정치 (전27권)
사명감이라고는 쥐똥만큼도 없는 정치꾼들의 무개념 행태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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